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 길을 걷다<42>...가야산 중복도로 벚꽃길…화려한 벚꽃이 만든‘꽃 세상’
연중기획 - 길을 걷다<42>...가야산 중복도로 벚꽃길…화려한 벚꽃이 만든‘꽃 세상’
  • 이성훈
  • 승인 2018.04.06 18:19
  • 호수 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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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에 활짝 피고, 길가에 수북이 피더니, 이제는 마음에 피더라

매화를 시작으로 광양은 온 천지가 꽃 세상이다. 매화가 지기도 전에 벚꽃이 온 세상을 연분홍색으로 물들이고 있는데 벌써 벚꽃도 지려 한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갑자기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 매화, 벚꽃, 개나리 등 차례대로 볼 수 있는 다양한 꽃들이 한꺼번에 피어 호사를 누리고 있다.

서천변 벚꽃길은 주말이면 상춘객들이 가득하고 살며시 불어오는 봄바람에 꽃눈이 되어 날리고 있다. 금호동 벚꽃길도 명품 산책길이다. 최근에 벚꽃축제가 열려 운치를 더한 꽃길에 관광객이 가득하다.

섬진강변 섬진강휴게소 뒤 벚꽃길은 또 얼마나 풍경이 좋은가. 섬진강휴게소 2층 벤치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마치 한폭의 수채화처럼 아름답다.

또 한곳, 광양에서 벚꽃길로 유명한 가야산 중복도로 벚꽃길이다. 중복도로는 중마고등학교 뒤 가야산 등산로 입구부터 시작해서 가야터널을 지나 광영동을 잇고 있다.

가야터널을 넘어선 벚꽃 향연은 광영 큰골 약수터까지 이어지는데 가야산 중복도로 벚꽃길은 쌍계사 벚꽃길 못지 않은 아름다운 풍경을 자아낸다.

완연한 봄이 무르익는 요즘, 중복도로를 지나는 차량들은 어느때보다 여유가 있다. 운전자들이 창문을 열고 바람에 휘날리는 벚꽃을 만끽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마고 학생들은 벚꽃을 배경삼아 공원에서 단체 사진을 찍으며 친구들과 또 하나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다.

한걸음씩 걸음을 떼다보면 중마동 전경이 눈에 들어온다. 바로 앞 중마고를 시작으로 48층 아파트, 이순신대교 등이 눈앞에 펼쳐 진다.가야산 중복도로는 가야터널까지 여유 있게 왕복 2시간 정도면 걸을 수 있다. 걷기 귀찮다면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는 차를 타고 한바퀴 돌아보는 것도 좋다. 중복도로를 걷기 시작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이 주 등산로 육교다. 며칠 동안 미세먼지로 시야가 혼탁하더니 모처럼 날씨도 환하다. 요즘처럼 좋은 날씨에는 가야산을 찾는 등산객들이 많아 주차장이 가득 찬다.

10여년 전만 해도 큰 건물인 광양시청과 중마시장이 눈에 띄었는데 이제는 중마동에 아파트와 대형건물이 상당히 많이 들어섰다.  

파란 하늘에 바람마저 시원하게 불어오니 산책길과 도로는 벚꽃으로 가득하다.

누군가 그랬다. 벚꽃은 세 번 핀다고…처음엔 나무에, 그다음엔 길에. 그리고 마음에…. 지금이 딱 세 번 피는 시기다. 아니 이미 벚꽃 엔딩이 시작된 곳도 있어 제대로 감상하기도 전에 마음에 담아두어야 할지도 모른다. 

한참 흩날리는 벚꽃에 취해 걷다 보면 궁도장이 나온다. 개장한지 얼마 안된‘마로정’이 자태를 자랑하고 있다. 좀 더 가면‘관음사’라는 작은 절도 있다.

가야산 중복도로는 S자형태가 이어지는 길인데다 경사로가 거의 없어서 지루하지 않게 걸을 수 있다.

어느새 제2육교를 지나간다. 중복도로는 평상시에 차를 타고 가면 5분이면 충분하다. 역시 걸어야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다. 지나쳤던 풍경들과 나무들이 하나둘씩 눈에 들어온다. 벚꽃을 사진에 담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셀카를 재밌게 찍기도 하고 여럿이 산책하는 사람들은 제각각 다양한 포즈로 벚꽃과의 추억을 담는다. 워낙 벚꽃이 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까닭에 어떻게 찍어도 예쁜 그림이 나올 수밖에 없다.

가야터널 입구에는 벚꽃과 개나리꽃이 함께 피어 어두컴컴한 터널이 더욱더 빛난다. 가야터널을 마지막으로 이제 되돌아오는 길이 남았다. 되돌아오는 길은 더욱더 가볍다. 돌아오던 중 가야산 시민공원에 잠깐 들렀다. 이곳에는 아주 오래된 포장마차가 하나 있는데 공원을 자주 오는 사람들에게는 유명한 장소다.  사람들은 이 포장마차를‘할매 까페’라고 부른다.

포장마차에는 다양한 간식들을 많이 파는데 사람들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간식은 핫도그와 어묵이다. 한번 튀겨놓은 어묵을 주문하면 살짝 다시 튀겨주는 핫도그는 설탕을 골고루 묻혀 먹으니 바삭바삭한 식감에 달달함이 입안 가득이다.

어묵은 역시 탱탱 불어야 맛이다. 고추와 게를 넣은 어묵국물은 칼칼하면서도 시원한데 손님들이 어묵을 먹기 위해 일부러 오기도 하고 포장도 해간다. 포장마차를 운영하는 어르신은 20여년 가까이 공원을 지키고 있다. 핫도그를 하나 물고 공원 앞에 펼쳐진 광양제철소와 금호동 주택가의 전경을 바라보는 것도 쏠쏠한 재미다.

벚꽃은 절정에 올랐고 벌써 서서히 지기 시작한다. 올해 마지막 벚꽃을 감상하려면 서둘러야 한다. 친구, 가족과 함께 도시락도 먹고 커피도 한잔 하면서 마지막 절정을 내뿜는 벚꽃의 향연을 누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