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읽는 시간
詩. 김향숙
•광양문인협회 회원
새봄 첫날의 산길에는
겨우내 갇혀 있던 소리들로 울창하다.
느린 걸음에도 가쁜 숨이 더해지고
내 안에서도 내뱉고 싶은 말들이
아우성이다.
그 때 연한 나뭇가지 사이를 헤치고
가벼운 그늘 한 자락이
흔쾌히 등 넓은 바위를 내어준다.
내가 나를 사랑하는 방법이
세운 무릎을 끌어당겨
있는 힘껏 안는 것이란 걸
내가 나를 추스르는 방법이
고작 땀 흘리며 걷는 일이라는 걸
새봄 첫날의 산길에서 만난 그늘은
이미 알고 있었다는 듯
그렇게 나를 보듬는다.
세상에 없는 언어로 위안 받고
일어설 즈음
땅 위로 삐죽 올라온
그림자에 놀란 심장들이
명료한 얼굴로 웃고 있다.
그들 사이 내 그림자도
슬그머니 남겨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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