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옥경의 논술교실[120]
박옥경의 논술교실[120]
  • 광양뉴스
  • 승인 2017.11.24 14:33
  • 호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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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 박옥경 (광양중진초등학교 방과후논술교사)

편지의 대상이 생명이 없는 무생물일 때 더 재미있는 상상을 많이 하게 되죠.

한준혁 학생은 평소에 바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많았나 봐요. 고마운 마음과 앞으로 바라는 마음을 바람에게 잘 전달하고 있어요. 편지는 편지의 형식에 맞게 써야 하고 대상에 맞는 말투로 써야 한다는 건 다 알고 있을 거예요.

편지 쓰는 목적을 넣어주면 진심을 전달하는 데 더욱 효과가 있으니 이 점을 주의하면서 쓰면 좋겠어요.

사람이 아닌 것에게 편지를 쓸 때는 사람처럼 이야기 하면서 끝까지 끌어가는 게 중요해요. 

 요즘 단풍도 들고 산도 계곡도 예쁜데 단풍에게 혹은 가을 산이나 계곡에게 편지를 써보세요. 상상의 주머니가 엄청나게 커질 거예요.

 

 

<편지>

광양중진초등학교 4-1 한준혁

 

바람에게

바람아 안녕?  나는 준혁이야.

너를 생각하면 항상 고마워서 이 편지를 써.

저번 토요일에 친구들과 축구하고 나서 땀이 많이 나고 더웠는데 바람아 네가 어떻게 알고 불어주어서 정말 고마웠어. 너는 내가 땀나고 더울 때 항상 나를 찾아오더라. 더운 계절에는 시원하게 찾아와서 더 고마워. 그런데 너무 더워서 그런지 여름에는 네가 뜨거워졌어. 네가 뜨거워지니까 숨이 막혔어. 잠도 못 자고 힘이 들었어. 더운 계절에 뜨거워지지 말고 얼음처럼 시원하게 나를 찾아오면 좋겠어.

요즘은 네가 조금 차가워졌지만 낙엽을 떨어뜨리게 해서 땅을 예쁘게 만들어 주어 보기 좋아. 노란 잎 빨간 잎들이 하늘로 올라가기도 하고 운동장을 빙빙 돌기도 하고 공원을 아주 예쁘게 만들어서 고마워. 너는 참 일을 많이 하는 것 같아.

그래도 나를 시원하게 해줄 때가 제일 좋아. 아빠랑 산에 올라갔을 때 땀나고 덥고 힘들어서 헉헉거렸는데 네가 또 시원하게 해주었어. 그 때‘바람은 내가 필요할 때 와서 시원하게 해주는 신기한 친구구나’하고 생각했어.

바람아, 네가 없다면 나는 축구도 못하고 산에도 못 갈 거야. 땀이 자꾸 나는데 그걸 누가 너처럼 시원하게 해주겠니? 또 땅이 낙엽으로 그렇게 예쁘지도 않을 거야. 네가 낙엽을 여기저기로 옮겨 놓아서 더 보기 좋아.

바람아, 앞으로도 내 옆에서 시원하게 해주면 고맙겠어. 추운 계절에는 너도 엄청 차갑지만 그래도 나는 네가 좋아. 추운 계절에는 따뜻하게 오고 더운 계절에는 시원하게 오는 방법을 연구해 봐. 그럼 너를 더 좋아할 거야.

오늘도 축구할 때 나를 찾아오길 바래.

바람아 잘 있어.

 

2017년 11월 20일

준혁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