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오후의 문장
<시 읽는 월요일> 오후의 문장
  • 광양뉴스
  • 승인 2017.02.17 20:51
  • 호수 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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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문장”
 

                                                       詩. 김은우

 붉은 장미가 담벼락에 긴 팔을 뻗어

 햇살을 잡아당기는 동안

 공중에 내던져지는 돌멩이처럼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시간이 오고

 멀리 가는 기차

 멀리 가는 새

 멀리 가는 구름

 멀리 가는 당신들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

 오후 세 시의 햇살은 독립적이다

 가장 멀리 가는 길을 찾는

 내 몸은 점점 길어지고

 목이 마르고

누군가 내 몸을 조금씩 잘라내는 오후

 한 시간씩 이백년 전에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한 시간씩 무인도에 갈 가방을 챙기고

 한 시간씩 머리를 감고도 남은 시간

 엎드려 낮잠을 잘 때

어디선가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고

 어디선가 새로운 연인들이 생겨나고

  <시집.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