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지역현안 침묵 … 비판 잇따라
시민단체, 지역현안 침묵 … 비판 잇따라
  • 이성훈
  • 승인 2006.10.09 18:02
  • 호수 18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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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관계자, “제역할 못한 것 인정” ‘열악한 재정과 인력난’ 시민단체 현실 이해구해
최근 광양시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현안들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아무런 입장을 보이고 있지 않아 시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현재 광양지역에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섬진강 대탐사, 다압 친환경 매실농원에 대해 시민단체들이 연일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어 이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고 있다.
 
 
▲ 다압면 친환경 매실단지 조성공사 현장.
 
 
섬진강 대탐사의 경우 행ㆍ의정 감시를 위한 전남연대에서 지난주에 기자회견을 갖고 감사원 감사를 의뢰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바 있다.

다압 친환경 매실농원은 시 자체감사 결과 20명의 공무원들의 무더기 징계를 불러왔으며 광양시의회에서도 특위(위원장 김길문 의원)를 구성, 진상조사를 할 계획이다.
그러나 광양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여태껏 별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현재 두 건에 대해 시민단체의 논평이나 성명서 등은 지난달 22일 광양환경운동연합의 ‘스스로 책임지는 성숙한 모습으로 시민앞에 거듭날 것을 촉구한다’는 친환경 매실단지에 대한 성명서뿐이었다.
그러나 광양환경운동연합의 성명서 역시 그동안 어떤 입장도 보이지 않다가 시 자체감사결과를 발표한 후 뒤늦게 성명서를 발표, 시민들로부터 뒷북을 치고 있다는 따가운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일부 시민들은 또한 여러 현안에 대해 시민단체가 관계되자 제 식구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이고 있다.
 
 
▲ 푸른광양21이 섬진강대탬사 마지막날 행사로 연 콘서트 모습.
 
 
시민단체들은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예의주시를 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입장은 시민단체마다 조금씩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그러나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것에 대해 자성하는 모습이 지배적이다.
 
 A단체의 관계자는 “각각 현안에 대해 시민단체들의 입장이 조금씩 다르다”며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이 모인 적이 있었으나 이후 별다른 대응을 찾을 기회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번 사건에 대해 말하기 어려운 단체도 있고 내부적으로도 속앓이를 끙끙 앓고 있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이 관계자는 “섬진강 대탐사의 경우 행의정 전남연대에서 입장을 발표하는 것에 대해 창피하고 미안할 따름”이라며 제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지 못하고 있음을 인정했다. 그는 “때늦은 감이 있지만 앞으로 시민단체에서도 입장을 발표할 때가 올 것이다”고 말했다.
 
B단체의 경우 최근 현안에 대해 다른 시민단체와 언론,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라며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여러 기관, 단체에서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 우리까지 나서는 것은 자칫하면 간섭으로 보일 수 있다”며 여러 단체가 곳곳에서 각자의 역할을 잘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모든 사안에 대해 우리가 일일이 입장을 발표해야 하는 것이냐”며 “아무도 문제삼지 않는다면 모르겠지만 현재로서는 잘 돌아가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우리가 나서야할 입장은 아니다”고 대답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현안에 대해 우리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각 단체에서 요청할 경우에는 참여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추후 공동 대응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C단체 관계자는 “최근 사안에 대해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한 점은 인정하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소홀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입장을 발표하는데 내부적으로 의견조율이 필요했다”며 고심의 흔적이 역력했음을 내비췄다.
 
 그는 그러나 “시민단체가 일손을 놓고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결코 동의하지 않는다”며 “외부적으로 보이는 것이 시민단체 활동의 전부가 아니다. 여러 활동을 하고 있는 시민단체들에게 한두가지 사안으로 비판을 제기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그는 “여러 현안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 부분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며 “앞으로 여러 단체가 의견을 나누고 입장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시민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한 시민은 “어떤 단체에서 육교에 내건 현수막에 6자회담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보고 어이가 없었다”며 “과연 그들이 6자회담을 환영할만한 입장에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시민단체들이 광양지역에 산적한 일도 많은데 대외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고 있다”며 비판의 날을 숨기지 않았다.
 
 광양읍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시민단체들이 정치적 참여가 늘어나면서 정체성 혼란이 오고 있는것 같다”며 “시민단체들이 추구해야할 궁극적인 목적에 대해 망각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여러 시민단체들이 서로서로 어울리다보니 제대로 비판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자세를 고치지 않는다면 시민들의 비판에 자유로울 수 없다”고 경고했다.
 
이들 시민단체는 대체로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나 현실적으로 어려움 또한 많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이들은 시민들이 시민단체에 과도하게 기대하는 경향이 많다며 서운함을 감추지 않았다.
 
현안에 대해 침묵하면 도대체 뭐하느냐는 비판에, 입장을 발표하면 일일이 간섭한다는 비판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때가 많다는 게 이들의 목소리다.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시민단체에 비판하는 사람들을 보면 과연 그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해줬냐고 되묻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판만 할 게 아니라 열악한 재정과 인력난마저 겹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시민단체의 현실에 대해 한번쯤 짚어보는 일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성훈기자
 
입력 : 2005년 10월 0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