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문장”
詩. 김은우
붉은 장미가 담벼락에 긴 팔을 뻗어
햇살을 잡아당기는 동안
공중에 내던져지는 돌멩이처럼
어디에서 멈춰야 할지 알 수 없는
어리둥절한 시간이 오고
멀리 가는 기차
멀리 가는 새
멀리 가는 구름
멀리 가는 당신들과 시선이 마주치지 않는
오후 세 시의 햇살은 독립적이다
가장 멀리 가는 길을 찾는
내 몸은 점점 길어지고
목이 마르고
누군가 내 몸을 조금씩 잘라내는 오후
한 시간씩 이백년 전에 죽은 사람을 생각하고
한 시간씩 무인도에 갈 가방을 챙기고
한 시간씩 머리를 감고도 남은 시간
엎드려 낮잠을 잘 때
어디선가 오래된 연인들이 헤어지고
어디선가 새로운 연인들이 생겨나고
<시집.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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