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양-여수’ 잇는 270번 시내버스 타고 여행 갈까요?
‘광양-여수’ 잇는 270번 시내버스 타고 여행 갈까요?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1.05 18:57
  • 호수 7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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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양읍-중마동-이순신대교-여수시청…광역교통망 열리던 날

해가 뉘엿뉘엿 서산으로 질 때쯤 매화마을 아파트 정류장에서 여수시청까지 가는 270번 버스를 탔다. 광양에서 시내버스를 타본 것도 처음이고, 매일 승용차로 다니던 길을 버스로 가는 것도 처음이다.

매화아파트에 사는 부모님 댁에 들르러 왔다 여수에서 모임이 있어 버스에 오른 최인철 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이마트 여수점에 근무하는 최인철(40)씨는“블로그를 통해 광양여수간 광역버스가 개통됐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부모님 댁에서 하루 더 지내다 가야 하는데 여수에서 모임이 있어 버스를 이용해서 다녀오려 한다”고 말했다.

최인철 씨

‘이번 정류장은 호반 아파트입니다’최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매화마을에서 출발한 버스는 칠성아파트와 터미널, 사곡 등을 거쳐 이십오분만에 중마동에 도착했다. 벨트도 없는 버스에서 다리에 힘을 꽉 주고 안전손잡이를 잡고 버텨야하는 것만 빼면 평소 낮은 승용차 운전석에서는 볼 수 없었던 광양의 모습을 눈에 담을 수 있어서 새로웠다.

두 사람 뿐이던 승객은 강남병원에서 한 사람이 타자 셋이 됐다. 여수에서 610번 버스를 타고 이순신 대교를 건너 온 덕충동에 사는 여수시민 마복창(63)씨가 4시 50분 매화마을 정류장에서 출발한 270번 버스의 세 번째 승객이 됐다.

마복창 씨는“평소 승용차를 이용하는데 현수막과 뉴스를 보고 버스 개통소식을 알았다. 묘도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것 같고 차가 없는 여수시민들도 편하게 광양을 오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여수 둔덕동에서 출발하는 610번 버스에 마 씨와 동승한 70대 남자 8명은 중마시장에서 장도 보고 점심도 먹고 놀다가 내려 갈 것이라고 했다고 한다.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이순신 대교

마복창 씨와 짧은 대화를 나누는 사이 버스는 이순신대교로 접어들었다.

‘와! 시내버스가 이순신대교를 건너다니…’운전할 때 미처 볼 수 없었던 광양앞바다와 제철소의 웅장한 모습들을 높은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니 장관이다. 버스는 이순신 대교 전망대에 잠시 들렀다 묘도정류장을 거쳐 이순신대교와 여수 화학공단을 지났다. 얼마 쯤 가자 한 정류장에서 배낭과 대야를 든 4명의 여자 승객이“우~”하고 버스에 올랐다. 굴을 따오는 길이라고 했다.

“환승이 안돼요? 환승이 안되면 어쩐대. 오매 우리는 환승이 되는지 알고 탔는디…”

“여천사거리까지 가지 말고 가다가 내려야 되겄다. 어차피 환승이 안된다니까 여기서 내려서 갈아타야 된당께”

“언니가 버스 온다고 소리쳐서 얼떨결에 탔는디 언능 내려야 쓰겄네. 돈만 1350원 내삐리고 가네. 우리는 돈 천원, 이천원 보고 다니는디…”

“환승이 안되면 안된다고 써붙여갖고 댕겨야제”

정류장은 분명 화학공단 근처가 맞는데 어디에서 굴을 채취하는 것이며 또 그들이 채취한 굴은 어느 시장으로 가서 어느 가정의 식탁에 오를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는 사이 굴 채취 여자승객 일행은 아직 환승이 되지 않아 불편하다며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고서야 버스에서 내렸다. 매화마을에서 탄 최인철 씨와 강남병원에서 탄 마복창 씨가 내리자 버스 안은 텅 비었고 출발한 지 한 시간 만에 대형트리가 반짝거리는 종점‘여수시청’에 도착했다.

270번 광역시내버스 운전기사 최재현 씨

오는 동안 행여 운행에 방해될까봐 물어보지 못했던 몇 가지 궁금증을 운전기사 최재현 씨에게 하나씩 물었다.

최 씨는 개인택시, 직행버스 등을 운전하다 광양교통에서 시내버스를 운전한지 10년쯤 됐고 하루에 5회, 광양-여수 광역버스를 운행하고 있으며 오늘 태웠던 승객은 50명쯤 된다고 했다.

한 시간여를 운전하다 보면 피할 수 없는 생리현상을 겪을 수도 있을 텐데 그럴 땐 어떻게 하느냐 묻자 최 씨는 운행 전에는 가급적 물과 커피를 마시지 않는다고 했다.

운전자나 승객을 위해 출발지나 종점에 간이 화장실을 설치하거나 혹은 정류장 가까운 건물 내 개방형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광양으로 돌아갈 시간,


여수시청 옆에 일터가 있다는 김동주 씨와 대학생 정재용 씨가 버스에 올랐다.

매화아파트가 집이고 퇴근하는 길이라고 말하는 김동주 씨는“현수막을 통해 개통소식을 알았고 퇴근시간에는 처음 이용한다”며“개통 후 이틀간 아침 7시 10분에 출발하는 첫 버스를 타고 출근했다.
기름 값도 비싼데 경제적이고 편해서 좋다. 회식하는 날에는 대리운전비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진통 끝에 개통된 광양여수순천 3개시의 광역버스는 시민들에게 편리함과 경제적인 면을 동시에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장시간 버스에 몸을 맡겨야 하는 시민들의 안전과 운전기사들의 가벼운 복지, 환승시스템이 아직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아쉬웠다. 이용객들은“차량위치와 도착시간 등 운행정보가 버스정류장 전광판에 뜨지 않아 불편했다. 빨리 보완해주길 바란다”며“많은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홍보를 지속적으로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