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월요일] 귀를 훔치다
[시 읽는 월요일] 귀를 훔치다
  • 광양뉴스
  • 승인 2018.02.23 19:20
  • 호수 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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詩. 박주희-•광양문협회원 / 글님문학 회원

귀를 훔치다

 

풍덩, 주착스럽게 던진

단 한 마디 말에게도

파르르 귀 기울이는 물의 귀

푸르고도 동그란 귀를 가만히 펼쳐

때묻은 말들을 가만히 안아주는

 

말문을 던질 때마다

저렇게 온몸 간절하게 번지는 귀에게

말씀 드리기가 무척 미안해진다

금새 이랑이랑 물도 무척 조심스럽다

 

물 속에 들어간 말들이

파문이 되어 다시 나에게 번져든다면

나 어쩌랴, 간절하지 못해서 

파문지는 치열한 습성, 너 물의 귀에게

철썩이는 너의 말 알아듣지 못해

나, 미안해

 

외롭거나 힘들 때

파르르, 물의 귀들이 나에게 온다

온 귀, 동그랗게 파문을 일으킬 때마다

경청은 서로 아름답다, 그래, 나 잘 산다

 

물이 온몸의 귀로 진동할 때

연이어 그 언어들을 보여줄 때,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윽한 물의 전율을 듣고 있노라면

온통 번져드는 그 말들

물과 나는

서서히 바람의 언어, 서로 돋아나

풍덩, 철썩, 풍덩, 철썩

파문을 짓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