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이종태 광양시 농사꾼
칼럼-이종태 광양시 농사꾼
  • 광양뉴스
  • 승인 2017.06.02 18:16
  • 호수 7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칠순의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레킹

조금은 하늘의 뜻을 알아듣고(知天命), 인생사를 이해하며(耳順),마음 둠에 크게 무리가 없는 나이(從心)임에도, ‘죽음은 삶의 일부’라는 말은 당연한 말이다고 생각하면서도 받아들임에 어려움이 있는 말 중 하나다.

나는 요즘 이해하기 쉽게‘죽음은 삶과 다르다.’는 명제 하에 일상 속에서 그 다름의 소중함을 찾아보고 다름이 차별이 아닌 조화와 아름다움과 고마움 또한 공존하고 있음을 확인해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칠순의 버킷리스트인 안나푸르나 트레킹은 고통과 두려움 뒤에 환히와 신비스러움과 즐거움이 존재함을 확인한 소중한 경험이었기에 몇 자 여행담을 적어볼까 한다.

네팔인은 모기에 의한 말라리아 피해 때문에 칠팔백 미터 높은 산등성이에 수많은 다랑이 논을 만들어놓고 옥수수와 채소를 중심으로 경작하며 산을 오르내리는 것을 일상으로 여기며 살아가고 있었다.

트레킹 코스는 너무나 부족한 인프라 때문도 있지만 외국인의 국내 체류시간을 늘려주고, 산행 길 주위에 산재해있는 자국민의 생계에 도움을 주기위해 용이한 등산로의 새로운 개설 없이 예로부터 있는 71km의 산길을 끝없이 오르고 내리며 돌아가게 되어 있었다.

빈 배낭을 메고 가기도 벅찬 그 길을 하루 평균 15달러 정도를 받으며 자기 몸보다 커 보이는 40여kg 카고백을 짊어지고도 항시 우리보다 롯지(숙식가능 중간 기착지)에 먼저 도착하여 웃음으로 맞아주는 3명의 포터들, 일행 5명의 식사제공을 위해 식자재를 지고 우리와 끝까지 동행한 3명의 요리사들, 40여분 이상을 헉헉거리며 올라야하는 고개 길을 조잘거리며 등하교하는 눈이 맑은 아이들, 그곳에는 척박한 삶속에서도 히말라야의 아름답고 신비한 정기를 밝은 웃음으로 보내주어 그 어려운 우리들의 산행을 도와준 참 좋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산행의 하루 일과는 평균 8시간 산행으로, 2시간 간격으로 롯지가 있어 밀크차등 음료 및 간식류와 숙식을 제공 받을 수 있는 형태였다.

불가능 할 것만 같은 트래킹을 참고 이겨낼 수밖에 없게 만들어준 아름다운 기억들이 있다.‘산을 좋아하는 사람은 어질다’고 했던가? 그곳에는 경쟁과 삭막함은 없었다. 숨가쁨 속에서‘나마스테’(당신 안에 있는 신에게 경배 드린다.)라는 한마디를 서로 주고받지만, 서로의 눈빛에는“힘들죠? 저 역시 힘듭니다. 우리 서로 의지하며 올라가봅시다. 간간이 내미는 설산의 웅장함이 우리를 도와줄 것입니다.”라는 말로 서로 위로와 격려를 주고받고 있었다. 물을 충분히 마시고, 고산증이 주는 식욕부진과 불면에 당황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추슬러 스스로의 페이스를 유지하자는 우정 어린 충고가 있는 도도한 트레킹의 흐름은 거짓말처럼 나의 등짝을 밀어 올려 주었다.

네팔인들이 개고기를 먹지 않기 때문에 경계심이 없는 야생 개들은 사람들이 주거나 버린 음식들을 주어먹고 살며, 가파른 산길을 오르내리며 마지막 캠프까지 구간을 전담하며 등산객을 인도해주는 진풍경도 경험하였다.

등산 마지막 날, 고도 3,700km의 마차푸차레 베이스캠프(MBC)에서 4,130km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ABC)구간을 나는 50대 후반 한분 및 40대 후반 세분의 동행인보다 반시간에서 두 시간 더 빨리, 즉 1시간 45분만에 오를 수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구토와 두통을 호소하였지만, 나는 끝까지 나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첫 번째로 올라 동행인들의 찬사를 받았다. 규칙적이고 절제된 생활습관과 틈틈이 오른 서산등산이 큰 도움이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오기 싫다고 말하는 나에게 12차례 트래킹이라는 한 노신사는 넉 달 후면 다시 그리워 질 거라며 두고 보라고 말한다.

‘고됨’또한 중독성이 있다. 죽음을 생각해 봐야하는 노년의 삶은 무척 다른 생경함과 불편함 속에서 또 다른 아름다움과 의미를 찾는 여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