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서문식 광양시 경제복지국장
단상, 서문식 광양시 경제복지국장
  • 광양뉴스
  • 승인 2017.11.09 18:41
  • 호수 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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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을 따면서

가을이 깊어 가면 갈수록 유독히 떠오르는 시골풍경중 하나는 감이 빨갛게 익어가는 것이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붉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모습은 언제 봐도 정겹고 흐뭇하다.

멀리서 보면 빈 가지 끝에 꽃이 피어있는 참 아름다운 그림같이 보이기도 하는데, 까치밥 몇 개 달려있는 감나무는 더 아름답다. 또한 감나무는 집안 또는 집 가까이에 있기 때문에 우리와는 너무나 친숙한 나무이고 과일이다.

배고픈 시절에는 떨어진 풋감을 주워서 물에 담갔다가 맛있게 먹었던 추억도 다들 있을 것이다. 감은 단감, 홍시, 곶감, 감말랭이, 감식초 등 여러 가지 방법과 맛으로 먹을 수가 있다. 다만 올해도 감이 풍년이어서 고민 아닌 고민을 한다.

비타민과 타닌 성분이 많이 들어있어 감기예방과 소화기질환, 숙취해소, 혈관정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하니 맛있는 감 많이 사 먹음으로써 농민들에게 다소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며칠전에는 시골집에 가서 감을 땄는데 그때 잘 익은 감을 따면서 두 가지를 생각해 봤다.

첫째는 감 하나가 봄철 감꽃에서부터 시작하여 여름철 풋감을 거쳐 가을철 곱게 잘 익기까지는 모진 비바람과 가뭄 등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다.

젊은 시절 수많은 고난과 역경을 이겨냈던 열정이. 빛이 없는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그 신념이 결국은 아름다운 삶으로 만들어져서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 아닌가. 이렇듯 곱게 익어가고 아름답게 물들어가는 삶은 나이가 들어 갈수록 더 필요하고 절실하다.

젊었을 때 배우고 익혔던 노하우를 후세에 물려주고, 가슴속에 담아놨던 사랑을 곳곳에 나누어 주는 일 그리고 움켜쥐고 있는 것 보다는 하나 둘 비워가는 삶을 사는 것이 바로‘아름답게 물들어 가는 인생’이 아닐는지, 참 곱게 나이 들어가는 것이 아닐는지 생각해 봤다.

둘째는 이웃에 대한 배려와 베품을 생각했다.

감은 과일 중에서도 일 년 중 가장 늦게 수확하는 과일이다. 감을 수확하고 나면 바로 추운 겨울이 온다. 그래서인지 농촌 사람들은 감을 따면서 다 따지 않고, 추운 겨울 배고픈 새들을 위해서 몇 개씩 남겨두웠다. 이게 바로‘까치밥’이다. 자연과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농촌 사람들의 배려와 베품, 생명을 존중하는 마음이 잘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현대 사회는 자본주의 경쟁사회다. 수많은 사람들이 각기 다른 종류의 직업을 가지고 다양하게 살아가고 있다. 그렇게 때문에 빛과 그림자가 어쩔 수 없이 나타난다.

잘나고 잘사는 사람도 있고,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고,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렇지만 우리는 모두 한 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닌가.

가을철 산이 아름다운 것은 큰 나무 작은 나무, 반듯한 것 구부러진 것, 붉은 단풍, 노란 단풍이 함께 어우러져 있기에 더 아름다운게 아닌가.

이왕 살아가는 것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며 손가락질 받으며 사는 것 보다는 남을 배려하고 이웃에게 베품을 실천하고, 감사하며 사는 삶이 얼마나 아름다운 삶이며 소중한 가치인가.

‘까치밥’에 담겨있는 옛 조상들의 넉넉한 마음과 인정을 다시 한 번 생각하면서 우리 사회 곳곳에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가 넘쳐흘렀으면 참 좋을 텐데 생각해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