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문학에 물들다’<3>
‘광양, 문학에 물들다’<3>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0.13 19:03
  • 호수 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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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격 있는 문화도시, 유네스코 문학도시 광양! 문학관 건립으로…

시의 향기 머금은 한국 최초 유파문학관, 강진 시문학파 기념관

 

시문학 창간을 주도했던 김영랑·박용철·정지용 등 시인들 육필원고 한눈에…

 

 

모란이 피기까지는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으니/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강진군 강진읍 영랑생가 입구에 조성된 시문학파 기념관은 이 땅에 순수문학의 뿌리를 내리게 한 영랑 김윤식과 용아 박용철, 정지용 등 9인의 시문학파 시인을 기념하기 위해 건립한 우리나라 최초의 유파문학관이다.

2012년 3월에 개관한 시문학파 기념관은 왼쪽으로는 영랑생가가, 뒤쪽으로는 세계모란공원이 자리하고 있어 남도답사 1번지로 알려진 강진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다른 문학관과 달리 특정 문학인에 한정하지 않고 한 시대의 문예사조를 조망하는 문학공간으로 2013년 6월에 제 1종 문학전문박물관으로도 등록된 이색 문학관이다.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외우고 또 외우던 아름다운 현대시들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는 이 곳에 들어서면 시문학 창간을 주도했던 김윤식, 박용철, 정지용 3인의 동상이 관람객을 반긴다.

기념관은 2층으로 되어 있으며 1층은 사무실, 2층은 전시실로 되어있다. 2층 전시실은 동선을 따라 이동하면서 현대시의 역사와 시문학파 전후의 한국 현대시를 대표하는 시인들의 작품과 시문학파의 탄생배경, 당시 언론에 보도된 시문학파의 활동까지 한눈에 볼 수 있게 정리돼있다.

전시실 내 시인의 전당에는 9명의 시문학파 시인들의 저서와 육필원고, 문화훈장, 일기장 등이 전시되어 있어 순수시의 장르를 연 시인들의 흔적과 숨결을 느낄 수 있다.

시문학파 동인지 창간호와 2호,3호에 수록된 작품들을 카오스크를 통해 원본을 볼 수 있으며 희귀도서코너에서는 1920~1930년대에 발간된 시집, 문예지 창간호와 1940~1950년대 시문학파 시인들의 작품이 실린 교과서가 함께 전시돼 있어 그 시절 학창시절 국어수업시간을 추억할 수 있다. 시인들의 유족이 시인을 회고한 인터뷰 영상은 떠난 이를 그리워하는 남은 자의 애틋함을 공감할 수 있다.

 

하루 평균 100여명 다녀가는

문학관에 박물관 기능까지 더한 곳

 

강진군은 영랑 김윤식이 태어난 생가 주변에 당시 함께 활동한 시인들을 묶어 문학관을 짓고‘시문학파’라는 우리나라의 문예사조를 한 눈에 확인하는 문학공간으로 조성했다.

시인들의 육필원고, 유물저서와 1920~1960년대에 간행된 문예지 창간호 30여종과 희귀도서 500여권 등 총 5000여 권의 문학관련 서적을 소장하고 있어 해마다 문학관을 찾는 관람객이 늘고 있다.

대한민국 문학관협회는 시문학파 기념관을 2017년 최우수문학관으로 선정했다.

김선기 관장(문학박사)은“모 광역시의 한국 근대문학관은 많은 돈을 들여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골 한구석에 있는 개관 5년도 채 되지 않는 우리 문학관이 선정이 됐다”며“콘텐츠도 물론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운영을 하는지 실속 있는 내부프로그램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우수 문학관에 걸맞게 강진 시문학관은 영랑 감성학교, 영재 인문학교실, 감성 유아스쿨, 인문학 콘서트, 시와 낭만이 흐르는 영랑생가음악회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 중 영랑감성학교는 화.수.목 3~4교시 수업을 교육청과 연계해서 정규 수업으로 진행하고 있다.

김선기 관장은“문학관 자체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 평균 100명이 다녀가는데 이 인원이 어디 가서 밥을 먹고 아이스크림을 사먹겠느냐?”며 “문학관이 매개가 되어 돈을 만들어 내고 있음은 사실이다.‘문학이 밥’이 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이어“문학은 인문학의 정점이다. 문학관이 문학인들의 전유공간이 아니라 지역의 정신사까지 담아내는 문화복합공간이 되어야 한다. 모든 프로그램은 관이 일방적으로 주도하는 문학관이 아닌 주민이 주도하는 철저한 수요자 중심, 고객중심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문학관 중 문학관으로는 드물게 제1종 문학전문박물관 등재와 호남권 거점문학관에 선정되는 등 전국 단위의 문학관으로서 위상을 튼튼히 다져 온 강진 시문학관은 지난 5년간 12건의 공모사업에 선정돼 총 19억 7000여만원의 국비와 도비를 확보했다.

문학관 설계단계에서부터 박사급 문화콘텐츠 전문가를 임용해 2년여 동안 전국 문학관의 사례조사결과를 꼼꼼히 분석하고 맞춤형 모델을 구축한 것이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