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칼의 詩
[시 읽는 월요일] 칼의 詩
  • 광양뉴스
  • 승인 2018.01.19 18:33
  • 호수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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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송봉애- •평생학습프로그램 강사,문화관광해설사

칼의 詩

 

광양 오일장

대장간을 지나가다

부엌칼 한 자루를 샀다.

칼날이 무뎌 손목이 힘들었던

무딘 칼을 갈아 치웠다.

칼질을 할 때마다

쇳물을 녹여 수십 번의 연마질을 하였을

늙은 대장장이 무딘 손 끝에

불꽃이 튀었다

나도 그랬을 것이다

양파를 썰고

마늘을 다지며

칼날의 무딘 세월만큼이나

수십 번의 불꽃을 억눌리며

톡톡 튀지 못한 언어의 농단 위를

잘근잘근 씹고 싹둑싹둑 썰어가며

살아왔다

새롭게 펼쳐진

도마 위로 칼의 시가 번뜩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