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도와줘야 할 대상…인식 바꿔야’ 다문화 아이들 편견 사라지길...
다문화가정,‘도와줘야 할 대상…인식 바꿔야’ 다문화 아이들 편견 사라지길...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6.22 18:41
  • 호수 76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결혼이주여성 위해 목소리 내는 김광애 지구촌통번역자원봉사모임 대표
지구촌통번역자원봉사모임이 준비한 5월 읍성문화제

우리사회의 다문화 가정은 1990년대 초 중국과 수교 이후 조선족 여성들이 들어오면서 부터 형성되다가 이후 결혼 적령기를 놓친 미혼남성들이 필리핀, 베트남 등 동남아 여성들과 사설 결혼중개업체를 통해 결혼을 하게 되면서 급격히 늘었다.

‘다문화가정’은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국제결혼가정으로 부모 중 한쪽이 한국인인 가정을 말한다. 현재 광양의 다문화가정은 930여가구로 최근 캄보디아 가구가 늘어나는 등 출신국들도 점점 다양해져가고 있는 추세다.

광양의 다문화가정 아이들은 초등학생부터 중고생까지 850명 정도, 주로 초등학생이 많고 중·고등학교는 아직 많지 않다. 중국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지 15년째인 김광애 씨도 중학생 아들과 초등학생 딸을 둔 학부모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면서 김광애 씨가 느낀 것은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현장의 일방적인‘편견’이었다고 했다.

김 씨는“언어가 달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결혼이주여성들은 아이들을 빨리 보육시설에 보낸다. 그래서 아이들은 언어뿐 아니라 기초학력, 영어, 한자까지 잘하는 아이들이 많다”며“다문화가정의 아이들이라고 해서 꼭 기초학력이 미달되지는 않는데도 불구하고 학교에서는 다문화가정의 아이들만 모아놓고‘공부를 시키는 것도 아니고 그냥 책만 읽혀서 보내는’경우가 있어 교육청에 전화해서 따진 적이 있었다”고 말했다.

김 씨는 또“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무렵 학부모 상담을 간적이 있는데 담임교사가 하는 말이‘어머니가 다문화라서 한국말을 못하는 줄 알았다’고 말해 다문화가정에 대한 교육현장의 인식을 바꾸는 열린 교육마인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광애 씨는 다문화가정의 일원으로 살면서 겪은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기에 다문화센터가 생기자‘지구촌통번역자원봉사 모임’을 만들어 결혼이주여성들과 함께 베트남, 몽골어, 중국어 등 통역봉사활동을 8년째 이어오고 있다.

김 씨가 이끄는 통역봉사모임은 통역 외에도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이는 자조모임행사를 주관하는 등 수요자 중심의 실속 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다문화가정이 메인이 되어 꾸민 지난 5월 읍성문화제와 결혼이민자 나라별 자조모임도 김광애 씨가 준비했다.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청암대에서 위탁을 받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불편하다고 조심스럽게 털어놓는다.

“광양읍의 한 교회에서 해오던 자조모임을 지금은 커뮤니티센터에서 하고 있다. 자조모임은 결혼이주여성들이 모여 고향의 옷을 입고 고향의 음식을 먹으며 외로움을 달래는 모임이다. 시의 예산지원을 받아 장소부터 음식, 프로그램까지 준비했다. 힘들었지만 끝나고 나면 뿌듯하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중장비 사업을 하는 남편과 아이 둘 낳고 알콩달콩 완벽한 광양시민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는 김광애 씨도 처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에서는 중국어로 말하는 것이 부담스러웠다고 한다.

“아직도 사회는 다문화가정에 대해 ‘필요한 거 있어? 뭐 도와줘야 돼?’하고 다가가는 대상으로 바라보는 것 같아 아쉽다. 이제는 다문화 가정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어야 한다. 어쩌면 다문화라는 말이 사라져야 한다고도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재혼으로 인한 중도입국 자녀들이 늘고 있어 처음부터 가정을 꾸리고 정착한 다문화가정보다는 중도입국 자녀의 정착에 대해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 김광애 씨는 광양시 다문화 운영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광양의 다문화가정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김 씨는“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통해 네일아트, 바리스타 등 여성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직업훈련을 받지만 실제로 취업과 연계되는 경우는 드물다. 성과에 치중하고 생색을 내기 보다는 정말로 다문화가정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수요자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실속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