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륜차와 아흔 한 살‘이순동 어르신’
삼륜차와 아흔 한 살‘이순동 어르신’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5.18 18:19
  • 호수 7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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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 되어야 해요…참전용사 전국대의원

5월은 푸르다. 거리의 신록도, 사람들의 마음도 다 푸르다. 감사의 날도 많고 기억해야 할 날도 많고 챙겨줘야 할 날도 많다. 때문에‘돈이 많이 들어가는 달’이라며 푸념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5일 시장 앞을 지나다 녹색 삼륜차를 발견했다. 자동차도 아니고 오토바이도 아닌 이 요상한 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이 누구일까 궁금해졌다. 안을 들여다보니 앞은 운전자만 탈 수 있는 운전석 하나, 뒤는 간단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작은 공간으로 되어있다.

다리가 불편한 어르신들이 이용하기에‘딱’이네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는데 한 손에 고추모종 화분 두개를, 다른 한 손에 지팡이를 든 어르신이 삼륜차를 향해 걸어왔다.

“뉘신디 남의 차를 보고 계시요?”삼륜차안을 신기한 듯 관찰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고 말을 건넸다. 인사를 하고 나를 소개하자“나도 명함 하나 줄까요?”하신다.

‘사단법인 전국 진폐 재해자 협회 전남 광양시지회 본부장 이순동’

삼륜차 주인공 이순동 어르신은 동해마을에 살고 계시고 올해 91세다. 광양광산 철광계장으로 정년을, 군대에서는 상사로 전역했다. 참전용사 전국 대의원을 맡고 있어서 1년에 한 번 참전용사 전국 모임이 있을 때는 서울까지 간다고 한다.

어르신은“이거 타고 텃밭에 심을 고추모종 사러 왔어요. 가정용 전력으로 충전하면 한 번에 30키로까지 갈 수 있어요. 주차비도 안내도 되고 참 좋아요”라고‘자가용’자랑에 바쁘다.

91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정정하신 이순동 어르신은“같은 민족끼리 총을 겨누고 싸웠고 나라가 반으로 나뉘었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으니 통일이 꼭 되어야 돼요. 통일이 되어야 우리나라가 더 잘 사는 나라가 돼요”라며“대통령이 정말 잘하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한참이나 어린 사람에게 꼬박꼬박 경어를 쓰며‘고맙다’는 인사를 잊지 않고 고추모종을 삼륜차에 싣고 자리를 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