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 대한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체험기
광양 대한노인요양원 요양보호사 체험기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1.03 20:01
  • 호수 7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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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자식을 위해 살아온 삶,이제는 기억 잃고 힘없는 어린아이…”

 “다양한 형태의 치매국가책임제 도입계획, 하루 빨리 시행되었으면…”

죽을 때까지 건강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한 생일까? 평균수명이 짧았던 농경시절,‘치매’라는 것을 겪지 않고도 생을 마감할 수 있었지만 초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고, 멀지 않은 미래에는 기대수명이 120세를 내다본다고 하니 이제는 오래 사는 것이 ‘축복’이 아니라‘재앙’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올해 기준 노인인구는 전체인구 중 13.8%인 708만 명, 치매환자는 72만 명이라고 한다. 치매 인구가 늘어남과 동시에 가족갈등과 해체, 조기퇴직에 동반자살에 이르기까지 심각한 사회적 현상 또한 점점 증가하는 등 치매환자가 있는 가정은 금전적인 문제는 물론 정신적인 고통을 안고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가족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환자는 남은 생을 우울하게 마무리 할 수 밖에 없는 병,‘치매’.

극복하기는 어렵겠지만 요양원,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 등 보완장치를 통해 환자와 가족의 고통을 덜어 일상을 보호하고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다.

광양읍 목성리 조용한 골목에 위치한 대한노인요양원은 노인복지전문가가 되기 위해 늦은 나이에도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사회복지학 석사학위와 법학박사를 취득한 천강란 원장이 운영하는 노인 주·야간 보호시설이다.

대한노인요양원은‘정신을 놓고 건강을 잃은’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하기 위해 햇볕이 종일 머무는 요양원 주변에 색색의 장미를 심고 간호사와 함께 낮에는 4명, 밤에는 2명의 요양보호사가 세심하게 어르신들을 보살피고 있다.

아픈 어르신들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일은 때로는‘힘들다’는 말로는 표현이 안 될 만큼 거칠고, 무척 힘이 드는 일임을 잠깐 동안의 체험을 통해 느꼈다.

간호사가 조석으로 어르신들의 혈압과 맥박, 체온을 체크하는 등 기본적인 의료행위가 끝나면 요양보호사들은 어르신들의 이부자리와 대소변을 확인해 청결을 유지하고 식사와 산책을 돕는다.

시설에 있는 어르신들의 경우 몸이 많이 불편하기 때문에 24시간 밀착 관리를 해야 한다. 식사보조, 오물 치우기, 산책, 활동보조 등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에 재가 서비스를 하는 보호사들보다 더 힘들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소변배출이 되지 않아 소변 줄을 꽂고 계시는 어른들을 돌보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간호사의 설명을 듣고 어르신들이 계시는 방을 순회하며‘공기압 에어 마사지 장화’를 신겨드리고 타이머를 30분에 맞춰 놓았다.

간호사는“치료가 아니고 그냥 시원하게 해드리는 것뿐인데 어르신들이 좋아하신다. 심리적으로 위안을 드리기 위한 것도 있다”며“지금보다 더 건강하셨을 때 물리치료를 하셨던 어른들은 공기압 마사지 장화를 신고 있는 그 30분을 행복해 하신다”고 말했다.

어르신들에게 마사지 장화를 신겨놓고 다른 어르신들의 산책을 도왔다. 면역이 떨어진 어르신들은 환절기에 감기를 특히 조심해야 하므로 창문이 열려 있는지 꼼꼼한 확인들이 필요하다. 산책을 나갈 때는 더 그렇다.

박 할머니에게 산책을 시켜드린다 했더니“나 금방 나갔다 왔는디 뭣하려 또 나가?”하고 안가겠다고 살짝 애교 섞인 실랑이를 하려 하신다. 치매로 기억을 잘 하지 못하는 모양이다.

박 할머니는 올해 98세, 들어오신지 1년이 조금 안됐다고 한다. 21명 어르신들의 환경과 모든 상태를 섬세하게 꿰고 있는 천강란 원장은“그래도 박 할머니는 다른 어르신들에 비해 인지기능도 살아있고 그나마 상황이 좋은 편이다”고 말했다.

백발이 성성한 박 할머니는 꽃을 만지며“아이고 이쁘다, 꽃 키울 때가 좋아”하신다. 휠체어를 밀며“할머니 배고프죠?” 물으니“배 안고픈 사람이 있는가, 참말로 멍청이 같은 소리를 해쌌네”해서 함께 걷던 요양보호사와 함께 한바탕 웃었다.

할머니는 건강하셨을 적 긍정적인 마음으로 참 씩씩하게 살아 오셨겠구나! 했다. 일흔 살도 안 되어 파킨슨을 앓아 몸이 심하게 굽어 혼자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젊은 할머니의 사연은 마음을 아프게 했다. 투병한 지 20여년, 할머니 몸은 뼈만 앙상했다. 자식과 남편이 지극정성으로 어머니와 아내를 보러온다고 한다.  

할머니를 산책시키고 들어와 초점 없는 눈으로 티비를 보고 있는 할머니의 배식을 도왔다. 나물을 잘게잘게 가위로 잘라서 야채를 갈아 쓴 죽을 드셔야 하는 할머니는 시력이 약해서 혼자서 숟가락질을 못하신다.

한참 만에 죽 한 그릇을 다 드시게 하고 빈 그릇을 배식대에 놓고 와서 연약한 장에 탈이라도 날까 염려되어 부드럽게 등을 두어 번 쓸어내려드렸다.

이 세상에서 이미‘엄마’와 만날 수 없는 어느 자식들은 엄마의 모습이 늘 그립다. 정신이 흐려져 자식을 알아보지 못한다 해도 그리움에 사무친 이 세상의 자식들은 엄마의 쭈글한 손을 만질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할지도 모른다.

사명감 없이는 할 수 없는 요양보호사의 일. 따뜻하고 친절한 간호사와 자신의 부모를 모시듯 어르신을 돌보는 요양보호사의 수고로움이 존경스러웠다.

일찍 혈압으로 쓰러져 한손을 쓸 수 없는 일흔 여섯 어르신은 자신의 생이 너무 억울하기만 하다고 말한다. 한 손으로 어렵사리 밥과 국, 반찬을 맛있게 드시는 어르신의 식사를 돕고 식판을 걷어 이동 배식대에 갖다 놓고 어설픈 체험을 마쳤다.

한때 열정을 다해 당당하게 생을 살아오셨을 어르신들. 치매로, 중풍으로, 뇌졸중으로 갑자기 쓰러져 누구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어르신들의 모습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치매에 걸려 가족들에게 짐이 되지 않으려면 건강관리를 잘해야 하고, 가족의 힘으로 돌봄에 한계가 있는 치매환자들을 위한 치매안심센터 확대, 의료지원 강화 등 다양한 형태의 치매국가책임제를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하루 빨리 시행되었으면 좋겠다고 느낀 소중한 체험이었다.

바쁘고 귀찮았을 텐데 체험할 수 있게 배려해 준 대한노인요양원 천강란 원장님을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어르신들의 건강을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