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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양뉴스
  • 승인 2017.10.27 18:27
  • 호수 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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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태 광양문화원 부원장

독서

 

보름달이 둥글고 가장 큰 추석대보름에 반쪽의 송편을 빚은 우리조상들은 무엇으로 반을 채우기를 빌며 어떤 완성을 소망하였을까? 새가 양 날개로 날고 사람이 두발로 걷듯, 가을의 물질적 풍요로움을 보며 정신적 성숙을 위한‘독서’라는 단어를 습관처럼 다시 한 번 생각 해 보게 된다.

사람들이 갖는 생활습관 중에서 독서 또한 일상처럼 실행하는 사람과 미루어두는 사람 사이에 가장 극명하게 그 소중함과 즐거움의 느낌이 상반되는 경우도 없을 것이다.

텔레비전과 휴대폰에 기대며 사는 요즈음이지만, 누군가는 나이가 들면“싱그러운 우연이 내게 선물처럼 찾아와주길 기다리는 천진함이 이제는 남아있지 않다”고 말하나, 하늘이 높고 맑은 이 계절에 볕 발 좋은 어딘가 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역사 속에서 공자는 유가의 성전이라는‘논어’의 첫머리를“배우고 때로 익히면 즐겁지 아니 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는 말로 열고 있다.

‘주역’책을 매는 가죽 끈을 세 번 갈아 끼우고(韋編三絶), 책 읽는 즐거움에 밥 먹을 때를 잊고 살았다(發憤忘食)고 한다. 우리조상들도 한때 가격이 쌀 한 말 값에 달하는 책을 소중히 아꼈다. ‘소학’을 매일 40년을 읽어‘심소학’이라는 별명을 달고 산 이도 있었고, 조선말 이덕무는 책만 읽어 세상물정에 어둡다(看書痴)는 비아냥을 들으면서도 학문이 높은 경지에 이르고, 북학파의 일원으로 청나라의 발달된 문물을 받아들여 농업과 상공업을 발달시키고 이를 통해 부국강병과 백성들의 보다 나은 의식주 생활을 이룩하고자 노력하였다.

18세기경에는 책을 빌려주는 세책방이 크게 유행하였고, 전기수라 하여 입담과 재치로 책을 읽어주며 돈을 받는 직업을 갖는 이가 있었다.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에서 책읽기를 중단하면 청중들은 궁금증을 견디지 못하고 돈을 던져주었는데 이를 요전법(邀錢法)이라 하였다 한다.

사람들은 시를 낭송하듯 독서가 참으로 소중하다는 말들을 면면이 이어오고 있다.

독서는 오만과의 투쟁이다. 역사란 읽는 자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독서는 나를 짓기 위한 끝없는 과정이다. 읽는 행위야말로 생각의 근육을 기르는 운동이다.

진정한 독자만이 철자와 언어의 경이에 여전히 매료당한 채 살아간다. 독서는 내밀한 자기와의 대화이며 오롯이 혼자만의 황홀경으로 들어가는 좁은 길이다.

일본의 인기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설령 조금 불행하다 해도, 다른 사람들에게 미움 좀 받는다 해도 책을 읽는 인생이 훨씬 좋다고 했다.

전안나는 『1천권 독서법』에서“정말 죽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매일 책 한권씩 3년간 천권을 읽었는데 100권을 읽으니 마음이 안정되고, 300권을 읽으니 미움과 원망이 사라지고, 500권을 읽으니 새로운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생기며, 천권을 읽으니 자신감과 희망이 생기는 180도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하였다.”고 쓰고 있다.“독서는 관객이 연주하는 유일한 예술로 자발적·능동적 몰입을 통해 한사람의 내면에서 낡은 인격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인격을 창조하는 일이다.”뇌 과학 분야의 최근 연구는“독서를 통해 인간은 어휘 등 표현력이 좋아질 뿐만 아니라 미각과 후각, 촉각 등 오감이 예민해지고 타자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커지며, 느닷없는 문제에 대처하는 힘이 강해진다.”고 발표하고 있다.

최근 정부발표에 의하면 1년에 1권 이상 책을 읽는 사람의 비율이 연평균 1%씩 줄고, 특히 2013년 기준 OECD 국제성인역량조사에서 우리나라가 연령증가에 따른 독서율 하락이 가장  뚜렷한 나라로 평가 되었다.

이는 어느 나라보다 자살률이 높고, 기대수명보다 건강수명, 행복수명이 짧으며 총체적 국민행복 지수가 낮은 원인 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독서는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최적의 수단이고, 인간의 권리이자 의무이며, 자연의 이치와 현실을 올바르게 인식하고 스스로를 이해하여 마음의 평정심을 찾고 유지하는 최선의 길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