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시장, 임기 4년 동안 부시장 4번 교체‘진기록’
정 시장, 임기 4년 동안 부시장 4번 교체‘진기록’
  • 이성훈
  • 승인 2017.07.07 17:53
  • 호수 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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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장들, 일선 공무원들과 잇따른‘불협화음’…상명하복식 업무방식‘큰 불만’

정현복 시장이 임기 4년 동안 부시장을 4번이나 맞이하는 초유의 기록을 보유하게 됐다. 전남도는 지난 4일자로 승진 전보인사를 단행했는데 신현숙 보건국장이 부시장으로, 문동식 전 부시장은 동부지역본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에 따라 정 시장은 2014년 7월 취임 후 4명의 부시장과 일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부시장 임기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2년 정도 임기가 보장되는데 해마다 부시장이 바뀐 것은 그만큼 광양시 공무원들과의 관계가 매끄럽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시장은 해당 지자체장의 장을 보좌해 사무를 총괄하고, 소속직원을 지휘·감독한다. 하지만 해마다 부시장이 교체됨에 따라 조직 운용과 일을 추진하는데 있어서 효율성과 생산성을 추구할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1년 마다 바뀌는 부시장

민선 6기 정 시장 취임 이후 부시장 재임 기간을 살펴보면 △임영주 전 부시장 2014년 8월 1일~2015년 7월 19일 △신태욱 전 부시장 2015년 7월 20일~2016년 7월 27일 △문동식 전 부시장 2016년 7월 28일~2017년 7월 3일까지 등 대부분 1년 안팎을 재임했다. 여기에 지난 4일자로 취임한 신현숙 부시장도 내년 6월말을 끝으로 공로연수에 들어가기 때문에 정확히 광양에서 1년을 근무하고 공직생활을 마무리한다.

임영주 전 부시장의 경우 전남도의회 사무처장으로 승진하면서 갑작스럽게 자리를 옮긴 케이스다. 임 전 부시장은 온화함과 과감성을 겸비해 재임 당시에도 후배 공무원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또한 크고 작은 시정 주요 현안을 꼼꼼하게 챙기며 정 시장으로부터 신망을 얻었다.

임 전 부시장도 오랫동안 광양에서 근무하면서 농업 발전을 위해 자신의 노하우를 모두 전수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일하러 했다 면서 아쉬움을 나타냈다. 임 전 부시장의 승진 소식에 축하와 함께 안타까운 탄식도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그 뒤를 이어 광양경제청 투자유치본부장을 역임한 신태욱 전 부시장이 부임했다. 세풍 산단 개발과 도립미술관 건립, 운전면허장 건립 등 굵직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었던 광양시로서는 건설직인 신 전 부시장의 역할에 큰 기대를 했다. 실질적으로 신 전 부시장이 재임하면서 현장을 많이 찾고 관련 업무를 적극적으로 챙기면서 건설직 직원들의 업무량이 대폭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신태욱 전 부시장은 부임 1년 만에 광양을 떠나게 됐다. 이를 두고 직원들 사이에서는 부하 직원들과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에 공무원들 사이에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소문이 돌았다.

한 공무원은“업무적인 면 보다는 신 전 부시장의 개인적인 문제와 직원들 사이에서 불협화음으로 갑자기 광양을 떠난 것으로 알고 있다”며“지나치게 상명하복식 스타일로 일을 처리하다보니 직원들 사이에서 반감이 많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동식 전 부시장 역시 1년 만에 자리를 옮겼다. 문화·관광 분야에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던 문 전 부시장은 재임 기간 동안 문화 콘텐츠 생산과 관련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문 전 부시장 역시 직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특히 문 전 시장과 관련한 유명한 일화가 있는데 이른바‘스테플러’(흔히 말하는‘호치케스’) 사건이다. 그동안 공무원들이 스테플러를 보고서에 찍었을 때 별다른 제약없이 자유롭게 찍었는데 문 전 부시장 부임 후 왼쪽 위 모퉁이에‘1’자로 찍는 것으로 바뀌었다. 공무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문 전 부시장이 간단히 지적만 하고 개선하면 되는데 스테플러 찍는 법과 기본적인 서류 형식 등과 관련해 무려 30여분 가까이 일장연설을 했다고 한다.

