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립미술관, 소프트웨어에도 충실해야 효자 된다
도립미술관, 소프트웨어에도 충실해야 효자 된다
  • 광양뉴스
  • 승인 2017.03.31 20:02
  • 호수 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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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북구 (재)나주시 천연염색문화재단 운영국장

전남도립미술관의 광양유치가 확정 된지 2년이 돼 간다. 그동안 도립미술관 건립을 위한 사전 행정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미술관의 기본·실시설계도 진행 중이어서 올 10월 착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도립미술관 주변 특화 공간 조성 기본계획 수립용역’최종 보고회도 가져 미술관과 주변 공간도 구체화되는 느낌이다. 행자부로부터 특별교부세도 확보했다고 하니 하드웨어적인 것은 2019년 개관까지 물리적인 시간만이 남은 듯하다.

미술관 건립이라는 하드웨어는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가 존재하는데 비해 미술관을 통한 지역의 변화 등 소프트웨어는 노력 여하에 따라 목표치와의 거리를 좁힐 수 있는 수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그 기회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명확한 목표 설정과 준비가 필요하다. 도립미술관 등 지역 공립미술관의 일반적인 임무는 문화 및 예술이 사람들의 생활에 뿌리 내리고, 활력이 넘치는 지역 사회 형성에 기여하는 것이다.

또 사람들에게 미술 작품과 만나는 즐거움을 제공하고(감상), 예술가들이 창작 활동의 성과를 발표 할 수 있도록 하며(창조), 미술 교육과 강의를 통해 지식을 심화하게 한다(배움). 이를 통해 지역의 문화력을 향상시키며, 지역의 향상된 문화력은 타 지역 사람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되어 방문과 정착을 유도하고, 이것은 다시 지역의 문화력을 향상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게 한다.

이 때문에 미술관은 지역의 입장에서 보면 매우 소중한 자산이지만 일부 사람들은 문화는 물질적으로 풍부한 사람들만이 향유하는 것으로 지역 경제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폄하한다. 그 배경은 과거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에야 문화에 신경을 썼었고, 문화는 문화재처럼 보호 대상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은 시대가 변했다.

1980년대부터 영국과 미국 등지에서는 포스트 산업사회(Post-Fordism) 경제의 서비스화 및 세계화 등을 거치면서 사회가 크게 변했다. 고부가가치를 지닌 서비스 산업경제로의 전환에 뒤쳐진 도시에서는 실업자가 넘쳤고, 주택과 교육 환경이 악화돼 범죄율도 높아지는 악순환에 빠져 들었다.

이 때 미술관, 박물관의 설치 등 문화를 도입해 도시를 재생시킨 곳들이 생겨났다. 이후 세계 각지에서 미술관 등은 도시 재생의 핵심적인 문화 시설로 활용되고 있다.

미술관 등이 도시 재생의 핵심적인 자원으로 이용되는 이유는 미술관 등 문화적으로 풍요로움이 충만한 도시에는 고 부가가치성 경제 활동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이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문화적으로 풍부한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자발적 및 창의적으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는 경향이 강하다. 문화 시설 및 문화 행사 그 자체가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타 지역 사람들의 방문을 유도하기도 한다.

방문객이 오게 되면 지역의 음식, 숙박 등의 경제 효과가 창출된다. 이처럼 문화 산업은 생산성, 국제 경쟁력 및 성장률이 높은 고도의 지능 활동이라는 측면을 갖기 때문에 세계화된 오늘날의 경제 속에서 우위성을 가진다.

문화는 이렇듯 현대 사회에서 경제적으로 풍부해졌을 때 활용되는 사치물이 아니라 경제 발전의 원천 그 자체라고 할 수가 있다. 즉 문화는 경제의 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가 문화에게 도와달라고 하는 시대가 되었다.

다만, 문화가 형성되거나 유입되어 정착되고, 그것이 고부가가치 경제로 전환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대한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그런 점에서 도립미술관이 개관하기까지 주어진 물리적 시간 동안 소프트웨어 측면에서 우수 사례 조사, 지역과 연계한 발전 방안 모색 및 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