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폭에 담은 인생…삶의 소중함 다시 한 번 깨달아요”
“화폭에 담은 인생…삶의 소중함 다시 한 번 깨달아요”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09.01 18:32
  • 호수 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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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통해 세상 밖으로 나온 박춘자•정정애•문승희•문명희 씨

오늘은 건강하게 살아있지만 언제 어느 순간 예기치 못한 사고와 병마로 장애를 입게 되는 우리는 모두‘잠재적 장애인’이다. 박춘자(77), 정정애(64), 문승희(58)씨, 문명희(58)씨는 누구보다 열심히 최선을 다해 삶을 꾸려왔으나 중도장애인이 되었고 이제는 광양시장애인복지관에서 그림을 배우면서 희망을 찾고 있다.

이들의 지나온 삶은 고통과 좌절의 연속이었다. 박춘자 씨는 허리협착증 수술이 잘못되어 15년간 고생하다 결국 한쪽다리를 마음대로 쓰지 못하고 지팡이에 의지해 살게 됐다. 정정애 씨는 2006년 1월 교통사고로 목에서 얼굴까지만 움직일 수 있는‘살아있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꾸준한 재활치료를 통해 지금은 혼자 식사를 할 수 있을 만큼 건강을 회복했지만 여전히 휠체어 신세를 져야 한다. 문승희 씨도 갑자기‘뇌경색’으로 쓰러져 장애를 안게 됐고, 문명희 씨도 평소 건강을 돌보지 않아 뜻하지 않은 장애를 안고 살게 됐다.

이들 네 명의 사연은 제각각이지만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며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거친 삶과 마주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지금은 중도장애인이 되어 또 다른 삶의 변화와 맞서고 있다.

그리고 다시…. 남은 생을 행복하게 보내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장애로 인한 후유증과 주위의 편견, 사회와의 싸움에 수없이 지치고 절망도 했지만 그림을 통해 삶의 가치를 깨닫고 희망을 되찾고 있다.

이들은 최근 장애인 문화예술인 발굴을 위해 실시한 제6회 꿈틔움 재단 그림 공모전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는 기쁨을 안았다. 대회에서 문승희 씨는 희망상을, 문명희·박춘자·정정애 씨는 신비상을 받았다. 문승희 씨는 화려하게 핀 꽃을 화폭에 그려넣은‘화려한 젊은 날’을 출품했다.

문명희 씨는 노란 산수유가 아름답게 피어있는 호수의 경치를 표현한‘호수의 봄’을, 박춘자 씨는 마을 앞 개울가 경치를 그린‘바람과 숲과 들’을 선보였다. 정정애 씨는 어린 시절의 즐거웠던 기억을 회상하여 그린‘고목과 아름다운 추억’을 화폭에 담았다

박춘자 씨는“불편함 몸으로 모든 것을 포기하고 무기력한 생활로 팔순을 바라보고 좌절하고 있을 때 복지관에서 한국화를 배우기 시작했다”며“녹음방초 우거진 초여름 날 뜨거운 햇살을 피해 아픈 몸을 지팡이에 의지해 찾은 마을이 너무 아름다워서 화폭에 담았다”고 말했다. 정정애 씨는“옆도 뒤도 돌아볼 시간 없이 치열하게 열심히 최선을 다해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살아왔다. 이제 좀 여유를 찾고 살아봐야지 하다 교통사고를 당해 지체 1급이라는 장애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정 씨는“삶에 대한 희망도 없이 죽는 날만 기다리다가 한국화 수업을 통해 그림에 빠졌고 열정을 쏟으면서 고통을 잊었다. 그래서 이렇게 멋지게 다시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게 됐다. 살아 있는 것에 감사하는 요즘이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젊은 날 세상이 모두 내 것인 줄 알았고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54세의 나이에 찾아온 뇌경색이라는 병마는 나를 세상과 단절시켰다”고 말하는 문승희 씨는‘화려한 젊은 날’이라는 작품을 통해 젊은 날의 자신의 모습을 회상했다.

문명희 씨도“사느라 바빠서 몸이 망가지는 줄도 몰랐다. 평생을 장애로 살아야 한다는 청천벽력 같은 선고를 받고 하늘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고 지난날을 되돌아봤다. 문 씨는“그래도 삶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장애인복지관에 나오게 됐고 그림을 배우며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양옥연 사회복지사는“정정애 씨는 손을 움직이는 것이 쉽지가 않았음에도 적극적으로 수업에 참여했다. 네 사람 모두 최선을 다해 살아왔던 삶처럼 열정을 다해 수업에 참여했다”며“선천적 장애를 안고 있는 사람보다 오히려 중도장애인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기 쉽지 않은데 그림을 배우며 삶의 즐거움과 행복을 찾고 있다”고 전했다.

그림을 통해 삶을 절망에서 희망으로 바꾸고 하루하루 소중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에게 앞으로도 꽃길만 걷는 행복이 이어지길 기원한다. 한편 광양시장애인복지관의 한국화 교실은 장애인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흥미를 높이기 위해 지난 2015년부터 한국화교실 초급, 중급반을 운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