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산단 지하차도 재검토…‘속전속결’, 무슨 일이 있었기에
세풍산단 지하차도 재검토…‘속전속결’, 무슨 일이 있었기에
  • 이성훈
  • 승인 2017.03.10 21:09
  • 호수 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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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시 - 경제청‘적에서 동지로’… 시, 대책 카드 통한 듯
지난 8일 광양경제청 상황실에서 열린 세풍산업단지 민원해소 방안 협약식. 왼쪽부터 김정일 공동위원장, 권오봉 청장, 정현복 시장, 송재천 의장, 김정환 공동위원장.

광양경제청이 세풍산단 지하차도 개설 재검토를 결정한 가운데 그 배경에 대해 시민들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지하차도 개설을 고수한 경제청과 재검토를 주장한 광양시가 첨예한 대립이 지속되었는데 하루아침에 재검토로 결정 나면서 그동안 두 기관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광양시와 광양경제청, 세풍산단진입도로개설 반대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지역민의 민원을 해소하고 산업단지의 차질 없는 추진과 조기 활성화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은 △세풍산단 진입도로를 당초 계획된 지하차도에서 평면 교차로로 변경하는 방안 적극 검토 △세풍산단 내부도로(남북 방향)는 폭 15~20m를 폭 30m 또는 광양시 도시계획에 맞게 확장 △생활·공업용수 공급체계는 경제성·효율성·미래지향성 등을 객관적으로 판단해 합리적인 대안 도출을 협의했다.

권오봉 청장은 이날 협약식에서“주민들이 원하는 대로 가야되지 않겠느냐”며 결정을 재검토한 이유에 대해 가볍게 웃으며 넘어갔지만 결국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데 따른 부담을 이겨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요지부동 경제청, 광양시 압박에 흔들 

 경제청이 입장을 바꾼 데는 지역 여론뿐만 아니라 광양시의 압박이 결정적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정현복 시장이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재검토 카드를 꺼내며 경제청을 압박하면서 뚝심이 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 경제청의 행보에 대한 정 시장의 대응 방식을 살펴보면 어느 정도 실마리는 풀린다. 세풍산단 지하차도 개설 방식에 처음 문제를 제기했던 쪽은 세풍주민들이 아닌 광양시다. 지하차도를 개설할 경우 경제 효과가 순천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생기자 주민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고 대책 방안을 논의한 것이다. 이에 세풍 주민, 광양읍민들을 중심으로 대책위는 꾸려졌고 기자회견, 성명 발표, 경제청 규탄 현수막 게첩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론을 통해 경제청을 압박했다. 하지만 경제청은 요지부동이었다.

권오봉 청장은 신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지하차도 개설 불가피를 주장하며 정현복 시장을 만나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도 물러서지 않았다. 정 시장은 그동안 실무진들을 통해 경제청에서 지하차도 개선 대책을 가져 오지 않으면 청장을 절대 만나지 않겠다고 입장을 전달했다.

정 시장은 지난 2월 20일 읍사무소에서 열린 시민과의 대화에서 경제청 지하차도 개설에 대해 처음으로 공식적인 자리에서 입을 열었다. 당시 정 시장의 발언은 현장에 참석했던 시민들마저 긴장했을 정도로 직접적이고 명확했다.

정 시장은“경제청이 개선안을 가져 오지 않으면 경제청장을 만날 일은 절대 없을 것이다”고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정 시장은“세풍산단이 엄연한 광양의 행정구역으로 읍권 발전의 새로운 활력소가 돼야 한다”며“하지만 지하차도 개설로 상권 악화와 산단근로자 등 인구 및 인프라 역외유출 우려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경제청의 지하차도 개설 계획은 광양시민들의 기대를 무산시키고 무시하는 처사로 광양시 전체에 큰 악영향이 예상된다”며 반대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개선안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경제청장을 만났다면 만남 자체만으로 경제청이 이를 여론에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었다. 정 시장은“경제청은 시장인 내가 안 만나 줘서 해결이 안 된다고 하는데, 재검토안을 가져오는 것도 아니고 계획대로 해야겠다는 말을 들으려고 만나야겠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계산된 압박, 뚝심 발휘했다

정현복 시장의 당시 발언은 계획적이고 의도적이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순한 뚝심과 여론만으로 지하차도 개설을 반대하고 국비 370여억원의 예산을 반납한다는 것은 정 시장으로서도 큰 부담이기 때문이다. 이에 지하차도 개설을 반대하는 의회와 여론을 등에 업고 반대할 수 있는 확실한 카드를 가지고 있지 않았겠느냐는 분석이다.    

시민과의 대화 발언 이후, 2주만에 정 시장은 결국 경제청으로부터 재검토라는 답변을 받아냈다. 정 시장이 재검토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것은 변경할 수 있는 명분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다. 시는 이곳 교통량을 재검토한 결과 지하차도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

문병주 투자유치과 투자유치팀장은 “지하차도 개선 방식을 변경할 수 없다는 경제청의 입장에 우리가 한번 나서서 변경 가능한지 국토부에 문의도 하고 여러 경로를 통해 살펴봤다”고 밝혔다. 문 팀장은“지난 3일 국토부를 다녀왔다”면서“세풍산단 진입도로 교차로 건설 서비스 수준이 D등급 이상 나오면 국토부에서 광양시 입장대로 전환을 승인할 수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문 팀장은“세풍산단 진입도로 개설과 관련, 현재 교통안전공단에 용역을 맡겨 해당 구간에 대한 교통량 재조사를 하고 있다”면서“곧 결과가 나오면 경제청과 협의를 통해 재검토 승인을 받을 예정이다”고 말했다.

결국 그동안 경제청이 주장했던‘국토부의 반대 및 백지화 시 사업 취소, 국비 반납’등이 변경 이유가 타당할 때는 변경할 수 있는 쪽으로 바뀌고 말았다. 국토부는 광양시와 광양시민이 요구하는 것이 조건과 명분에 맞으면 이미 지하차도 개설을 계획했더라도 평면교차로 전환을 승인해 줄 수 있는 입장이라는 점에서 사실상 광양시가 주도권을 쥐게 된 셈이다.

이번 협약식을 지켜본 광양읍민은 “일단 세풍산단 조성에 대한 시민들의 염원이 제대로 반영된 것 같다”며 “대책위, 참여연대, 지역원로 등을 비롯해 시장님의 뚝심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시민들의 요구를 수용한 경제청의 결단을 환영하며 협약이 잘 실행되기를 기대한다”면서“지역 발전을 위해 갈등보다는 지혜를 모아 위기를 잘 이겨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현복 시장은 이와 관련“세풍산단 진입로와 관련 이낙연 도지사께서 사안을 잘 판단하고 적극적으로 중재에 나서준 결과”라며“앞으로 세풍산단 개발효과가 우리 지역에  흡수돼 읍권 10만 도시 달성 등 지역발전의 마중물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