여기에다 가볍게 넘어갈 사안에 대해서도 너무 세심한 나머지 일일이 지적하는 모습을 보여 결국 부시장의 이야기가 부하 직원들에게는‘잔소리’로 들릴 수밖에 없었다며 볼맨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최근에는 결재판을 던져 공식 사과를 했으며 결재 시간을 정해놓는 바람에 자유롭게 결재를 받지 못하는 등 여러 가지 불협화음으로 공무원들 사이에서 여론이 악화됐다. 일부 공무원은“문 전 부시장님이 개인적으로 다른 곳으로 가시길 희망하고 있었고 직원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이 나오는 등 여러 가지 복합요인이 있었던 것 같다”며“시장님과 업무적인 관계로 인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전남도 소속 부시장과 지자체 소속 공무원들 사이의 불협화음은 공직 문화가 서로 다르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전남도 사정에 밝은 한 공무원은“도 공무원들은 수직적인 구조로 이뤄져 상명하복 문화가 철저하다”고 말했다. 상사의 의견에 함부로 이의를 제기한다거나 서로 토론하는 방식들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에 비해 지자체 공무원들은 광역단체 보다는 좀 더 자율적인 분위기다. 결국 권위와 형식, 상명하복 문화에 익숙한 도 공무원들과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구조인 것이다. 

신현숙 부시장, 약속 지킬 수 있을까

신현숙 부시장은 지난 4일 부임했다. 전남 지자체 중 여성 최초 부단체장이라는 영예를 얻은 신 부시장은 그러나 광양에서 근무하는 기간은 길어야 1년이다. 내년 6월이면 공로연수에 들어가는 까닭에 광양이 공직생활의 마지막 종착역이다. 이번에 신 부시장이 부임하게 된 배경은 아무래도 보육재단 설립과 아동친화도시 조성, 여성친화도시 만들기 등 시민 복지 분야와 관련이 깊다.

정 시장도 신 부시장 취임식에서“부시장께서 우리 시가 여성친화도시 인증을 받고 시민 복지와 행복을 높여가는데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신 부시장에게 힘을 실어줬다. 신현숙 부시장은 취임사에서“공직 생활의 마지막을 광양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행운으로 생각한다”며“시민들과 소통하는 조직, 따뜻하고 배려가 넘치는 조직, 일과 가정을 양립하는 조직문화를 만드는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신 부시장의 포부처럼 조직을 제대로 꾸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각 부서별 업무 보고를 받고 기관이나 단체에 인사를 하려면 수개월은 걸리는데 업무에 익숙할 때쯤이면 자리를 옮긴다는 것이다.

한 공무원은“우리도 다른 부서로 옮기면 업무파악 하는데 상당히 오래 걸리는데 부시장은 전 부서 업무보고를 받고 파악하려면 몇 개월은 걸릴 것”이라며“과연 1년 근무하는 동안 신 부시장의 약속이 지켜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부시장 임명

자체 승진으로 책임감 확실히 줘야 

이렇듯 부시장들의 잦은 이동은 광양시뿐만 아니다. 전남 지자체 부단체장들이 대부분 1~2년 사이에 자리를 옮긴다. 업무파악하고 적응할 때쯤이면 또 다시 이동하기 때문에 행정 효율성을 기대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지방자치법 110조를 보면‘시의 부시장, 군의 부군수, 자치구의 부구청장은 일반직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되, 그 직급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며 시장·군수·구청장이 임명한다.’고 나와있다.

하지만 여전히 부단체장 임명은 광역단체의 몫이다. 물론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부단체장 인사를 하고 있지만 지자체 공무원들 눈에는 낙하산 인사로 볼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한 고위 공무원은“이제는 부시장도 자체 승진을 통해 공직자들의 사기도 높이고 전문성을 키워야 한다”면서 “지자체에 1~2년 내려와 단체장급 버금가는 대접을 받으면서 언제든지 도로 다시 올라갈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고 지적했다.

그는“사정이 이렇다보니 어떻게 지역에 대한 애정이 있고 열심히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냐”며“자체 승진을 통해 부단체장에 대한 책임과 역할을 확실히 부여하는 것이 지자체 발전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