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에 몸 맡기고 새소리 들어보니 ‘걸으면 행복하다’
숲길에 몸 맡기고 새소리 들어보니 ‘걸으면 행복하다’
  • 이성훈
  • 승인 2017.12.08 19:13
  • 호수 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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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영동과 옥곡이 한 눈에 광영 약수터~불광사‘가야산 숲 길’

그동안‘길을 걷다’를 20회 이상 취재하면서 주로 광양읍과 옥룡, 중마동 지역을 많이 소개했다. 읍과 중마동은 규모가 큰데다 공원과 산책길이 많아 아직도 가야할 길이 많이 남아있으니 다른 지역으로 잠시 눈길을 돌려보려고 한다. 이번에 소개하는 곳은 처음으로 지역의 경계를 넘어서는 산책길이다.

광양동 큰골 약수터 가기 전 주차장이 있는데 이곳에서부터 불광사까지 거리는 약 3.2km. 불광사는 옥곡면 장동마을에 있는데 광영과 옥곡 두 지역을 넘나드는 제법 코스가 긴 산책길이다. 이 산책길 이름은‘가야산 숲길’이다.

광영동 도심 가까운 곳에 있는‘가야산 숲길’은 곡선 길이 많은 아름다운 산책 코스로 광영·옥곡 주민들이 가볍게 걷고 있는 꽤나 인기가 많은 길이다. 특히 요즘처럼 산에 가기는 부담스럽고 걷고 싶을 때‘가야산 숲길’을 적극 추천해보고 싶다.

가야산 숲길을 처음 걸었을 때가 올해 2월 무렵이었던 것 같다. 당시 강정일 도의원과 이 길을 걸었는데 강 의원과 필자는 키와 체형이 거의 비슷해 누가 봐도 형제라고 할 정도로 짜리몽땅해서 닮은꼴이 참 많다. 강정일 의원이 광양시의회 5대 의원에 당선됐을 때부터 알게 됐으니 벌써 10년 이상 인연을 맺고 있다.

바쁠 때도 서로 안부를 주고받고 이따금 식사도 함께 하고 개인적인 모임도 함께 하면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강 의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걷는 속도다. 필자는 걷는 속도가 상당히 느리다. 산을 타더라도 일반 사람들보다 훨씬 느려 다른 사람을 추월해본 적도 거의 없어 함께 산행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할 때가 많다.

올 초 강 의원과 함께 가야산 숲길과 불광사를 넘어 가야산 2봉을 산행했을 때 그의 걷는 속도에 상당히 놀랬다. 얼마나 빨리 걷던지 천천히 가자는 말도 차마 못한 채 숨을 헐떡거리며 뒤쫓아 다니다 종아리가 단단해지고 만 것이다. 필자보다 세배 정도 빨리 걷는 것 같던데 보기와 다르게 산악인 포스를 뿜어내던 강정일 의원의 또 다른 모습을 보게 됐다. 그로부터 10개월이 지나 이제 가야산 산책길을 혼자 아주 천천히 걸어보니 강 의원과 함께 걷던 기억이 새록새록 하다.

가야산 숲길은 직선이 별로 없다. 산 둘레를 타고 조성된 임도를 따라 걷기만 하면 된다. 산책길 초반에 이정표가 있는데‘사색의 정자’가 있어 눈에 띈다. 누가 지었는지 모르지만 이름이 참 좋다. 단순하게‘광영정’또는‘가야산 정자’등으로 지었으면 밋밋했을 뻔 했는데 정자 하나에 의미를 부여하니 사색

의 정자에서 잠시 숨을 돌리면 저절로 머리도 맑아질 듯하다.

이정표를 따라 길은 굽이굽이 계속 된다. 둘레길 왼쪽에는 가야산이, 오른쪽에는 광영동과 저 멀리 섬진강 마지막 줄기를 따라 옥곡 신금산단, 옥진평야가 한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 둘레길 주변 나무들을 가지치기해서 그런지 광영과 옥곡의 경치를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곳이 곳곳에 있어서 눈이 심심하지 않다.

마을과 가까이 산책길이 조성되어 있기에 이따금 개짖는 소리도 간간이 들리고 무엇보다 새소리가 길을 걷는 내내 끊임없이 이어져 귓가를 즐겁게 해준다. 평일임에도 산책하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옥곡에서 넘어와 다시 되돌아가는 사람들, 광영에서 시작해 불광사까지 갔다가 되돌아오는 사람들…되돌아오는 곳은 다르지만 사람들의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보인다. 그만큼 가야산 숲길은 경사진 곳이 없고 잘 정비되어 있어서 누구나 쉽게 이곳을 이용할 수 있다.

한 시간 정도 천천히 걷다보니 목적지인 가야산 불광사가 보인다. 옥곡면 장동마을에 있는 불광사(佛光寺)는‘대승불교 조계종(大乘佛敎 曹溪宗)’소속의 사찰인데 2011년 8월 태풍 무이파로 토사에 휩쓸린 후 법당을 재건립했다고 한다.

불광사 옆에는 등산로가 있는데 이 길을 따라 가면 가야산 시루봉을 지나 큰골 약수터로 원점 회귀할수도 있고 중봉을 지나 가야산 정상으로 갈수도 있다. 이번 길을 걷다에는 불광사를 지나 옥곡 장동마을로 내려왔는데 아기자기한 골목길 곳곳을 지나오면서 장동마을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처음 알았다. 조만간 옥곡면 장동마을을 다시 한 번 돌아볼 것을 약속하며 두시간의 산책을 여유롭게 마쳤다.

가야산 숲길은 언제 가도 아름답지만 벚꽃이 만발하는 4월에 가볼 것을 권한다. 광영동민들은 잘 알고 있다. 4월이면 큰골 약수터 가는 벚꽃길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벚꽃 눈을 흠뻑 맞으며 가야산 숲길을 걷는다는 아름다운 상상을 해보며 내년 봄 벚꽃이 만발할 무렵, 이곳을 다시 한 번 걸어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