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면 비촌마을 앞, 두꺼비 한해 수 만 마리‘로드킬’
진상면 비촌마을 앞, 두꺼비 한해 수 만 마리‘로드킬’
  • 이성훈
  • 승인 2017.02.24 20:42
  • 호수 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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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까지 산란•부화 집중 … 안내표지판 설치•홍보 절실
광양만녹색연합 관계자들이 두꺼비 로드킬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산란기에 접어든 섬진강 두꺼비들이 산란처로 이동하다가 길위에서 떼죽음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광양만녹색연합은 지난 17일 알을 낳기 위해 이동하는 성체 두꺼비 196마리를 포획해 성별과 무게, 길이, 나이구조 등을 조사한 뒤 생태통로로 이동을 시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당일 이곳 진상면 비촌마을 앞 도로에서 죽은 성체두꺼비들은 156마리 이상에 이르며, 이후로도 매일 수십 여 마리가 로드킬 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수완 녹색연합 사무국장은“산란을 위해 산에서 내려왔다가 산란을 마치고 다시 산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무런 안전장치가 없다보니 로드킬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부화한 새끼두꺼비들이 이동을 시작하는 5월이 되면 로드킬 수치는 수만 마리에 이를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해 산란을 위해 오가다 이 도로에서 죽은 성체두꺼비는 227마리에 이르고, 올해는 벌써 191마리에 이르고 있다. 인간의 무관심과 외면으로 지난 수 십 년간 섬진강 두꺼비들은 이곳 비촌마을 앞 도로를 지나는 차량에 의해 무참히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박 사무국장은“인간은 자연생태계를 짓밟거나 파괴할 권한이 없다”며“그렇기 때문에 한 개체가 사라지면 그와 연관된 또 다른 여러 개체의 생명이 위협받고 언젠가는 인간에게 돌아온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두꺼비 로드킬이 지속되자 녹색연합은 수년전부터 이 도로에서 떼죽음을 당하는 섬진강 두꺼비를 살리기 위해 △도로 주변 양서파충류 로드킬 조사 △전남대와 두꺼비서식지조사 및 행동권 조사를 실시해왔다.

또 지역주민과 환경단체, 언론, 환경부 및 한국도로공사와 두꺼비 로드킬 개선을 위한 설명회와 토론회를 개최하며 생태통로 조성과 유도막 설치 등을 요청해왔다. 이에 5개의 생태통로를 조성하기로 했지만 지난해 도로 앞 수로정비형태로 간신히 생태통로 1곳만을 조성했을뿐 유도막 설치나 수로정비는 아직까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처럼 생태통로 조성이 더딘 이유는 인근 일부 주민들의 반대와 수로정비 예산 부족 때문이다. 박 사무국장은“일부 주민들이 두꺼비가 독이 있어 두꺼비들이 지나간 채소를 먹으면 안 된다거나, 두꺼비 오줌을 만지면 눈이 먼다는 등의 잘못된 정보를 그대로 믿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 했다.

박 사무국장은 “두꺼비 개체가 많아져 마을로 올라오면 비촌마을이 또 다른 보호지역으로 묶인다는 등 허위사실과 과장된 생각을 하시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아무리 예산이 반영되고 환경단체가 애를 써도 마을 주민들이 반대한다면 아무 것도 바꿀 수 없다”며“이제 마을 주민 스스로가 생태계 보전을 위해 고민하고 해결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녹색연합은 2월 중순부터 3월 초에 두꺼비들이 산란을 위해 도로를 지나고 있다는 것을 안내하는 표지판이나 운전자들이 해당구간을 지날 때 인식할 수 있도록 홍보하는 방안을 광양시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