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박주희-•광양문협회원 / 글님문학 회원
귀를 훔치다
풍덩, 주착스럽게 던진
단 한 마디 말에게도
파르르 귀 기울이는 물의 귀
푸르고도 동그란 귀를 가만히 펼쳐
때묻은 말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말문을 던질 때마다
저렇게 온몸 간절하게 번지는 귀에게
말씀 드리기가 무척 미안해진다
금새 이랑이랑 물도 무척 조심스럽다
물 속에 들어간 말들이
파문이 되어 다시 나에게 번져든다면
나 어쩌랴, 간절하지 못해서
파문지는 치열한 습성, 너 물의 귀에게
철썩이는 너의 말 알아듣지 못해
나, 미안해
외롭거나 힘들 때
파르르, 물의 귀들이 나에게 온다
온 귀, 동그랗게 파문을 일으킬 때마다
경청은 서로 아름답다, 그래, 나 잘 산다
물이 온몸의 귀로 진동할 때
연이어 그 언어들을 보여줄 때,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윽한 물의 전율을 듣고 있노라면
온통 번져드는 그 말들
물과 나는
서서히 바람의 언어, 서로 돋아나
풍덩, 철썩, 풍덩, 철썩
파문을 짓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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