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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기획-길을 걷다(27)
샛노란 은행나무 낙엽 밟다보니 지나간 첫사랑이 저절로 떠오르네
[739호] 2017년 12월 01일 (금) 18:21:49 이성훈 sinawi@hanmail.net

황금빛 추억 떠오르게 하는‘공설운동장 은행나무길’

   
 

 

초겨울 노란 빛깔을 띤 은행나무를 보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은행나무 아래 의자에 앉아 커피 한잔을 마시고 있노라면 옛 사랑도 생각나고, 사람이 생각나고, 지나간 추억이 더욱더 사무쳐 온다.

96년 개봉한 영화 <은행나무침대>…은행나무 침대에 담긴 천년 사랑의 비밀과 이루지 못한 사랑은 다시 돌아온다는 믿음. 은행나무침대는 천년의 사랑이 만나는 자리였고 천년의 세월로 이어지는 애잔함이었다.

그렇다. 은행나무는 곧 사랑과 추억, 그리고 그리움이다. 그래서 초겨울 노오란 은행나무길을 걷고 있으면 열매가 풍기는 고약한 냄새보다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이 더욱더 떠오은다. 우리 지역 가로수도 은행나무가 많다. 그래서 은행나무가 멋진 곳도 많다.

광양여중 운동장에 가면 아름드리 은행나무가 운동장을 에워싸고 있다. 은행나무 아래서 조잘조잘 이야기하며 즐겁게 웃는 여학생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예쁠 수 없다.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뭐가 그리 재밌는지...쉬는 시간, 점심시간, 체육시간에 두툼한 옷을 입고 은행나무 아래 옹기종기 모여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무척 사랑스럽다.

광양문화원 옆 광장에도 문화원을 감싸주는 커다란 은행나무가 있다. 최근 광양문화원에서 근무하는 공익 직원이 은행나무 낙엽을 모아‘수능 대박’글자를 만들어 수험생들에게 큰 용기를 줘서 화제가 된 적 있는데 황금빛깔 찬란한 광양문화원 은행나무 아래서 문화이야기를 하면 왠지 모르게 누구나 다 문화전문가가 될것 같다.

   
 

그리고 광양읍 공설운동장 입구에서 농업기술센터 시험포장 건물까지 길이 600m 정도 되는 은행나무길도 산책을 즐기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서천변 방향으로 아스팔트길을 따라 줄줄이 이어진 은행나무길은 수북이 쌓인 노오란 낙엽을 밟으며 천천히 길을 걷다보면 풍경이 전해오는 운치에 저절로 마음이 차분해진다.

이 길은 자동차도 자주 다닌다. 은행나무로 둘러싸여 있기에 드라이브하는 즐거움도 상당하다. 그래서 이 길은 사람과 자동차가 공존하며 은행나무의 낭만을 즐기는 곳이다. 은행나무길을 천천히 걸으면 오른쪽에는 서천변이 왼쪽에는 공설운동장이 자리 잡고 있다. 중간쯤 가다 공설운동장에 올라가 운동장을 바라보면 육상선수들의 훈련하는 모습도 보인다.

오른쪽 서천변에는 냇가 건너 매화아파트와 서천변의 조화가 참 아름답다. 매화아파트를 볼 때마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참 행복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파트 뒤에는 웅장한 백운산이, 바로 옆에는 서천변이, 그리고 신발만 신으면 저 아래 서천변 매화나무길까지 이어지는 기다란 산책로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좋은 자연환경에서 살고 있는 매화아파트 주민들이 참 부럽다.

공설운동장 은행나무길이 좋은 점은 푸른 소나무와 적절히 어우러져 노란 낙엽과 푸른 솔잎, 그리고 파란 하늘이 아주 잘 어울린다는 것이다. 하늘을 향해 이 세 가지를 바라보면 눈이 저절로 시원해질 것만 같은 청량함에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은행나무가 주는 낭만 때문인지 이곳에는 유독 혼자 산책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것도 운동화 보다는 일반 옷차림에 구두를 신고 이 길을 서서히 걷는데도 시선은 저절로 바닥으로 향한다. 무엇인가 생각하며 걷는다는 뜻이다. 무엇인가 골똘히 생각하며 걸어야 하는 길은 아니지만 이곳에 오면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다. 이제 황금빛 물결을 띤 은행나무를 볼 기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겨울이 본격 시작하기 전에 공설운동장 은행나무길을 따라 조용히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산책한 후에는 신발을 씻는 것은 필수다. 도로 바닥에는 아무래도 은행나무 열매들이 수없이 짓이겨져 건강에는 좋지만 고약한 향기를 뿜는 은행나무의 흔적이 신발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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