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시, 조직 내 성폭력 상담센터 철저히 운영하라
광양시, 조직 내 성폭력 상담센터 철저히 운영하라
  • 이성훈
  • 승인 2017.05.26 18:50
  • 호수 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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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이성훈

편집국장

 

 

2015년 6월 30일, 정현복 시장이 취임한 지 꼭 1년째인 이날, 광양시는 지방공무원 징계양정에 관한 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공무원 3대 비위인 금품수수, 음주운전, 성폭력·성희롱에 대해‘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 징계를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정현복 시장은 취임 이전 당선자 시절부터 공무원들이 일을 하다가 실수하면 정상을 참작하겠지만 3대 비위에 대해서는 그 책임을 엄하게 묻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도자료를 살펴보면 금품관련 비위의 경우 담당 공직자는 물론 비위 관련 감독자와 부패행위 제안·주선자에게도 책임을 묻도록 하고, 상사나 동료의 부패행위를 알고도 신고하지 않은 공무원에게는 최고‘파면’까지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중 성폭력과 관련된 비위 유형에는 ‘업무상 위력에 의한 성폭력’과‘장애인 대상 성폭력’을 추가하여 파면에서 정직까지 중징계 하도록 했다. 성희롱의 경우, 고의성이 인정되면 파면과 해임이 가능하도록 강화했다. 공무원 도덕성 해이에 대해서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정 시장의 의지였다.

그리고 2017년 5월 10일. 참 가슴 아프고 참담한 사건이 공직 내부에서 발생했다. 5급 사무관이 이제 갓 공직에 입문한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분통 터지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피해 여직원의 용기있는 고발과 진상규명이 아니었던들, 공무원노조 광양시지부의 빠른 판단이 아니었던들, 자칫 이 사건은 묻히고 말았을 것이다. 그리고 언제 어디에선가 이 같은 일은 소리 소문 없이 또다시 발생할 것이다.

광양시 공무원은 1000여명이 넘는다. 워낙 인원이 많기 때문에 별의별 이야기가 다 들린다. 선후배끼리 주먹다짐부터 시작해 자기보다 나이 어리다는 이유로 상사를 무시하고 업무 지시를 따르지 않는 사람, 인사와 근무평가에 불만 품고 조직을 살벌하게 하는 사람 등 천차만별이다. 그중 가장 많은 이야기가 들리는 것은 바로‘회식’이다.

지위를 이용해 회식을 강요하는 것은 물론, 회식에 불참하면 근평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하위직 공무원들은 상사들의 명령에 어쩔 수 없이 회식에 참석하고 술잔을 주고받아야 한다. 1차로 끝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2차나 노래방을 가면 더 가관이다. 여직원을 술집 종업원으로 여기며 부둥켜안고 춤추는 상사들, 술의 힘을 빌려 스킨십을 일삼는 사람들, 글로 쓰기 부끄러울 정도로 다양한 추태들…강요된 회식에 힘없는 말단 공직자들, 특히 여성 공무원들은 어디 가서 속 시원히 털어놓지도 못하고 가슴만 앓고 있다.    

이번 성추행 사건 역시 회식 장소에서 발생했다. 공무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5급 사무관이 이제 갓 공직에 입문한 말단 여직원과 술자리를 함께 할 이유가 없다고 한다.

격려 차원에서 할 수도 있었겠지만 업무 시간에 충분히 지도해주고 격려해주면 된다. 하늘같은 상사가 저녁을 먹자는데 명령을 어길 말단 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이번 사건은 공직내부에 숱한 과제를 남겼다. 공무원들의 이번 사건이 알려졌기 망정이지 그냥 지나쳤다면 또다시 누군가는 희생양이 될 것이다. 아니 밝혀지지 않은 직장 상사들의 성추행·성희롱 또는 그 이상의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없다.

광양시와 공무원노조는 이번 사건을 거울삼아 직장 내 성폭력 대책 방안을 확실히 내놓아야 할 것이다.

시에는 여성정책팀장, 감사팀장, 인사팀장으로 이뤄진 성폭력 상담센터가 있다고 하지만 이번 사건 피해자는 공무원노조에 신고를 했다.

센터가 있는지 몰랐거나 노조에 신고하는 것이 진상규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것이다. 피해자가 성폭력 상담 센터를 이용하지 않았다는 것은 결국 신규직원 교육 때 성폭력 상담 센터 홍보를 제대로 하지 않았음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광양시는 앞으로 직장 내 성폭력에 대해 더욱더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 피해자 신변 보장은 물론, 속시원히 상담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확실히 마련해 두 번 다시 이런 참담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