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시 읽는 월요일
  • 광양뉴스
  • 승인 2017.11.24 14:36
  • 호수 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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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유미경

ㆍ『시와 의식』수필 부문 신인상 수상.

ㆍ『문학 세계』시 부문 신인상 수상.

ㆍ『한국소설』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ㆍ한국문인협회회원,

ㆍ한국소설가협회회원

ㆍ광양문인협회회원.

ㆍ수필집『사랑의 나이테』발간

ㆍ한국문인협회 광양지부 사무국장(현)

ㆍ논술·독서토론 방과 후 교사(현)

 

일탈

 

조금,

 아주 조금이야

 

 눈곱만큼 먼지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적게 아주 미세하게

미끄러져 나갔다 되돌아 왔어 그날따라 바람 분 게 원인이었어

머리카락 날리고 옷자락 들치고 가슴 속까지 불어 들어와

몸뚱어리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삐걱거리게 된 거야

물론 안간힘 쓰며 버티었지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상상 못할 거야

온 몸에 식은땀 비 오듯 흐르고 다리에 굳은 알 배이도록 용 썼는데도

버틸 수 없었어 그냥 조금 삐꺽 한 것뿐인데 넘어지고 말았어

그래 알아 다 알지 일어서면 된다는 거 일어설 수 있었어

그런데 일어서고 싶지 않았어 너무 편안했거든 행복해졌거든

넘어져 올려다 본 하늘 참으로 아름다웠거든

언제 저처럼 부시고 아름다운 하늘 보았던가 기억나지 않았어

시간이 정지되었으면 했어 몸뚱어리 그대로 굳어져

도망칠 수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언제 내가 하늘 쳐다보며 살았을 거 같아?

정말 내 머리 위에 하늘, 가을 하늘이 있다면 하이힐 뒷굽 갑자기 절단 난 순간,

그런 순간 자주 왔으면 좋겠어.

 

 그래,

 조금이야 아주 조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