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장난하며 친구들끼리 마음껏 뛰고 웃고…따돌림? 이제는 문제없어요”
“흙장난하며 친구들끼리 마음껏 뛰고 웃고…따돌림? 이제는 문제없어요”
  • 이성훈
  • 승인 2017.09.29 10:23
  • 호수 7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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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놀이터, 일본 가와사키시‘어린이 꿈의 공원’…상담 연계 시스템‘주목’

아동친화도시 조성,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7>

 일본 도쿄 옆에 있는 가와사키시. 이곳에는‘어린이 꿈의 공원’이라는 놀이터가 있는데 어린이와 지역 청소년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이곳에 들어온 어린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일은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 어린이 공원이라고 해서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다양한 놀이기구로 둘러싸인 곳이 전혀 아니다.

어린이들이 자연 환경 속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도록 환경을 조성했는데 흙탕물에서 물장구도 치고 진흙으로 인형을 만들거나 친구들끼리 장난을 칠 수도 있다. 공원 운동장은 넓어 축구나 야구도 할 수 있고 놀이터 곳곳에 아기자기한 통로를 만들어 그곳을 지나가며 놀 수 있다.

우리나라 도심에서 흙 놀이를 하는 공원이 사실상 전무하고 온몸에 흙탕물을 튀기며 놀 수 있도록 부모들이 허락할 수 있을지 우려되지만 가와사키 꿈의 공원은 그야말로 어린이들이 운동을 하고 마음껏 노래를 부를 수 있는 어린이 천국인 셈이다.

가와사키시가 어린이 공원을 조성한 배경에는 아동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려는 시와 시민단체, 교육전문가의 노력이 있었다.

가와사키시의회는 2000년 일본 최초로‘어린이 권리 조례’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어린이 권리 조례는 어린이의 권리신장과 시민입법이라는 중요한 의미를 담고 있다. 조례 내용을 살펴보면 △어린이와 청소년은 모두가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있다 △자신을 지키고 보호할 권리가 있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일 권리도 있다고 조례는 명시하고 있습니다.

가와사키시의회가 일본 최초로 어린이 조례를 통과시킨 것은 당시 사회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 전국적으로 어린이들 사이에 집단 따돌림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지 않으면 안될 상황이었다.

이에 시민단체와 교육 전문가, 공무원 등이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조례 제정에 착수했다. 특히 이 모임에는 어린이와 청소년 대표들도 참가해 자신들의 의견을 제출했다. 아이들의 시각에서 문제를 해결해보자는 가와사키시의 의지가 적극 담긴 것이다.

어린이와 청손년을 포함한 시민단체들은 2년 가까이 200회가 넘는 공개회의를 열고 행정과 학교 운영에 어린이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가와사키시 어린이 위원회’와‘학교교육 추진회의’를 설치한 끝에 2000년 12월 가와사키시 어린이 권리 조례가 제정됐다.

가와사키시는 이 조례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어린이 꿈의 공원’을 조성했다. 조례만 만들지말고 조례가 제대로 구현되는 구체적인 공간이 필요하다는 시민단체의 의견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시민단체와 가와사키시는 머리를 맞대고 좋은 방법을 모색한 끝에 2003년 일본 최초로‘꿈의 공원’을 탄생시켰다.

2003년 7월 23일 개관한 꿈의 공원 규모는 1만㎡, 시설면적은 1800㎡이다. 시설은 용도에 따라 다양하게 활용 할 수 있는 구조로 △실외놀이터 △다목적홀 △유아실 △도서관 △상담실 △동아리실 △관리실 등이 있다.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로 갓난아이부터 청소년까지 무료로 이용 가능하다. 놀이기구는 대부분 폐자재를 활용해 만들었다.

꿈의 공원 특징은 폭 넓은 연령대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이 원하는 시간에 와서 예약 없이 스포츠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는데 지붕 있는 노랑 조명의 스포츠 광장이 눈에 띈다. 여기에 학교 밖 공간으로 등교 거부 학생들이 사용 가능한 공간도 있다. 방음시설, 음악장비가 완비된 음악스튜디오가 2개 있으며 예약제로 개방하고 있다.

유아부모와 자식이 만나는 육아거점 공간도 있다. 이곳에는 침대, 수유공간, 육아정보 코너 등이 있으며 장난감과 그림책, 육아강연 및 간담회도 할수 있다.

어린이 상담 장소도 마련돼 상담기능의 자유공간과 플레이파크 놀이터가 같은 부지 안에 있으면서 연계된 시스템을 갖췄다.

운영예산은 가와사키시 보조금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2003년 7월 개장 이후 우리나라 지자체를 비롯해 일본에서도 각 지자체들과 의원, 청소년 관계단체, 육아관계자, 연구자, 교수 등의 벤치마킹 사례가 폭발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서로 웃고, 놀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집단 따돌림과 같은 사회 문제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는 것이‘어린이 꿈의 공원’의 가장 큰 성과다. 가와사키 어린이 꿈의 공원은 시민과 지자체가 머리를 맞대 미래를 모색하고 그 과정에서 시민들이 원하는 제도를 만들어 일본 지자체의 모범사례로 손꼽히고 있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