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학교 만들기, 우리들이 팔 벗고 나서야지요!”
“좋은 학교 만들기, 우리들이 팔 벗고 나서야지요!”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7.12.22 18:38
  • 호수 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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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학교 활성화의 숨은 주역‘옥룡 북초 학부모회’

2017년 무지개학교로 선정된 옥룡북초(교장 유병칠)는 한 해 동안 학생,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와의 꾸준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아이들의 숨은 잠재력과 창의력을 무한 발현하는데 노력했다.

‘무지개학교’는 전라남도 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혁신학교로 4년 동안 매년 3500만 원에서 4000만 원의 사업비를 지원해 아이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미래지향적인 공교육모델 창출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옥룡북초가 미래지향적인 교육으로 걸음을 떼는 무지개학교로 선정되어 활성화되기까지의 숨은 주역은 바로 학부모회였다.

전교생이 75명인 옥룡북초는 학교개방을 통한 캠프를 진행할 때면 100명 이상의 학부모와 이웃들이 참여해 동네잔치라 해도 될 만큼 지역의 학교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뜨겁다.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 속에 이어지는 옥룡북초의 혁신학교 프로그램은 공모제 교장으로 부임한 유병칠 교장의 혁신학교에 대한 철학과 학생과 학부모들의 의사를 적극 반영해 아이들이 자율적이고 창의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옥룡북초의 학부모회는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일주일에 한 번 정기적으로 모여서 바느질을 하는‘바사모(바느질을 사랑하는 모임)’는 학부모 동아리 중 가장 활성화된 동아리로 아이들을 위해 학교와 학부모들을 이어주는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송지순 학부모회장은“학부모 동아리가 오랫동안 유지가 어려운 이유는 아이들이 졸업함과 동시에 엄마들이 빠져나가기 때문이다”며“바느질 동아리는 가방이나 지갑 등 손바느질로 만든 소품을 동네 어르신들에게 드리기도 하고 바자회를 열어 발생하는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있다. 잘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바사모’ 등 동아리 활동 뿐 만 아니라 옥룡북초 학부모들은 일주일에 3번 이상 학교에 나와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아버지와 함께 취미활동을 하는 등 학교의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송 회장은“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비용은 무지개 학교로 선정된 덕에 학교의 지원으로 어려움 없이 진행할 수가 있다”고 말한다.

 

학부모들의 헌신적 참여

학교를 바꿨다

 

옥룡북초가 무지개학교로 변신한 데는 학부모들의 역할이 컸다. 농촌인구 감소와 함께 자연스레 발생하는 학생 수 감소 문제 역시 옥룡 북초도 피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 학교 통폐합 이야기가 나오자 자녀들을 읍내의 초등학교로 보내던 옥룡 북초를 졸업한 학부모들은 아이들을 이 학교로 전학시키고 도심의 큰 학교에 적응이 어려운 아이들이 한두 명 씩 전학을 오게 되자 학생 수가 늘기 시작했다.

학교가 통폐합 위기에서 벗어나자 학부모들은 학교와 소통하며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꾸준히 펼치기 시작했다.

의지만 있다고 해서 되는 일은 아니었다.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해줄 수 있으려면 적정한 예산이 필요했다. 학교와 학부모들은 무지개학교를 만들어 보자는 데 뜻을 같이 했고, 3년 여 동안 교사와 학부모회를 중심으로 무지개학교에 선정될 수 있도록 기초를 다졌다. 학부모들은‘우리 학교가 더 잘하고 있다. 다른 학교는 예산을 지원 받는데 우리도 신청을 해보자’ 해서 심사를 받게 됐고 혁신학교로 선정이 됐다.

다행스럽게도 무지개학교를 지정 받기 위해 별도의 프로그램을 준비하지 않았으나 전남도가 추구하는 혁신학교의 방향과 일치해서 2017년 무지개학교에 선정됐다. 혁신학교로 선정이 되자 옥룡북초는 정말로 아이들을 위한 학교가 됐다.

송 회장은“부모들의 열정도 있었지만 교장선생님과 선생님들의 노력 없이는 어려웠을 것이다. 큰 학교에서 1년에 3500만 원, 4000만 원은 작은 예산일수도 있지만 전교생 75명밖에 되지 않는 작은 학교에서는 큰돈이다”며“그렇게 해서 학생들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을 시도했고 운영하게 됐다. 옥룡북초의 프로그램은 어느 학교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랑했다.

혁신학교 선정으로 광양의 초등학교 명문이 된 옥룡북초는 이제 지원자가 많아서 1학년 신입생을 15명 이상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일반학교와 무지개학교의 차이는 모든 학교운영에 있어서 부모들의 의견이 상당부분 반영된다는 것이고 장점은 무엇보다 주입식이 아니라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뭔가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옥룡 북초 역시 학교 운영에 있어서 큰 틀을 벗어나지 않는다면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있다.

최근 5학년 학생들이 2박3일 일정으로 경주를 다녀왔다. 학생들은 출발에서부터 도착할 때까지 모든 것을 스스로 해결했고 교사들은 그냥 따라다니기만 했다고 전해진다. 교과수업은 선생님의 몫이고 그 외의 많은 활동들은 학생들이 스스로 알아서 할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지각이나 싸움 등 아이들끼리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서는 스스로 회의를 열고 벌칙을 정하는 등 학교생활의 상당 부분을 자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하고 있다.

송 회장은 무지개학교가 다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주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많은 예산이 투입된 만큼 집행을 하지 않으면 안된다. 선생님들의 업무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이름만 무지개 학교를 유지하는 학교의 경우도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옥룡북초는 학부모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선생님들과 소통과 협조를 통해 실효를 거두고 있다”고 자부했다.

엄마들끼리 두터운 친목을 유지하는 옥룡북초 학부모회가 염려하는 부분은 대학입시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교육시스템에서 무지개학교 교육이 물거품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것이다. 이에 학부모회는 초등학교 뿐 아니라 중학교와 고등학교까지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선진형 교육시스템으로 반드시 이어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