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균영 문학비’건립, 유품 대책도‘절실’
‘이균영 문학비’건립, 유품 대책도‘절실’
  • 이성훈
  • 승인 2017.09.22 18:15
  • 호수 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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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가에 선생 책 가득…관리 방안 찾지 못해‘발만 동동’

광양시가 내년 3월까지 이균영 작가 문학비를 건립할 예정인데 문학비 건립 못지 않게 이균영 선생이 생전에 가지고 있던 수많은 책들과 원고 등 유품들 보관 장소를 빨리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광양읍 우산리 출신의 소설가이자 역사학자인 이균영 작가 문학비를 내년 3월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장소는 우산공원이나 문예도서관사업소 등을 검토하고 있는데 10월까지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본격 추진할 방침이다.

추진위원은 10명 내외로 관계공무원을 비롯해, 후원자, 광양시 문인협회, 언론인, 문화원, 교육관계자 등이다. 추진위가 구성되면 문학비 건립 장소와 문학비 문안, 재질, 규격, 형태 등을 협의해 내년 초까지 문학비 제작 설치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정용균 교육청소년과 교육지원팀장은 “이균영 선생의 문학비를 건립해 고인의 발자취를 기억하고 학생들에게 향토 문학가로서 자부심 부여와 교육적 의미를 되새기도록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양시가 이균영 작가 문학비 건립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선생이 남겨놓은 원고와 책 등 유품 보관에 대해서도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김세광 광양학연구소 위원은 이균영 선생의 한양대 후배로 선생의 중매로 결혼해 현재 복향옥 작가와 봉강에서 하조나라를 운영하고 있다. 김 위원에 따르면 이균영 선생 생가에 생전에 선생이 가지고 있던 책들이 빼곡히 방을 채운 상태로 있다는 것이다. 생가에는 선생의 노모가 홀로 살고 있고 서울에서 선생의 동생이 종종 내려와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지만 아무래도 책을 관리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김세광 위원은“지금도 우산리 안 골목 선배의 집에 가면 그가 남겨놓은 책과 원고를 비롯한 유품이 가득하다”며“가족들은 수많은 책을 기증하려고 하지만 마땅히 기증할 곳을 찾지 못해 안타까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선생의 책을 기증하기 보다는 광양시가 보관 장소를 마련해 그 흔적을 남겨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 위원은“광양이 낳은 천재 문학가 이균영 선생의 유품이 마땅히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며“문학비 건립과 함께 선생의 유품을 보관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법도 연구해봤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문학비와 유품 관리, 문학관 건립 등을 한꺼번에 추진할 수 없지만 이참에 이균영 선생의 유품을 보관·관리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해보자는 이야기다. 김 위원은“예를 들어 도서관에‘이균영관’이라는 코너로 선생이 남긴 책을 시가 받아 보관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지역이 낳은 천재 문학가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긴 유품에 대해 광양시가 적극적인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역 문화인들은 이균영 문학비 건립과 함께 장기적으로 문학관도 건립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회기 광양학연구소장은“지난해 이균영 선생 20주기 추모 세미나도 개최하고 광양중 동문회 책자에도 선생을 소개하는 등 그동안 꾸준히 관심을 갖고 광양시를 설득한 끝에 추모비를 건립할 수 있어서 기쁘게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정 소장은 그러나 추모비 건립으로 끝나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선생의 유품을 보관할 수 있는 장소와 함께 문학관 건립으로 이균영·정채봉·주동후 작가의 흔적을 반드시 남겨 후손들에게 전해야 할 것”이라며“문학관 건립을 마냥 늦출 수만 없다”고 강조했다.

정 소장은“문학비 건립은 우리 지역 문학인들을 재조명하는 첫 단계라고 생각한다”며“광양시가 도립미술관 건립, 2020 문화도시 지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문학관을 건립해 먼저 가신 천재 작가들의 소중한 뜻을 기리고 후손들에게도 광양 문학의 위대함을 전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균영 작가는 1951년 광양읍 우산리 출생으로, 광양중-경복고-한양대 역사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동덕여대 국사학과 교수를 역임했으며,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에서 활동했다.

1977년 단편‘바람과 도시’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했고 1984년‘어두운 기억의 저편’으로 제8회 이상문학상을 최연소로 수상했다. 1993년 ‘신간회연구’로 제8회 단재학술상을 수상했고 1996년 11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작품으로는  △풍화작용 △복강의 그늘 △멀리 있는 빛 △장자와 노자의 나라 △나뭇잎들은 그리운 불빛을 만든다 △떠도는 것들의 영원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