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 개막 특집
평창동계올림픽 개막 특집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2.02 18:42
  • 호수 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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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올림픽, 남북 교류의 창(窓) 되길…”

통일 전도사 ‘탈북민 주서현 씨’의 소망은 “통일에 대한 관심 더욱더 많아졌으면”

평창동계올림픽에 남북한이 단일팀을 꾸리고 함께 한다. 3만명이 넘었다는 탈북민들의 감회도 남다를 것이다. 광양에도 26명의 탈북민들이 있다. 한국 온 지 10년, 광양사람과 결혼해 광양시민이 된 지 2년.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는 탈북 통일 강사 주서현(34)씨의 고향은 함경북도 온성군이다.

2004년 9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을 다니던 주 씨는 병원 약사로 근무하는 어머니의 영향으로 청진에 있는 의과대학의 간호과 입학시험을 치르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심한 전력난으로 기차 운행이 중단되자 청진역에서 발이 묶였다.

일주일쯤 역에서 노숙을 하게 됐고 갖고 있던 돈도 다 떨어져 먹을 것을 구할 수 없는 처지가 되자 이를 지켜보던 브로커의 접근으로 두만강을 건너 중국 화양을 거쳐 심양 어느 깊은 시골마을로 들어가 3개월 동안 힘든 시간을 보냈다.

우여곡절 끝에 그 곳을 빠져나와 대련으로 가서 2년간 직장생활을 하며 돈을 모았고 탈북 선교사의 도움으로 몽골을 거쳐 한국으로 왔다. 청진역에서 돈을 벌게 해주겠다는 여자 브로커의 꾐에 속아 가족과 생이별하고 북한을 떠난지 2년만이었다.

탈북민의 적응을 돕는 하나원을 거쳐 대전으로 온 주 씨는 지원받은 정착금으로 작은 임대아파트를 얻어 거주지를 마련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컴퓨터 학원을 다녀 관련 자격증을 땄고 닭고기를 가공하는 작은 회사에 경리로 취직, 안전한 정착을 준비했다.

하지만 얼마 후 탈북자라는 사실이 알려졌고‘탈북자가 뭘 안다고 경리업무를 보겠느냐’는 사장은 주 씨에게 냉동창고 관리 업무를 시켰다. 어렵게 자격증까지 취득하여 경리로 취직했는데 냉동창고 일을 시킨 회사가 맘에 들지 않아 회사를 그만두었고 탈북자 특별전형으로 대전의 한 대학 사회복지과에 입학해 사회복지사가 되어 다시 일자리를 얻었다.

그러던 중 주변의 소개로 남편을 만나 2016년 6월 결혼, 광양시민이 됐다. 언어의 자유, 표현의 자유, 이동의 자유,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취업의 자유…,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주 씨의 자유는 2년 전 같은 시기에 사고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아버지와 오빠의 죽음과 맞바꾼 것이었다. 사실 확인은 되지 않고 있지만 주 씨는 사랑하는 가족의 의문의 죽음이 자신과 관련되어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말할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고 한다.

혈혈단신 탈북민, 외로움과 두려움으로 많이 힘들어...

심리치유 필요한 탈북민도 있어, 전문 치료기관 필요

탈북자라는 보이지 않는 차별과 싸우며 한국생활에 정착한 주 씨는 1년에 한 두 번 북한에 혼자 남은 어머니와 통화를 하며 안부를 확인하고 있다. 주 씨는 “통일이 되어야 엄마를 만나러 갈 수 있다. 빨리 통일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한다.

하나원을 나온 탈북민들은 대부분 뭔지 모를 병마에 시달린다. 몸이 많이 아파서 병원을 찾지만 특별한 병명은 없다고 한다. 주 씨는“목숨을 걸고 한국 땅을 향해 달려왔던 두려움과 하나원을 나옴과 동시에 풀린 긴장이 몸을 아프게 한다”며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어 심리치유가 필요한 탈북민들도 있다”고 말했다. “왜 탈북했느냐?”하고 묻는 것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이어서 같은 탈북민들끼리도 그런 건 묻지 않는다고 한다.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 탈북해 혼자서 처음부터 뭔가를 시작하려는 탈북민들은 외로움과 두려움 때문에 심리적 안정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주 씨는 이런 탈북민들을 위한 안정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서울이나 광역시 등에는 탈북민을 대상으로 심리치료를 전담하는 기관이 있으나 지방 소도시에 사는 탈북민들은 그런 도움을 받을 수 없어 더욱 더 어려움을 겪는다.

주 씨는“평창올림픽이 좋은 기회가 돼서 남북이 다시 교류를 하고 이산가족 상봉, 여행 재개 등 남한과 북한이 더 가까워지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하면서도“남한이 북한에 이용당하지는 않을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최근 탈북자 단체가 국회에서 김정은 북한노동당 위원장 사진을 찢는 퍼포먼스를 벌였다는 기사를 접하며 주 씨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지난해 광양중앙초, 광영중학교 등 두 곳의 학교에서 통일교육을 한 바 있는 주 씨는 2월부터 다시 통일 교육 일정을 시작한다. 통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하는 게 탈북 통일 강사 주서현 씨의 소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