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진월면사무소…농촌 활성화 사업 명분‘철거’위기
옛 진월면사무소…농촌 활성화 사업 명분‘철거’위기
  • 이성훈
  • 승인 2017.11.03 19:45
  • 호수 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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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문화계“활용방안 찾아야”·시“문화재 전문가 자문 받겠다”

6.25가 지난 후 1956년 지은 것으로 보이는 옛 진월면사무소가 농촌 개발사업을 명분으로 철거 위기에 놓였다.

철거를 반대하는 지역 문화계 측은 “가뜩이나 문화자원이 부족한 광양이 또다시 개발을 빌미로 소중한 문화자원을 없애려고 한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옛 진월면사무소를 보존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자 광양시 문화예술과는 문화재 전문가의 자문을 받고 추후 입장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광양시는 옥곡·광영·진상과 더불어 진월면을 대상으로 한‘농촌중심지 활성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데 그 대상지에 옛 진월면사무소 일원이 포함됐다.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은 농림부 국비 사업으로, 면단위 농촌중심지 등 농촌지역 배후마을과 도시를 연결해 농촌공동체를 복원하는 사업이다.

시는 진월면에 2020년까지 60억원을 들여, 복지센터, 밤거리조성, 중심가로경관정비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옛 진월면사무소 자리에는 복지센터를 지을 계획이다.

진월면 관계자는“농촌활성화사업 위원회를 비롯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어본 결과 대부분 옛 건물을 허물고 이곳에 복지센터를 짓자는 의견이 대다수였다”면서“근대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면 모르겠지만 문화재도 아니어서 철거하자는 여론이 높다”고 밝혔다. 현재 옛 진월면사무소 건물은 예비군 중대 물품을 보관하고 있는 장소로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문화계에서는 반발이 거세다. 가뜩이나 문화자원이 없는 광양시가 그나마 가지고 있는 것도 없애려고 한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특히 진월면은 윤동주 원고 보존 가옥이 있고 임진왜란 때 판옥선을 만든 곳, 오사리 돈탁마을은 출토된 신석기 시대 유물인 패총과 빗살무늬 토기편, 패각, 선소 고인돌 등 다양한 문화자원이 있다. 옛 진월면사무소도 문화자원과 함께 활용한다면 문화적 가치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수영 전 향토문화연구소장은“개발을 명분으로 철거하기 보다는 광양읍이 옛 읍사무소를 활용해 광양역사문화관을 만든 것처럼 진월면사무소를 활용한 진월역사문화관을 조성해 사진이나 실물 등을 전시·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전 소장은“면사무소로 활용하는 동안 슬레이트 지붕 교체 등 수선흔적 등을 이유로 근대문화유산에 등재되지는 못했다”며“진월이 품고 있는 역사적, 학술적, 향토적 소재가 넘치는 만큼 옛 면사무소를 진월역사문화관으로 보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종현 광양문화원 사무국장은“하나라도 더 남겨서 문화 교육의 장을 펼쳐야 할 광양시가 개발을 빌미로 옛 것을 자꾸 없애려고만 하는 현실이 너무 안타깝다”며“제발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만이라도 제대로 지켰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김 사무국장은“문화원 이사들과 논의해 엣 진월면사무소 철거에 대해 광양문화원의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지역 문화계의 철거 반대 여론이 일자 광양시도 한발 물러난 상태다. 이 사업은 도시과에서 추진하고 있는데 현재 면사무소 철거와 관련 문화예술과에 의견을 의뢰한 상태다.

문화예술과 관계자는“조만간 문화재 전문가를 초청, 옛 진월면사무소를 다시 한 번 조사한 후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진월면 관계자는“보존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는 만큼 이장단과 사회단체 등 진월면민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의견을 물어보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