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경로당 두고 나가라고?”
“멀쩡한 경로당 두고 나가라고?”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4.06 18:09
  • 호수 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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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한마디 상의 없이”↔입주자대표“더 좋은 곳 모시고 싶어”

광양읍 A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이 오랫동안 이용해오던 보금자리를 내줘야 할 처지에 놓였다.

아파트 측이 경로당을 다른 곳으로 옮기고 현재 이용하는 경로당은 주민편의시설로 사용하도록 용도를 바꾸겠다는 계획인데 정작 경로당을 이용하는 어르신은 사전에 단 한마디도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였다며 성토하고 있다.  

A아파트 경로당 어르신들은 최근 아파트 내에 붙은 현수막을 보고 깜짝 놀랐다. 현수막 내용에 따르면‘아파트 측에서 시비, 도비 등 예산을 지원 받아 단지 내 매물로 나온 세대를 매입한 다음 그곳을 경로당으로 꾸미고 현재 이용하는 경로당은 주민편의시설로 사용할 수 있도록 용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어르신들은‘금시초문’, ‘아닌 밤중에 홍두깨’,‘말도 안 된다’는 반응이다. 어르신들은 지금 경로당이 오랫동안 편하게 이용하던 공간인데 정작 당사자들에게는 일언반구 없이 현수막을 통해 소식을 알게 돼 매우‘어이없고 불쾌하다’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어르신들은“그동안 이용하면서 불편을 호소한 적도 없었고 우리가 먼저 나서서 옮겨 달라는 말을 한 적도 없는데 갑자기 말 한마디 없이 일방적으로 현수막을 떡 하니 붙여 놓았다. 노인이라고 무시하는 거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노인회장 B씨는“4월 초 시에서 도배, 장판, 전등교체 등 환경개선작업을 해준다고 했는데 옮겨가니 마니 하는 말이 갑자기 나돌아서 작업을 일단 미뤘다”고 말했다.

B씨는“그동안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도 없었고 이용하는 당사자들이 옮겨갈 뜻이 전혀 없는데 멀쩡한 경로당을 놔두고 시가 1억원이 넘는 매물을 세금을 들여 굳이 사들일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지난 3월 입주자 대표가 된 C씨는“경로당 이전 문제는 직전 대표가 추진했는데 어르신들에게 미리 말을 하지 않은 것은 잘못한 일이다”고 해명했다.

C씨는“어르신들이 지금 생활하는 곳은 여름엔 덥고 겨울엔 무척 춥다. 시 예산을 받아 새로운 거처를 준비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더 쾌적한 환경으로 옮겨 가시는 것도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어르신들을 설득해서라도 옮겨 갈 수 있도록 하고 현재 경로당은 주민회의 등 주민편의시설로 활용할 계획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어르신들은“지금 거처를 계속 이용 하겠다”며 자체 회의를 열고 옮겨 갈 의사가 전혀 없음을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 이에 대해 입주자대표 C씨는“경로당 이전 문제는 앞으로 주민 간 회의를 통해 결정하고 원만한 협의가 되지 않을 경우 전체 주민투표를 거쳐서 결정하겠다”고 못을 박았다.

이에 대해 경로당 주관부서인 사회복지과 관계자는“어르신들이 굳이 안가겠다고 하는데 억지로 옮겨가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며“아파트 내에서 자체적으로 충분한 협의를 통해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일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