왕의 남자
왕의 남자
  • 광양뉴스
  • 승인 2017.02.10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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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광양시 농사꾼

최근 최순실 사태를 보며 생각나는 영화가 있다. 언젠가 인기를 모았던‘왕의남자’이다. 연산군과 상선인 김처선 그리고 남사당인 공길과 장생의 모습에서 백성에 대한 진정한 사랑과 군주를 섬기는 신하의 자세가 박근혜 정부와 비교가 되기 때문이다.

먼저 연산군을 살펴보자.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슬픈 과거를 용서와 화해로 승화시키며 오직 어머니에 대한 효도와 미래지향적 자세로 성군의 길을 걸어 어두운 역사를 치유했지만, 연산군은 폐비 윤씨의 죽음을 알고 과거로 회귀하며 분노에 찬 복수와 쾌락으로 괴로움을 잊으려함으로써 폭군이라 역사에 기록되고 있다.

김처선은 연산군이 성군이 되길 자나 깨나 간청 하며, 기꺼이 목숨을 바쳐 군주를 올바르게 섬기는 신하의 길이 무엇인 가를 보여주고 있다. 공길과 장생은 전국을 떠돌며 접시돌리기, 땅재주, 줄타기 등의 기예와 백성들의 어려운 생활상, 탐관오리의 폐해, 상소와 같은 제도적 문제점 등을 주제로 한 풍자와 해학을 곁들인 재담으로 온갖 핍박에 시달리는 백성들에게 한순간이나마 괴로움을 잊고 웃게 하는 남사당으로 나온다.

둘은 가장 낮은 천직에서 종4품이라는 파격적인 지위를 하사받고 희락원이라는 별천지에서 호위호식 할 수 있었음에도 백성의 애환을 위로해주는 그들 본연의 소임을 더 중히 여기며 그리워한다. ‘연산군일기’에 의하면 장생은“목에 칼이 들어와도 광대는 광대의 길이 있는 거다,”고 연산군의 칼 앞에 당당히 맞서며, 공길 또한 죽음을 무릅쓰고 연산군과 많은 대신들 앞에서 실로 감히 대학의 3강령 8조목을 논하는 무례를 범하고 볼기를 맞고 귀양을 떠난다.

작금의 사태를 맞아 그 의미가 무척 소중하게 다가와 나 또한 감히 3강령을 해석해보고자 한다.

먼저 명명덕(明明德) 이다. 모든 사람이 가지고 태어난 인·의·예·지, 즉 덕을 매일 닦고 또 닦으라는 뜻일 것이다. 둘째는 친민(親民) 이니 쉽게 말해 백성을 지혜롭게 가르치고 배불리 먹이고 마음 편하게 해준다는 뜻이 아닐까한다. 마지막으로 지어지선(止於至善) 은 항시 선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설산에서 흘러내린 맑은 물은 호수에 고여 아름다운 산 그림자를 품는다. 노년에 공부를 해보니 공부는 천재성이나 열정 못지않게 정직함과 선함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성학자 정희진은‘앎은 때론 질병보다 아픈 윤리적 통증으로 다가 온다’고 했다. 새해에는 우리사회가 지혜와 앎이 경쟁과 비교의 도구가 아니라 나보다 부족한 사람을 관심 있게 보는 혜안과 공감력이 되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