읍내 전경을 한아름 품은 ‘서산’광양읍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
읍내 전경을 한아름 품은 ‘서산’광양읍민들이 가장 사랑하는 산
  • 이성훈
  • 승인 2017.07.14 18:40
  • 호수 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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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근린공원 둘레길 함께 걸으며 이야기꽃 피우는‘사랑방’

취재차 광양읍을 하루에 한두 번 꼴로 자주 가는 편인데 읍에 가면 뭔지 모르지만 항상 푸근한 마음이 든다.

중마동에서 느낄 수 없는 오묘한 감정인데 10여 년이 지나 보니 이제야 그런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요소들을 하나둘씩 알 수 있을 것 같다.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인동로타리 주변을 시작으로 사람과 차가 북적이는 광경들, 여전히 흉내낼 수 없는 광양사람들 특유의 사투리, 오밀조밀 모여있는 골목길, 그리고 10여년 동안 인연을 맺은 다양한 사람들. 비가 후두둑 떨어지면 더욱더 생각나는 광양불고기….

그래도 읍을 갈 때면 가장 푸근함을 주는 장소는 바로 서산과 서천이다. 읍 중심가를 가로질러 흐르는 서천은 계절에 상관없이 늘 사색의 장소가 된다. 벚꽃나무 가득한 서천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상가들이 줄지어 있고 운동과 산책하기 좋도록 조성이 잘 되어있다. 서천을 거닐 때면 늘 이런 생각을 해본다. 서천과 그 주변에 줄지어 있는 아파트를 통째로 들어 서울 한복판에 세워놓는다면 아파트 값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서천 맞은편에는 마치 사람이 모로 누워 지그시 광양읍을 쓰다듬고 있는 것처럼 서산이 기다랗게 자리 잡고 있다.

고을 서쪽에 자리했다고 해서‘서산’이라고 하는데 광양읍에 살고 있는 사람들 중 서산에 오르지 않은 사람은 없을 정도로 읍민들에게 가장 사랑을 많이 받는 산이면서 자긍심을 느끼게 해주는 산이다.

매년 1월 1일 새벽이면 서산은 새해 일출을 보기위한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백운산 처럼 높지 않아 부담스럽지 않을 뿐 더러 동네 바로 옆에 있기 때문에 조금만 일찍 일어나면 부담 없이 새해를 맞을 수 있다.

서산에서 저 멀리 광양만과 읍내 전경을 바라보면 그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진다. 아마 서산이 사랑받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정상에서 바라보는 고향의 모습 때문일 것이다. 정상에 가만히 있으면 저 멀리 초등학교에서 수업이 시작되는 종소리도 들린다.

정상에 도착하면‘희양정’이라는 정자가 탐방객들을 맞이한다. 2009년 1월 건립한 희양정은 2층 7평 규모로 팔각정 형태의 건축물이다. 희양정에는 정자건립‘희양정기’라는 현판이 있는데 명예 정치학박사인 박태상 전 조선대 교수가 기록했고, 박중래 전 광양군수가 현판글씨를, 박기오 전 광양향교 전교가‘희양정기’와 현판의 각자(刻字)를 담당했다.

서산 높이는 250여 미터 남짓한 조그마한 산으로 산책 코스이자 운동 장소이기도 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사랑방 구실도 한다.

그래서인지 광양읍 사람들에게 서산은 아마도 백운산보다 애정이 더욱더 남다르다. 등산 하기에는 조금 낮은 산이고 운동 삼아 가볍게 산책한다는 마음으로 걸으면 정말 좋다.

가는 길 곳곳에는 틈틈이 운동할 수 있도록 체력 단련 기구들과 쉼터가 잘 갖춰져 있다. 서천변 테니스장에서 출발하는 등산로에서는 가는 길마다 누가 세웠는지 모르지만 돌탑들이 가지런히 탐방객을 반긴다.

산 높이가 낮다고 얕봐서는 안 된다. 서천변 테니스장에서 정상까지는 가파른 길의 연속이다. 특히 요즘같이 더운 날에는 산이 높지 않다고 해서 촌놈 마라톤 하듯 뛰어올라 가다가는 사고 나기 십상이다.

천천히 걸으면 모기들 때문에 성가시긴 하지만 나무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과 새소리를 들으며 산길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서산 중턱에 올라 한소끔 숨을 돌리면 정상까지는 계단길의 연속이다.

서산은 여러 갈래길로 둘레길이 조성되어 있어 두 시간 정도면 산책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등산로 입구는 덕례리쪽에서 용문사, 서천테니스장 등 여러 곳이 있으며 용문사에서 들리는 예불소리는 마음을 더욱더 차분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