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연저지인 : 종기의 고름을 빨아준 은혜(恩惠)
<칼럼> 연저지인 : 종기의 고름을 빨아준 은혜(恩惠)
  • 광양뉴스
  • 승인 2018.01.19 18:42
  • 호수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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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뭔가 목적을 가지고 선행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로 고대 춘추시대 말기의 이야기다. 위(衛)나라에 오기(吳起)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병법(兵法)에는 당시 최고의 병법가인 손무(孫武) 다음가는 병법가(兵法家)로 사마천(司馬遷)이 쓴 사기(史記) 열전(列傳)에 나온다.

인간적으로 아주 악독하고 무서운 장수다. 고국(故國)인 위나라에 비교적 부유(富裕)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 재산을 탕진(蕩盡)하자 주위사람들이 그를 비웃었다.

자기를 비웃던 사람들 30여명을 죽이고 이웃나라로 달아나며 어머니와 헤어질 때 자기 팔을 깨물어 내가 대신(大臣)이나 재상(宰相)이 되기 전에는 고국으로 돌아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하며 맹세(盟誓)를 하고 떠났다. 놀라운 결단이었다.

노(魯)나라에 들어간 오기는 공자 의 법통을 이은 수제자 증자(曾子)에게서 처음에는 유가(儒家)사상을 배우게 되는데 그때에 어머니의 부음(訃音) 소식을 접하고도 장례(葬禮)에 가지 않음을 보고 경시(輕視)하여 불효자라며 내쳤다.

그 뒤 노나라에서 유가 대신 병법을 공부하여 노나라 군주를 모시는데 부인이 노나라와 사이가 좋지 못한 이웃 제(齊)나라 출신임을 알고 꺼려하자 단칼에 부인을 죽이고 장군이 되어 공을 세워 그때는 좋았으나 다른 일로 의심을 받자 위(魏)나라로 도망간다.

위나라에서도 병법과 용맹함을 인정받아 그동안의 결함(缺陷)을 덮고 장군으로 발탁(拔擢)되어 사병들과 먹고 잠도 함께하고 행군 시에도 말이나 수레를 타지 않고 졸병들과 함께 도보로 걷는다. 그때 한 병사가 등창이 나자 입으로 종기를 빨아주며 위로했다.

그 병사의 어머니가 그 소식을 듣고 대성통곡(大聲痛哭)을 하자 사람들이 까닭을 물었다. 예전에 오공(吳公)이 우리 남편의 종기를 빨아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은 목숨을 아끼지 않고 적진(敵陣)에 들어가 싸우다 결국은 죽고 말았습니다. 오기 장군이 내 아들의 종기를 빨아 주었다기에 내 아이가 언제 죽을지 몰라 이렇게 소리 내어 우는 것입니다.

 누구든 이렇게 지나치게 호의(好意)를 대장에게 받았다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용감하게 싸울 것이다. 우리는 뇌물(賂物)을 지체 높은 사람에게 주는 것만 생각 하는데 아랫사람에게 지나치게 호의를 베푸는 것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일종의 뇌물이다. 그 결과가 곧 전사(戰死)로 나타난다면 행복(幸福)이라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요즘 우리도 누가 지나친 은혜(恩惠) 을 베푼다면 그 속의 의도(意圖)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자칫 뇌물이 될 수 있고 몰랐다고 해도 변명(辨明)이 될 수 없다.

특히 올해는 지방선거가 있는 해다 평상시에는 가만히 있다가 올해 같은 선거가 있을 때면 새벽에 시장이나 양로원등을 방문하며 선행을 베푸는데 그 사람이 평상시의 행동이 얼마나 시민들을 배려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나를 잘 살펴야 할 것이다.

혹‘연저지인’에 넘어가 귀중한 내 한 표를 잘못 행사하지나 않을까 잘 살펴보아야 한다. 이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