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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의 가면과 현실의 경계선, 책‘가만한 나날’ (문학동네, 김세희 저)을 읽고…
[767호] 2018년 06월 22일 (금) 18:41:24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서민경 학생기자

백운고 2

살면서 포털 사이트를 이용한 적이 있다면, 블로그에 대해 모를 리 없겠지. ‘블로그’란 보통 사람들이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는 웹 사이트다.

성별, 나이, 직업에 상관없이 블로그 페이지만 있다면 무료로, 원하는 형식의 게시물을 올려 자신만의 개성을 뽐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1997년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이래로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고 있다.

“자, 이번엔 어떤 인물을 만들어볼까?”(178쪽)

마케팅 회사는 자신의 일상, 생각 또는 정보를 이웃과 공유하는 매체로 쓰이던 블로그를 이용해 상품 홍보를 목적으로 작위적인 신상정보와 인생을 하나의 콘셉트로 잡아 새로운 인물을 꾸며내기 시작했다. 입사 후 첫 회의에서 경진 외 2명에게‘1호기’를 제작하라는 일이 주어졌다.

최적화 블로그가 되어 게시글을 검색 결과의 상위에 올리기 위한 철저한 계산으로 만들어진 1호기‘채털리 부인’은 남편과 멀리 떨어져 살며 홀로 아이와 개를 키우는 설정이다. 경진은‘채털리 부인’을 마치 자신이 잉태한 새 생명처럼 여겼고, 짤막하지만 정성을 담은 자기소개 글과 함께 블로그계에 데뷔시켰다.

포털 사이트에 어떤 상품을 검색하면 검색 결과 상위에 블로거들이 작성한 후기들이 나열되어있다. 실제 블로거가 아닌 업체의 직원이 하나의 캐릭터를 창조하고 실존인물인 것처럼 글을 써낸다는 건 상상도 못했다. 하지만 절대‘대놓고 광고’를 하지 않는다.

블로그 모니터링팀은‘양질의 콘텐츠 보유’를 추구하는 포털 사이트의 성격에서 벗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 과도하게 선정적인 글이나 광고성 쓰레기 글 등에 벌점을 매긴다. 그래서 경진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들은 벌점을 받아 포털 사이트에 의해 누락되지 않기 위해 사람들이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자연스러운 광고성 글을 작성하게 된다.

그렇게까지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지만 상관없었다. 나는 더 잘해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나는 스스로 프로라고 여겼으니까.(181-182쪽)

경진이라고 마케팅 회사에서 하는 일이 그런 류인 것을 알았을까. 처음이란 늘 새롭고 특별하다. 열정 가득한 사회 초년생 경진에게 이 회사는 첫 직장이기 때문에 모든 혼을 불태워 주어진 일을 잘 해내고 싶었을 것이다. 경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내 가치관으로 이것은 보통 사람들을 농락하는 행위다.

내가 말하는‘이것’은 직접 경험하고 느끼지 않은 것을 자신이 경험한 것처럼 글을 써내어 상품을 홍보하는 것뿐만이 아니다. 블로그 내에서 홍보에 도움이 되는 이웃의 수를 유지하기 위해 이웃의 블로그에 의미 없는 댓글을 달고, 마음에도 없는 인사를 한다. 물론 회사에서 주어진 일을 잘 해내는 것은 뿌듯해 할 만하지만 분명 그녀가 하는 일은 거짓말을 하는 것과 같다.

허위 사실을 유포한다는 뜻이 아니라 사촌 언니의 아이와 대형견의 사진을 비롯해 그에 대한 사촌 언니의 생각마저도 ‘채털리 부인’의 일상을 이루기 위한 하나의 재료가 되는 것이 나와 같은 소비자, 포털 이용자에게는 거짓말을 하는 것으로 생각된다는 것이다.

그 직종 업자들의 생각은 어떨지 잘 모르겠지만 그들도 로봇처럼, 마치 자신이 채털리 부인인 것처럼 의미 없는 리뷰를 계속 써 내다보면 불현듯 죄책감을 느끼게 되지는 않을까. 나는 그런 걸 가식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여기서 나타난다.

블로그 이웃이라는 여자였는데, 그 여자는 자신을 B기업의 뿌리는 살균제 피해자라고 소개했다. 두 아이 중 갓난아기를 잃었고 다섯 살 아이는 폐가 손상돼 평생 산소 호스를 끼고 살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고 했다. 이것이 B기업의 뿌리는 살균제‘뽀송이’때문이라는, 그 안에 포함된 독성 물질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다고 했다. (189쪽)

경진은 이 이웃의 쪽지를 받고 적잖이 당황했지만 이내 자신을 탓하는 내용이 아님을 알게 되자 책임을 회피했다. 그리곤 그 다음날 바로 계정을 삭제했다. 더 이상 그 일과 엮이고 싶지 않았던 것일까? 그 상품에 혹시 또 다른 문제는 없는 지 직접 경험 해 보지 않아 모른다. 그저 돈을 받고 업체에서 주어진 정보와 홍보자료에 따라 글을 작성할 뿐이다.

마음에서 우러난 진심으로 글을 쓰지 않았기 때문에 열심히 몸 바쳐 일했지만 자신이 포스팅 했다는 사실을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논란이 있었던‘뽀송이’홍보 글을 자신이 썼다는 경진에게 팀장은“그랬어?”라는 말로 대화를 종결시켰다.

같은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약간의 죄책감과 어쩔 줄 모르겠는 마음을 알아주기를 바랐던 것이었을 텐데. 팀장은 너무 익숙해져 버렸던 탓인지 다시는 그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

기자 혹은 카피라이터. 글을 쓰고 창작을 하고 미디어를 활용해 남에게 전달하는 일을 하기를 소망하는 나의 입장에서 이 책을 읽었을 때 마음이 화려한 불빛이 꺼진 뒤의 쓸쓸한 거리처럼 허탈했다.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블로그 후기의 실태를 알게 되자 마치 보면 안 되는 일기장을 훔쳐 본 것처럼 찜찜하고 여운이 깊게 남았다. 그런데 왜 김세희 작가는 제목을 <가만한 나날>이라고 정했을까. 예정에 없던 일이 큰 파장으로 이어졌지만 꼭 약속이라도 한 듯 사람들은 입을 닫았다.

이 소설에서 사회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집필해 그와 함께 현대인의 타인에 대한 무관심, 비인간성 그리고 이기적임을 조금 느낄 수 있었다.

홍보를 위한 인맥 유지가 아니라 서로 비슷한 관심사를 가져 사람 간의 정 또는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를 만나게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은 후 소감을 바탕으로 나는 가만하지 않은 삶을 살아가고 싶다고 감히 바라본다.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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