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김은우
•광주에서 출생.1999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광양문인협회회원
•시집으로 <바람도서관>, <길달리기새의 발바닥을 씻겨주다가 보았다> 가 있음. 2015년 전남문화예술재단기금 수혜
숲의 목록
병정들은 벌거벗은 채 서 있다
푸른 머리엔 흰 모자를 쓰고 있다
겨울이 숲을 움켜쥐고 흔든다
바람이 병정들을 후려친다
나는 어려운 질문을 들고
숲을 오른다
도처에서 나를 끌어당기는 것들
자라지 않는 독버섯
축축한 빈 상자
고양이 시체
어젯밤에 내린 눈이 녹아내리고
병정들의 흔 모자가 날아간다
나는 으르렁거리며 달려올
티라노사우르스를 기다린다
길은 사방으로 열려 있다
숲의 저 너머에도 길이 열려 있다
다가가면 푸드득 달아나는
몇몇 새들이 숲을 지키고 있다
흰빛이었던 숲이 푸른빛으로
서서히 변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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