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문학에 물들다’<4> 품격 있는 문화도시, 유네스코 문학도시 광양! 문학관 건립으로…
‘광양, 문학에 물들다’<4> 품격 있는 문화도시, 유네스코 문학도시 광양! 문학관 건립으로…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0.20 19:21
  • 호수 7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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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삶에 맞춘 문학관

‘전주의 혼(魂)이 되다!’…관람객 발길 끊이지 않는‘혼불’작가‘최명희 문학관’

 

“처연 이라는 말이 축축해서 삭연 이라는 말이 있는가 하고 사전을 찾았다. 삭연 이라는 말을 사전에서 발견하고 나니 눈물이 쏟아졌다.”

국어사전을 시집처럼 읽고 국어사전에 등재되지 않았던 묻혀있던 순수한 우리말을 치밀한 민속사 고증과 현장취재를 통해 찾아 낸 작가 故 최명희 소설가.

전주의 정체성을 상징하는 단어‘꽃심’도 그의 소설‘혼불’에서 인용할 만큼 최명희는 전주의 정신을 대표하는 소설가라 해도 지나침이 없다. 치밀한 현장취재를 통해 17년간‘혼불’집필에만 매달린‘手工의 작가’최명희의 문학정신을 기리고 계승, 발전시키기 위해 전주시는 지난 2006년 4월, 한옥마을에 그의 이름을 딴 문학관을  개관해 민간에 위탁했다.

연면적 약 481.05㎡에 문학 강연장, 수장고, 창고가 있는 지하 1층과 전시실, 사무실, 마당이 있는 지상 1층의 공간으로 건물 주변에 인공 연못 2곳, 석탑 1기 등 아담하고 단아한 외관을 갖췄다.

‘독락재’라고 이름 붙은 1층 전시실에는 작가의 친필이력서와 친구 이금림 시인에게 보내는 친필 편지, 만년필, 자, 칼, 끈, 가위 등 집필에 쓰던 물건, 10권의 대하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썼다 고쳤다 수많은 수정을 거친 원고지 등이 전시되어 있다.

개관 한 지 10여 년. 최명희 문학관은 문학 강연, 토론회, 세미나, 문학기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사당’처럼 적막한 곳이 아닌 살아있는‘시민밀착형 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을 해내고 있다.

 

‘혼불’에 사로잡힌 의지의 소설가

17년 만에 한 편의 소설 완성

1년간 수정 거쳐 세상에 내놔

 

“글을 쓰지 않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좋을까? 그러나‘혼불’은 나도 어찌하지 못할 불길로 나를 사로잡고 말았다…” 전시실 안 한쪽에 준비된 짧은 영상 다큐를 통해‘써야 하는 것에 대한 의무’를 다하고 간 작가의 마음을 읽으며 관람객들은 감동한다.

최명희는 1947년 전주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마치고 갑자기 가세가 기울어 영생대학 (현 전주대학교) 국어국문과 야간부에 입학해 2년간 공부한 후 모교인 기전여고에 서무직 사원으로 근무했다.

이후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3학년에 편입, 학업을 마치고 기전여고에서 국어교사로 생활하면서 글을 써 1980년 중앙일보에 단편‘쓰러지는 빛’으로 등단하자마자 대표작‘혼불’집필을 시작해 1997년 17년 만에 10권을 완성, 1년간의 수정작업을 통해 세상에 내놨다.

“이런 사람들이 오래오래 살아서 더 좋은 글을 써야 하는데 아깝다”경기전과 부채전시관, 소리전시관이 오밀조밀 모여 있는 한옥마을을 구경하고 문학관에 들른 관광객 중 한 명이 전시실 내 소설가의 이력 앞에 서서 난소암으로 투병하다 1998년 51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을 뜬 작가의 짧은 생애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했다.

문학관 정성혜 학예사는“최명희 소설가의 문학관은 작가의 작품을 중심으로 한 남원의‘혼불문학관’과 작가의 삶에 초점을 맞춘 전주의‘최명희 문학관’두 곳이다. 한옥마을을 찾는 관광객들 중 하루 300~400명, 많게는 2000 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간다”며“학생들은 혼불이 무슨 뜻인지, 소설가 최명희가 누군지 모르고 왔다가 알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국의 여류작가 중 여성으로써 문학관을 가진 작가가 최명희가 유일하다는 최명희 문학관은  가난을 친구 삼은 녹록치 않았던 작가의 고단했던 삶과 흔적을 그대로 담고 있다. 전주시는 한편의 소설을 완성하기 위해 인고의 시간을 견뎌 낸 소설가 최명희를 내세운‘최명희 청년문학상’,‘혼불 문학상’,‘혼불 문학공원’등 문학사업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어린이 역사교실, 혼불 완독 프로그램

문학기행…다양한 프로그램‘인기’

 

‘사당’처럼 적막한 곳이 아닌‘살아있는’문학의 생산 거점으로 만들겠다는 최명희 문학관은 △한해의 소중한 계획과 다짐이 담긴 편지를 쓰면 타임캡슐이 되어 1년 동안 간직하고 있다가 1년 후에 보내 주는‘1년 뒤에 받는 나에게 쓰는 편지’△문학관에서 직접 제작한 엽서에 관람객들이 쓴 엽서를 쓰면 대신 전해주는‘문학관은 우체부, 전주 발, 엽서 한 장’ △1만 2000장 분량의‘혼불’을 릴레이 형식으로 필사하는‘혼불에 각인 된 언어의 돌을 주어 담다, 필사의 힘, 필사의 노력’ 등 여러 가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지난 19일은‘녹슨 철길’,‘일어서는 땅’,‘느티나무 타기’등 5.18과 6.25를 통시적으로 조망한 문순태 소설가를 초청해 문학 강연을 열고 전주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인문학적 사고와 문학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등 문화와 문학의 열린 공간으로 충분히 활용하고 있다.

정성혜 학예사는“어린이 역사교실, 문학기행, 시민들의‘혼불’완독을 돕기 위한‘꽃심소리’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독서에 대한 관심은 물론 전주 지역 출판문화에 까지도 좋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전주에 주소를 둔 문인들 뿐 아니라 전라북도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역량을 강화하는 거점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그램을 다양화 하는 등 문학관 내부의 노력도 있지만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시의 적극적인 관심이 문학관 운영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