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파트‘내진설계’는 되었나?
우리 아파트‘내진설계’는 되었나?
  • 이성훈
  • 승인 2017.11.24 14:22
  • 호수 7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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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건물은 설계 의무…시청조차 내진설계 안돼

수능시험을 일주일 연기할 정도로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5.4규모 포항 지진이 발생한지 10일이 지난 가운데 우리 지역 각종 건물에도 내진 설계가 어느 정도 되어 있는지 시민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양신문이 이번 포항 지진을 계기로 광양시청을 비롯한 관공서 건물, 아파트 등 공동주택들의 내진설계 현황을 살펴본 결과 최근 생긴 2층 이상 건물들은 내진설계가 의무적으로 되어있는 반면, 20~30년 이상 오래된 공동주택의 경우 내진설계는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광양시가 사용하고 있는 건물들 중에는 중앙하수처리시설을 제외하고 본청 건물을 비롯해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건물은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88년부터 내진설계 의무, 점차 강화

 

정부가 지정한 우리나라 지진구역은 Ⅰ구역과 Ⅱ구역으로 나뉜다. Ⅰ구역은 서울시를 비롯한 6대 광역시와 경기도, 강원도 남부, 충청남북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북동부, 경상남북도이며 광양시는 이곳에 속한다. Ⅱ구역은 Ⅰ구역을 제외한 구역이다. 건축물 내진설계는 1988년부터 의무대상으로 지정된 후 꾸준히 확대됐다.

내진설계 의무 대상이 88년에는 6층 이상 또는 10만㎡ 이상이었는데 95년에는 6층 이상 또는 1만㎡이상으로 강화됐다. 200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1000㎡ 이상으로 더욱더 강화되었다가 2015년에는 3층 이상 또는 500㎡ 이상으로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더욱더 강화됐다. 지난 2월에는 2층 이상 또는 500㎡ 이상 건물은 무조건 내진설계를 해야 한다.

건축과 관계자는“최근 들어선 건물들은 내진설계를 통과해야 허가가 난다”면서“특히 올해 2월 법이 강화돼 2층 이상 건물은 무조건 내진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내진설계 심사는 공무원이 하는 것은 아니다. 공무원들도 건축 전문가들이 아니기 때문에 건축구조기술사가 해당 건물의 내진설계 현황을 살펴보고 통과를 시키면 지자체에서 이를 바탕으로 허가를 내주는 구조로 되어 있다.

건축물 내진등급은‘특/1/2/3’등급으로 나뉘는데 건축물의 중요도에 따라 등급이 매겨진다. 특급은 연면적 1000㎡ 이상이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 지자체 청사, 외국공관, 소방서, 종합병원 등이 속한다. 

2등급은 연면적 1000㎡ 미만인 위험물 저장 및 처리시설, 지자체 청사 등이며 연면적 5000㎡ 이상인 공연장, 집회장, 아동시설, 노인복지시설, 5층 이상 숙박시설, 오피스텔, 아파트, 학교 등이다.

2등급은 특등급과 1등급에 해당하지 않는 건축물이고 3등급은 농업시설물, 소규모창고, 가설구조물 등이 속한다.

이런 기준들을 적용하면 80~90년대 사업이 승인돼 지어진 아파트들은 대부분 내진설계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다. 시 관계자는“88년부터 내진설계 의무대상이 시작됐지만 이후에 지어진 오래된 아파트들의 경우 5층에 면적도 기준치에 미치지 못한 경우가 많아 내진설계 적용대상이 아닌 아파트들이 많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90년대 후반부터 승인 된 아파트들은 대부분 내진설계 의무적용대상에 포함되어 있다”면서“올해부터는 2층 이상 건물은 무조건 내진설계를 하도록 되어 있어 갈수록 내진설계에 대한 지자체의 감시는 철저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내진설계 의무대상 건물인지 알아보려면 인터넷‘우리집 내진설계 간편조회 시범서비스’에 들어가서 주소를 입력하면 알 수 있다.  

 

내진설계 강도, 명확히 알기 어려워

 

내진설계와 함께 내가 사는 아파트가 진도 얼마까지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내진설계 진도 규모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대답할 근거가 없다. 시 관계자는“이번 경주 지진 이후 시민들로부터 자신들이 사는 아파트가 진도 몇까지 견딜 수 있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았다”며“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6.0, 7.0 등 시민들이 알기 쉽게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공무원들이 내진설계가 어느 정도 지진 세기에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 답할 수 있으려면  내진설계를 심사하는 건축구조기술사로부터 답을 들어야 하는데 워낙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공무원들도 이해를 못한다고 한다.

시 관계자는“우리가 쉽게 진도 몇에서도 견딘다는 뉴스를 방송에서 접하지만 이는 예시일 뿐”이라며“실질적으로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전문가들이 지진세기와 건축물의 강도 등 여러 기준을 놓고 계산해야 하는데 말로서는 시민들에게 절대 설명할 수도 없고 우리들도 이해할 수 없는 수준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지진이 일어날 경우 사람이 넘어지면 위험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며“어느 건물이 진도 몇에 견디는지에 대한 데이터는 나와 있지 않다”고 밝혔다. 최근 지은 48층 e편한세상 아파트는 진도 8에도 견딜 수 있도록 내진설계를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진설계 건물 통합 관리 필요

 

공공건물의 내진설계 반영은 어떠할까. 정작 광양시청을 비롯한 사업소, 2청사 등 광양시 건물들은 중앙하수처리시설을 제외하고 내진설계가 되어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지진이 발생하면 안전총괄과 재난안전팀에서 담당한다. 하지만 안전총괄과가 있는 본 청사마저 내진설계는 무풍지대다. 시 관계자는“중앙하수처리장외에는 청사 건물에 내진설계된 곳이 없다”면서“아무래도 건물들이 오래돼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중앙하수처리시설은 올해 국비 4억원과 시비 5000만원을 들여 내진보강공사를 추진하고 있다. 시는 2015년 내진성능평가 용역결과 지진대비 내진보강이 필요해 구조물 내외벽 보강으로 시설물 안전성을 확보하기로 했다.

박종우 중앙하수팀장은“올해 중앙하수처리시설 내진보강공사를 마치고 내년에는 5000만원을 더 확보해 태인폐수처리장 내진 보강을 실시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내진설계 건물에 종합적인 관리가 전혀 안되어 있다는 점이다. 아파트의 경우 건축과 공동주택허가팀에서 담당하지만 나머지 상업건물이나 공공건물, 각종 시설들은 건축허가팀에서 담당하고 있다. 청사관리는 회계과에서 담당하고 있다. 건축허가는 각 부서별로 담당하더라도 내진설계 현황 등 안전에 관한 정보는 안전총괄과에서 파악해 우리지역 건축물 안전지수는 어느 정도인지 효율적인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