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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종태 광양문화원 부원장
[761호] 2018년 05월 11일 (금) 18:55:16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삶과 질병

   
 

 

“병마는 사람을 가리고, 시기를 봐가며 찾아오지 않는다.”나름 좋은 생활 습관을 지키며 열심히 살아가던 지인이 갑자기 병마에 쓰러졌다는 소식을 접하며 ‘운명은 재천’이라는 생각이 때론 들기도 한다.

각종 암의 발병자 수가 세 명 중 한 명꼴을 넘어서고 있고, 뇌경색이나 심근경색 등 성인병 또한 증가 추세이고, 12분에 한 명꼴로 치매 진단을 받는다고도 한다.

요즘 벗들과 주고받는 카톡 내용이 건강에 대한 이야기로 흐르고 넘쳐, 정보보다는 실천이 문제라고들 한다. 문제는 장바구니 같은 조제약봉지를 들고 약국 문을 나서는 사람들이 늘고, 최근 1인당 외래진료 횟수가 년 평균 16회로 OECD 평균 7회의 배가 넘으면서도 평균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17년으로 세계평균인 9년 보다 유병기간이 길고 더 늘어나는 추세라는 점과, 65세 이상 분들의 건강심사진료비 점유비가 40%를 넘어서고 있는 등 한번쯤 깊이 생각해볼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정말 무서운 것은 견디기 힘들 만큼 큰 나쁜 것이 아니라 견딜 만큼 작은 나쁜 것의 일상이다.”라는 말이 비단 당뇨병이나 고혈압뿐만 아니라는 것을 유념하면서, 주위 분들의 질병과 맞서 싸우며 화해와 극복도 하고 후회와 좌절도 하는 모습을 보며  다함께 성찰의 기회를 갖고자 한다.

가장 먼저 아쉬운 점은 발병 시 나의 주위환경과 생활습관을 뒤돌아보고 그 원인을 생각해보는 지혜와 개선의 노력보다는 약에 크게 의존 한다는 점이다.

서양의학의 선구자 히포크라테스도, 조선의 명의 허준도“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고, 몸이 음식을 다스려야지 음식으로 몸을 다스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그분들이 살 때 보다 약의 효능이 크게 개선되고 인간 또한 약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고 병의 중증을 고려해야겠지만 생물학적 노력과 섭생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함 또한 사실이다.

인간의 삶에서 부수적이고 하찮은 것은 덜어내고, 고됨·고독·결핍의 운명 속에서도 뚜벅 뚜벅, 그러나 당당히 걸어야 한다며‘걸어가는 사람’이라는 깡마른 조각상으로 세계 최고의 조각가로 평가 받고 있는 자코메티는“인간이 죽은 후 다시 살아난다면 우리의 삶을 에워싼 부질없는 것들을 걷어 내고, 남의시선에 얽매이지 않으며, 자신을 보다 진솔하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픔을 통해 스스로를 직시해보고 가족의 사랑과 벗의 소중함을 생각해보자는 것은 아픔의 절박함을 모르는 낭만적인 객자의 생각일까.

요가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원정혜 교수는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 요가의 시작이라 말하며,‘배는 감정의 창고’여서 “움켜쥐는 감정이 많을수록 잦은 통증이 나타난다.”했다. 이 말은 왜 하필 나에게 질병이란 놈이 찾아왔을까? 내가 무엇을 그렇게 잘못했을까? 라는 자문보다는, 접촉사고를 통해 대형 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폭을 잘 쳐보라는 의미도 된다.

몸이 불편하고 신경이 예민해져 나는 짜증을 남의 탓이나 다른 이유에서 찾으며 가슴앓이를 하는 경우를 이따금 보기도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원망이나 자탄보다는 공허한 마음을 사랑과 고마움으로 채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 조선 의학자 이제마는“어짐을 좋아하고 착함을 즐기는 것 이상의 더 좋은 약은 없다.” 고 했다.

“걱정은 패자의 몫이고 가슴 뜀은 승자의 몫이다.”라는 말이 있다. 질병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소홀히 하는 것도 문제지만 너무 걱정하는 것도 문제인 것 같다.

주위 환자분들을 보면 지식이 풍부하고 머리가 좋은 분들 상당수가 자연의 순리를 뛰어넘어 스스로를 진단하고 미래를 예단하며 단정적인 말을 쉽게 하는 분들을 보게 된다.

나는 어릴 적부터 심한 기관지 확장증을 앓아오고 있지만 주어진 여건 하에서 최선을 다하는 일은 인간의 몫이고 죽고 사는 것은 내 능력 밖의 일이라고 생각하며 고민은 하지 않는다. 나이 들어 책을 접하다보니 역사에 큰 족적을 남긴 많은 위대한 분들이 병마와 싸우면서도 스스로의 삶에 최선을 다했음을 학인하고 감명 받고 있다.

베토벤은 일생동안 청각장애를 앓으면서도 불후의 명곡을 작곡하였고, 소크라테스·시저·알렉산더 대왕 등도 뇌전증(소위 천질) 환자였다고 한다.

최근 76세로 세상을 떠난 현대물리학의 대표학자인 호킹 박사도 21세에 루게릭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고도 55년간을 인류를 위해 봉사해왔다.

에디오피아 속담에는“병을 숨기는 자에게는 약이 없다.”는 말이 있다. 어떤 분은 지나친 관심에 대한 부담 때문인지 스스로의 자존심 때문인지 발병을 쉬쉬 하는 경우도 있다. 스스로 주위에 알려 따듯한 호의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겸손함이 더 좋은 환자의 자세인 것도 같다.

마지막으로 많은 사람들이 소소하지만  스스로 할 수 있는 꾸준한 노력을 과소평가 하는 것 같다.“마음가짐은 병의 진척에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질병에 대한 불안감을 줄여주고 무엇보다 중요한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병을 고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신뢰와 자신감을 스스로에게 다짐시켜 주는 것이 중요하다.

아침에 일어나 가벼운 스트레칭을 하고, 세수한 자기얼굴에 미소를 보내주고, 균형 잡힌 식단으로 일정한 시간에 식사를 하고, 만나는 사람들과 기쁜 인사를 나누며 산책을 하고, 취침 전 명상을 하는 것은 우리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큰 치유효과를 준다는 사실을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동냥해 들었다. 한쪽 문이 닫히면 어떤 문이 대신 열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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