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로 배우는 인성(人性), 반가운 이야기 할머니!
이야기로 배우는 인성(人性), 반가운 이야기 할머니!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2.01 18:16
  • 호수 7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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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째, 어린이들에게 이야기꽃 피워주는 박희순 씨

광양읍 예인어린이집 아이들이 이야기 할머니의 이야기에 눈을 반짝거리며 듣고 있다.

지난달 28일, 광양읍의 한 어린이집 교실에 개량한복을 곱게 입은 할머니가 아이들 앞에 앉았다. 아이들이 나란히 앉아 앞에 앉은 이야기 할머니에게 배꼽인사를 하자 할머니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들려주시려나...

아이들의 눈빛이 빛나기 시작했다.

“지난주에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생각나요?”

“네네.. 생각나요. 밭에 은 항아리를 묻은 엄마 이야기요”

아이들은 지난 시간에 들었던 이야기를 복기하며 서로 이야기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들려 줄 이야기는 개와 고양이와 구슬이라는 이야기예요. 귀는 쫑긋, 눈은 반짝, 입은 암 하고 잘 들어 보세요.”아이들의 시선이 일제히 할머니에게 향했다.

“옛날 어느 마을에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혼자 사는 할머니가 있었어요. 할머니는 가난했지만 무척 착했답니다. 하루는 강에 나갔다가 어부가 잡은 커다란 잉어를 보았어요. 잉어는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어요. 아이고 가엾어라, 잉어가 얼마나 슬프면 눈물을 다 흘릴까?…”

‘낮달’처럼 빛나던 아이들의 눈빛이 금세 슬퍼지는 듯 했다. 

맑고 따뜻한 아이들의 마음이 눈물을 흘리는 불쌍한 잉어 마음이 됐나보다.

할머니의 이야기가 이어지는 동안 아이들은 콜록 거리며 기침을 하면서도 이야기를 놓치지 않으려고 눈을 반짝 거렸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눈을 반짝거리며 할머니의 이야기를 듣는 이 시간을 아이들은 좋아한다고 한다.

이야기 할머니가 어린이집을 찾아 들려주는 이 프로그램은 2009년 문화체육관광부가 시작한‘아름다운 이야기 할머니’사업으로 한국국학진흥원에서 진행하는 사업이다. 5년째 이야기 할머니를 하고 있는 박희순(69)씨는“마음은 청춘이라 아직 할머니라 불리고 싶지 않은 나이지만 아이들이 예쁘고 사랑스러워서 시작한 일이다. 행복하다”며“우리가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은 이야기 타래였고 재미있는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상상력을 키우고 남과 더불어 사는 이치를 배웠다”고 말했다.

말을 배움과 동시에 스마트 기계에 익숙해져 가는 요즘의 아이들은 엄마, 할머니의 따뜻한 품에서 지혜가 담겨있는 옛날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드물다. 아이들은 이야기가 끝나갈 동안 차분하게 앉아서 할머니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야기를 끝낸 박희순 씨가“똑똑한 사람이 되려면 지혜 주머니를 가득 채워야 해요. 지혜 주머니를 채우려면 좋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해요. 알았죠?”라고 말하자“네! 네!”할머니의 당부에 아이들은 힘차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박희순 씨는“집에 돌아가서 어린이집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엄마에게 재잘거리며 들려주는 아이들도 있다. 엄마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며“이야기 할머니는 할머니와 같이 살지 않는 어린 아이들에게 텔레비전이나 스마트기계에서 맛볼 수 없는 상상의 날개를 펴주고 지혜를 쌓게 하고 따뜻한 인성을 길러주는 역할을 한다.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