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광양시 문화원 부원장
신문-광양시 문화원 부원장
  • 광양뉴스
  • 승인 2017.06.30 17:58
  • 호수 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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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은 내 삶에서 좋은 벗이요, 인생의 길잡이가 되어주었다. 나는 중앙지 둘과 우리 지역신문 둘을 보고 있다. 칠순의 이 나이에도 지금 나는 신문을 배달해주는 분의 기척을 기다리며 희망에 찬 아침을 열고 있다.

노년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새로운 소식들,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의 착한이야기들, 내 고장의 발전을 위한 다양한 주장들과 개선과 더 나아짐을 바라는 크고 작은 제안들, 지면곳곳에 묻어있는 소중한 성찰의 실마리 등, 신문에는 더불어 살아왔고 함께 살아갈 이웃들의 땀 냄새가 묻어있어 참으로 좋다.

우리고장에서 학업을 마치고 취업 초년생이 된 나는 서울의 명문대학 출신들과 경쟁하는 방법의 하나로 신문 공부를 택하였다. 나는 매일 유익하고 특이한 정보와 지식들, 감명을 주는 글과 이야기들을 꼼꼼히 기록하고 틈틈이 읽어 보곤 하였다. 이것이 밑거름이 되어 재직 시 우수제안상과 업적우수 해외여행 등의 특전을 몇 차례 받기도 했다.

가정형편으로 광주나 서울에서는 근무하지 못하고 쳇바퀴 돌 듯 광양, 순천, 여수를 돌며 37년의 직장생활을 마쳤지만 승진에서 동기생들에게 뒤지지 않고 마지막 직급까지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은 실로 신문보기를 일상화한 덕이라 지금도 생각하고 있다.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에서 밝히고 있는 학문의 큰 가르침에는 팔조목(八條目)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들이 즐겨 말하는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외에 격물, 치지(格物, 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이 합해진 것이 그것이다.

나이가 들어 농사를 짓는 나는 이중 ‘격물치지’에 생각이 자주 머문다. 이는“사물의 이치를 구명(究明)하여 자기의 지식을 넓히고 완전하게 한다”로 해석된다. 농사를 지으며 한 삽, 한 삽 흙을 파는 것을 작지만 소중한 성취로 생각하고, 땀을 흘리며 실존함에 감사하며, 무색무취의 물이 갈증을 느끼는 농부에게는 가장 맛있음을 경험하기도 한다.

밭 주위의 이름 모르는 들꽃들과 존재를 지워가는 그루터기들에서도 의미를 찾는 상상은 꼬리를 문다. 그러면서도 한가지 생업에 열중하다보면 사건과 사물을 보는 시각에 아집과 편견을 가질 수 있음에 유의하기도 한다. 신문과 책은 나의 주관적인 생각을 다른 사람들의 생각과 인식을 들려주어 비교하고 평가하게 하여 보편타당한 생각으로 다듬어준다.

프랑스의 학자 자코 로 고진스키는 “산다는 것은 대화에 참여한다는 것을 의미하며, 묻고, 귀를 기울이고, 대답하고, 동의하는 것이 삶의 본성이며 진리는 집단의 대화라는 상호작용 속에서 태어난다”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주위사람들이 미흡하거나 바르지 못한 주장을 애써 고집하며 다른 사람의 의사를 경청하지 않고 언성을 높여 주위를 불편하게 하는 경우를 종종 목격하게 된다.

신문은 객관성 있는 다양한 정보의 제시로 올바른 인식을 하게하여 마음에 평정심을 주고, 나의 몸과 마음을 올곧게 추슬러 주며, 무리하지 않는 생활습관을 갖게 해주었다. 아쉬운 기사를 보면 나의 일같이 반성도 해보고, 좋은 기사를 보면 삶의 추동력으로 삼아왔다.

“한국인의 행복을 결정하는 가장 소중한 기준은 기질”이라는 말이 있다. 나이가 들면서 작은 것의 소중함과 나와 다른 것의 귀중함을 아는 것은 소박한 행복들을 경험하게 해준다.“좋은 습관은 덕”이라고 했다. 분명 신문이 옆에 있음은 내 삶의 덕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의 우편함에 신문들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선진국 지역신문이 보여주듯 신문은 공동체의식을 갖게 하는 우리지역의 네트워크(연결망)이며 지역발전의 원동력이고 소통과 관심, 배려의 구심점이다.

국가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국민모두가 지혜로워지는 것이다. 일부 자치단체에서 우량도서권을 지원하듯 신문구독료 일부를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해본다.

오늘날 사회의 각종 부정요소들의 적극적인 예방을 위해 우리 모두의 성찰과 지혜가 요구되고 있다. 모두가 신문을 읽자는 제안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