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유미경
ㆍ『시와 의식』수필 부문 신인상 수상.
ㆍ『문학 세계』시 부문 신인상 수상.
ㆍ『한국소설』소설부문 신인상 수상
ㆍ한국문인협회회원,
ㆍ한국소설가협회회원
ㆍ광양문인협회회원.
ㆍ수필집『사랑의 나이테』발간
ㆍ한국문인협회 광양지부 사무국장(현)
ㆍ논술·독서토론 방과 후 교사(현)
일탈
조금,
아주 조금이야
눈곱만큼 먼지만큼 아니 그 보다 더 적게 아주 미세하게
미끄러져 나갔다 되돌아 왔어 그날따라 바람 분 게 원인이었어
머리카락 날리고 옷자락 들치고 가슴 속까지 불어 들어와
몸뚱어리 비틀거리기 시작하면서 삐걱거리게 된 거야
물론 안간힘 쓰며 버티었지 넘어지지 않으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상상 못할 거야
온 몸에 식은땀 비 오듯 흐르고 다리에 굳은 알 배이도록 용 썼는데도
버틸 수 없었어 그냥 조금 삐꺽 한 것뿐인데 넘어지고 말았어
그래 알아 다 알지 일어서면 된다는 거 일어설 수 있었어
그런데 일어서고 싶지 않았어 너무 편안했거든 행복해졌거든
넘어져 올려다 본 하늘 참으로 아름다웠거든
언제 저처럼 부시고 아름다운 하늘 보았던가 기억나지 않았어
시간이 정지되었으면 했어 몸뚱어리 그대로 굳어져
도망칠 수 없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언제 내가 하늘 쳐다보며 살았을 거 같아?
정말 내 머리 위에 하늘, 가을 하늘이 있다면 하이힐 뒷굽 갑자기 절단 난 순간,
그런 순간 자주 왔으면 좋겠어.
그래,
조금이야 아주 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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