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공중화장실 이용문화 이대로 좋은가?
<기고> 공중화장실 이용문화 이대로 좋은가?
  • 광양뉴스
  • 승인 2018.01.19 18:42
  • 호수 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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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용현실에 따라가지 못하는 관리시스템
백성호 광양환경운동연합 상임의장

화장실은 그 도시 문화의 척도라고 표현될 만큼 화장실을 보면 그 지역의 수준을 알 수 있다. 몇 년 전 출장길에 우연히 수원시 외곽지역 공원에 위치한 공중화장실을 이용한 적이 있는데 이런 화장실이 우리시 도심 곳곳에 설치되면 더없이 좋겠다 싶어 시 관계자에게 제안했던 기억이 있다.

수원에 설치된 화장실은 이용자 편의를 위해 출입하는 순간 음악이 흐르고 잘 디자인된 벽면은 복사된 여러 명화가 걸려있는데다, 상큼한 향기와 함께 창가 쪽은 다양한 화분들이 정리돼있어 화초를 감상하면서 화장실로 이용하기에 너무 과분하단 느낌으로 혹여 흔적을 남겼나 싶어 두세 번 뒤를 두리번거렸던 기억이 있다.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에 따라 새해부터 전국 공중화장실 좌변기의 휴지통이 모두 사라진다.

공중화장실의 위생이 개선되고, 다수의 시민들이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지저분한 휴지통으로 인해 겪은 불쾌함에서 벗어날 것으로 기대하면서 개정된 시행령인지라 우리시도 이를 대비해 중마23호광장 화장실 등 몇 곳에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운영해왔다.

하지만 수십 년간 이어진 관행이 뒤바뀌는 것과 관련해 시민의식은 제자리걸음이다. 악취가 줄고 미관상 깨끗해져 환영하는 시민들이 많지만 휴지통이 없어진 탓에 변기가 자주 막히고 각종 쓰레기를 버릴 곳이 없다는 이유로 마음대로 투기하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요즘 같은 계절에 히터를 사용하다보니 장애인화장실 등은 청소년들의 탈선장소로 전락되기도 해 관련 부서의 애로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며칠 전 이용자의 제보로 관내 공중화장실 몇 곳을 살펴본 결과 우리시의 문화수준이 이정도 밖에 안되나 싶어 적잖이 씁쓸했다. 변기뚜껑이 뜯기고 화장지통까지 통째로 뜯겼거나, 세면대에 담배꽁초가 버젓이 버려졌는가 하면 장애인화장실은 통닭 등을 나눠먹은 흔적으로 난장판이 됐으며 변기는 막혀있었다.

시 관계자는 변기에 버려서는 안 될 여러 이물질을 여과 없이 투기하는 것이 반복되고 있어 대책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그렇다고 이용을 제한할 목적으로 히터를 끌 수도 없는 처지다.

이젠 관련법 시행령 개정으로 여자 화장실 위생용품 수거함을 제외한 시내 공중화장실 휴지통은 모두 사라질 것이다. 대다수 시민은 위생상의 문제로 휴지통 없는 화장실을 반기고 있다. 휴지통이 사라지니 악취도 훨씬 덜 날 것이고 미관에도 효과가 따른다.

이 같은 문화는 우리 스스로 만든 것인 만큼 성숙된 시민의식으로 지켜져야 한다. 휴지통화장실 문화가 그리우면 그만큼 나아가지 못할 것이고 아무데나 쓰레기를 투기하는 것으로 우리시 수준은 타락할 것이다.

법령의 개정 때문이 아니라 시민 스스로 더 나은 문화와 편의를 위해 바꾼 화장실로 인식되면 우리시의 문화의식은 한층 더 격상되지 않겠는가? 화장실은 나만이 아닌 우리 모두가 이용하는 공중시설로 무질서하게 이용하면 할수록 세금을 더 내야하는, 결국 내 돈으로 수리하고 관리비용을 더 부담하게 될 것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이용자 모두가 인식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