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시간대‘시민과 대화’효과는 있나
저녁 시간대‘시민과 대화’효과는 있나
  • 이성훈
  • 승인 2018.02.23 19:07
  • 호수 7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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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젊은층 배려 한다지만…형식에 그쳐

광양시가 그동안 낮에 추진했던 시민과의 대화를 올해부터는 중마동과 광양읍을 대상으로 저녁시간대로 바꾸면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의 참석을 유도해 더욱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자는 취지지만 정작 젊은 사람들의 참여도나 직장인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들리지 않아 생색내기에 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변화를 시도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되지만 젊은 직장인들에게 형식적인 배려에 그치고 있어 올해 시민과의 대화가 끝나면 반드시 재평가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시는 지난 20일 광양읍을 시작으로 오는 3월 2일까지 12개 읍면동을 순회하는 시민과의 대화를 열고 있다. 정현복 시장의 민선 6기 마지막 시민과의 대화인데 첫 일정인 광양읍민과의 대화에서는 120여 명의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018년 시정 방향과 주요정책을 공유한 뒤 현장의 생생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듣고 설명하는 순서로 진행됐다.

특히, 이번 대화는 예년과 다르게 저녁 7시에 시작해 젊은 직장인이 눈에 많이 띄었으며, 기존 형식을 바꿔 내빈소개와 인사말씀을 없애고 시민들과 대화의 시간을 충분히 가졌다는게 시의 설명이다.

하지만 시의 설명과는 달리 이날 읍민과의 대화에서 나온 26건 중 청년들의 질문은 거의 없었다. 질문 내용 자체도 청년들이 가장 고민하고 있는 실업문제나 주거, 보육 정책, 여성 일자리 등 젊은 사람들의 현실을 반영한 목소리는 거의 없었다. 질문 내용 대부분이 도로개설이나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에 대한 지속적인 이행 등 해마다 내용만 조금씩 다를 뿐 형식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청년, 직장인, 학부모 등 100여명을 초청했는데 60명 정도 참석했다”면서“젊은 분들의 참석으로 변화는 시도했지만 이 분들이 별다른 질문을 하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결국 저녁에 추진한 시민과의 대화가 젊은층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다.

 

시민과의 대화

모든 것 담으려다‘무리수’

 

오는 28일 저녁에 열리는 중마동민과의 대화까지 살펴봐야 이번 시민과의 대화 운영 방식에 대해 종합적으로 검토할 수 있겠지만 일단 광양읍의 사례를 살펴보면 젊은 층들의 초청은 형식에 치우치고 만 결과로 보인다.

광양시가 해마다 시민과의 대화를 개선하고 다양한 시도를 하려는 모습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지만‘시민과의 대화’에 모든 것을 담으려다 보니 형식 자체에만 매달리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2면에 계속>                    

 

민선 6기 정현복 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소통 행정으로는 매월 마지막 주 해피데이, 매월 첫째·둘째·셋째주 현장행정의 날, 월 1회 읍면동을 대상으로 하는 시정공감토크 등이 있다.

이 외에도 정 시장이 일부 기업들을 방문하면서 직원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실상 1년 내내 직접 현장을 다니면서 시민과의 대화를 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기존에 추진하고 있는 소통 행정만 잘 활용하면 굳이 시민과의 대화 시간을 변경하거나 젊은 층들을 초청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현장행정의 날 하루를 기업 노조나 근로자협의회 등 근로자를 대표하는 단체들과 상의해 약속 시간을 잡아 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현실적으로 근로자들의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현장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A기업 노조 관계자는“교대 근무하는 근로자들이 저녁 7시 한창 바쁜 시간에 시민과의 대화에 참석할 여력이 과연 있겠느냐”면서“차라리 근로자들과의 대화를 따로 두고 근로자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듣는 것이 더욱더 효과적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여러 부류가 모인 시민과의 대화에서 젊은 층들의 목소리들이 제대로 반영될지도 의문”이라며“젊은 사람들을 그렇게 생각하고 배려한다면 따로 시간을 배정해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이 더욱더 좋은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직장인들의 관외 거주에 대한 문제도 이런 맥락과 같이 하고 있다. 광양시가 관외 거주자에 대한 대책에 대해 지역 단체들과 다양한 해법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목소리는 제대로 듣지 않고 있다. 기껏해야 설문조사에 의존한 간접적인 방식으로만 접근하고 있다.

순천에 살고 있는 한 직장인은“광양시가 무리한 방식으로 인구늘리기를 추진해 비판을 받고 있는데 외지 거주인들의 목소리를 직접적으로 들어본 적 있느냐”며“시장님이 비공개 형식이라도 외지 거주 직장인들을 따로 만나 왜 광양에 살고 있지 않은 이유에 대해 다양한 목소리를 들어보면 더욱더 현실적인 정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시민과의 대화 일정은 △26일 진월면(오전 10시) 다압면(오후 2시) △27일 광영동(오후 2시) △28일 골약동(오전 10시) 중마동(오후 7시) △3월 2일 태인동(오전 10시) 금호동(오후 2시)이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