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광양캠퍼스 유치 가능성은?
포항공대 광양캠퍼스 유치 가능성은?
  • 이성훈
  • 승인 2017.07.14 18:25
  • 호수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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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에 의존한 고 박태준 회장 유치 약속으로는‘한계’

정현복 시장의 10대 공약사업 중 한 가지이자 광양제철소 설립 이후 광양시가 수차례 공을 들여 추진하고 있는 포항공대(포스텍) 광양캠퍼스 유치가 시의 노력만큼 실현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시는 고 박태준 회장의 캠퍼스 유치 약속 발언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이를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따른 근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상태다.

특히 포항공대도 캠퍼스 설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아 광양시의 노력이 성사될지 불투명하다. 시가 증거도 명확하지 않은 고 박태준 회장의 약속에만 의존한 채 지나치게 소극적인 행보를 보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나온다.  

포항공대 광양캠퍼스는 동서통합지대 인재를 강화하고 광양시 산업구조 재편과 신산업 창출을 통한 미래지향적 산업구조를 촉진하기 위해 시가 유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보건대와 한려대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공계 대학이 없는 광양시는 포스텍을 통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개발 이공계 선도대학을 유치, 교육 경쟁력도 높이겠다는 계획도 함께 하고 있다.

포스텍 광양캠퍼스 유치는 정 시장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것인데 별다른 진전이 없어 장기추진 사업으로 분류되어 있다. 시는 지난해 3월과 7월 포항공대를 방문했으며 2014년 두 차례, 2015년 한차례 방문하며 포항공대 측과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 하지만 성과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포스텍은 소규모 대학으로 현재 운영 중인 학과가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어 완전히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거나 캠퍼스 등 학교 팽창을 지양하고 있다. 여기에 신임 총장 취임 후에도 학교 측 입장 변화가 없어 광양시의 방문을 부담스러워하고 방문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광양시에 이익을 주는 방안이 없다며 면담을 회피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광양시만 목마른 사슴이 된 채 포스텍의 눈만 바라보고 있다.

정현복 시장은 이에 대해 고 박태준 회장의 구두 약속이 있었다며 포스코가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 시장은 공약사항 추진 보고회나 포스텍 유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기록에 남아있는 것은 없지만 박태준 회장께서 생전 광양에 포항공대 캠퍼스를 유치하겠다는 약속이 있었다”며“포스코가 박 회장의 말씀을 한 귀로 흘려 보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고 박태준 회장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언제 어디에서 이런 말을 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있지 않아 이를 확인할 길이 없다. 정 시장도 이에 대한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그런 약속이 있었다”고만 언급하는 정도다.

포스코 관계자는“포스텍 유치 때마다 회장께서 약속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관련 문서도 전혀 없고 기록도 없어 우리도 확인할 방법이 없다”며“자료가 남아있다면 대처를 하겠는데 참 난감하다”고 씁쓸해했다.

시 관계자는“그런 약속을 했었다는 이야기만 전해지고 있을 뿐 누가 어디에서 어떤 방식으로 들었는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시장은 이에 포스텍 유치에 대해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 시장은 지난달 공약사항 보고회 자리에서“제가 현직에 있든, 다음 시장이 추진하든 포항공대 광양캠퍼스 유치는 인재육성과 도시 경쟁력 향상을 위해 꼭 필요하다”면서“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는 이에 따라 당장은 어렵더라도 꾸준히 포스코를 설득한다는 계획이다. 올해도 포스텍 방문을 할 예정이지만 학교 측에서 자제를 요청 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해마다 한두 차례 방문하지만 오지 말라는 성화가 갈수록 커져 우리도 학교 방문에 대해 조심스럽다”며“올해 계획이 잡혀 있긴 하지만 언제 방문할 지는 확실치 않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 때문에 시는 포스텍 광양캠퍼스와 관련, 지속적인 방문과 면담, 설득 등을 통해 일단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장기적인 안목으로 접근할 계획이지만 포스텍 광양캠퍼스 유치가 수년 안에 이뤄질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잇따른 유치 실패

대학과 인연 없는 광양시

 

지난 10년 간 광양시는 대학 유치에 사활을 걸었다. 지금까지도 시민들에게 기억이 남는 대학 유치 일화는 무엇보다‘순천대학교 공대’유치였다.

2008년 순천대가 공대를 광양으로 이전한다는 계획을 세우자 광양시를 비롯해 시민들도 대다수 반기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추진 1년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순천시와 순천시민들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것이다.

그후 순천대 글로벌 특성화 대학 유치에 나섰으나 이 역시 실패하고 말았다. 글로벌 특성화 대학은 내신 2등급 이상 학생을 받고 교수진도 노벨상 수준의 세계적인 석학을 초청하는 등 거창한 내용을 담고 있었으나 결국 성공하지 못했다.

여기에다 네덜란드 물류대학과 u-IT 연구소도 잇따라 실패하면서 대학이나 연구소 유치와는 유독 인연이 없었다. 2013년에는 말레이시아 페트로나스 공대를 유치하려고 했으나 또다시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마지막에는 지스트(광주과학기술원) 광양캠퍼스를 유치할 계획이었지만 학교 측이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불투명해졌다. 

 

박 회장 약속에만 의존해선 안돼

 

결과가 좋지 않았지만 어찌됐건 광양시가 공대 유치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온 점은 평가받을 만하다. 시가 그동안 공대나 연구소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이유는 단 하나였다. 명색이 포스코를 중심으로 한 산업도시에 광양항을 가지고 있는 도시가 정작 이를 뒷받침할 공대나 연구소조차 없기 때문이다.

공대를 유치함으로써 도시 경쟁력도 키우고 지역 내에서 활발한 산학 협력을 통해 신산업 창출과 미래지향적인 산업구조를 촉진할 수 있다. 여기에다 초중고생과 시민들을 대상으로 과학체험과 과학강좌 등도 열리면 상상력이 넘치는 광양시를 조성할 수 있는 등 지식과 산업이 결합, 장기 발전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렇듯 공대 유치에 대한 필요성과 절대성 때문에 정 시장도 포스텍 유치를 10대 공약으로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정 시장이 주장하고 있는 박태준 회장의 캠퍼스 유치 구두 약속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우선 구두 약속에 대한 증거도 없는데다 설령 있다 하더라도 포스코와 학교 사정상 변경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정 시장도 포스텍 유치에 대해서는 현재 서두르지 않고 있다. 하지만 언젠가는 꼭 캠퍼스를 유치해야 한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

장기적으로 가야 한다면 시는 박 회장의 약속에 의존하지 말고 왜 유치해야 하는지 철저하게 준비해 포스코와 대학을 설득해야 한다. 그동안 연구소·대학 유치 실패 사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실과 동떨어진 황당한 계획 보다는 제안서를 면밀히 준비해 포스텍 유치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성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