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6.18 월 12:37
> 뉴스 > 오피니언 > 기고
     
살아가며…신덕희(시민기자)
‘하나는 쥐가 묵고, 하나는 새가 묵고, 하나는 우리가 묵어야제…’
[764호] 2018년 06월 01일 (금) 19:00:46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3월초 어느 날, 갑자기 남편이 우리도 밭이 생겼다며 얼굴에 함박웃음을 띤 채 지금 당장 보러 나가자고 했다.“갑자기 무슨 밭?” 하며 따라 나섰다.

금호동 주민센터에서 모집한‘도심 속 텃밭이야기, 주말농장 분양’에 접수를 했었는데 그게 당첨됐다는 것이다.

5평도 채 되지 않은 작은 땅에, 남편은 복권이라도 당첨된 것처럼 좋아서 들떠 있었지만 어렸을 적 맨날 밭에서 김을 매야 했던 나는 사실 썩 달갑지만은 않았다.

처음엔 옆 텃밭에서 뭐를 심었는지 배워야 한다며 일주일에 한번 꼴로 나를 데리고 나가던 남편은 옥곡 오일장에 가서 상추씨앗과 깻잎씨앗, 그리고 배추와 고추모종을 심고 나서는 하루에 한번 씩 혼자서라도 꼭 밭으로 갔다.

씨를 뿌린지 고작 3,4일 밖에 안 되었는데도, 왜 새순이 올라오지 않는지에 대해 거름을 잘못 준 건지, 씨를 너무 깊게 심은 건지, 잘못 심어서 씨가 다 죽은 건 아닌지 남편은‘오도방정’을 떨며 끊임없이 걱정을 늘어놓았다.

새 순은 심은 지 거의 20일이 넘어서야 올라왔다. 순이 올라 온 그날부터 남편은 저녁 산책 코스에 필수로 밭을 넣었다. 나는 싫던 좋던 남편과 함께 날마다 그 밭을 시찰해야만 했다.

“아이고, 정말 잘 키우셨네요. 작년에도 하셨어요? 저희는 신참입니다, 이건 뭐예요? 고춧대는 계속 이렇게 세워줘야 하는 건가요? 아, 참 대단하십니다. 하하하하!”

남편에게 있어서 옆 텃밭 주인들은 모두 존경의 대상이었다. 남편은 수다쟁이가 되어서 이것저것을 죄다 묻고 다녔는데 어둑어둑하면 맘이 많이 바쁠 텐데도 모두들 귀찮은 기색하나 없이 참 친절히 가르쳐 주었다. 감자며, 콩이며, 파 등 부지런한 이웃 농부들은 참 잘도 키웠다.

밤 모기의 극성도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 새순이 올라오자 나도 재미가 들렸다. 시골 집에서 콩과 팥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옥수수도 몇 개 갖고 와서 심었다.

“세 알을 넣어서 심어라. 하나는 쥐가, 하나는 새가, 하나는 우리가 먹을 거야.”어렸을 때, 그 지겨워하던 밭일을 할 때 엄마가 나에게 했던 말이다.

팥 세알을 넣고 호미로 흙을 덮는데, 갑자기 눈물이 핑 돌았다.

아…다시 한 번 우리 엄마랑 머릿수건에 일 바지 입고 도란도란 쪼그리고 앉아서 콩이랑 팥을 심고 싶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광양뉴스의 다른기사 보기  
ⓒ 광양뉴스(http://www.gynet.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저작권문의  

     
전체기사의견(0)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전체기사의견(0)
광양신문, 6.13 지방선거 개표
하나님의교회 세계복음선교협회 광양
정현복 시장 재선 성공 “전남 제
광양시장후보
정책 대결없고, 고발만 난무…역대
신문사소개기사제보광고문의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엔디소프트(주)
RSS 처음으로 뒤로가기 상단이동
광양뉴스 등록번호: 전남 아 24호 | 최초등록일: 2006. 7. 21 | 발행인,편집인: 김양환 | 인쇄소: 중앙일보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양환
주소: 전남 광양시 불로로 123 (근로자종합복지관 2층) | 전화: 061-794-4600 | FAX:061-792-4774
Copyright 2008 광양뉴스. All rights reserved. mail to webmaster@gy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