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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귀농 일기<6>
낡고 구멍 난 옷이 더 편하다
[768호] 2018년 06월 29일 (금) 18:48:54 광양뉴스 webmaster@gynet.co.kr
   

이우식 시민기자

왼쪽 장화가 오늘 수명을 다 했다. 옥곡 재래시장에서 2년 전에 구입 했으니 장수를 한 셈이다. 매일 산에서 살다시피 하는 농부를 만난 신발들의 수명은 길어야 1년이다. 창고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왼쪽 장화를 찾아서 다시 짝을 맞춰준다. 재혼을 시켜준 셈이다.

오늘 짝을 잃은 오른쪽 장화는 기약 없는 기다림의 세월을 어두운 창고에서 보내야 한다. 신발에 비하면 양말은 새로운 짝을 쉽게 만난다. 좌우가 따로 없고 사이즈가 애매하기 때문에 색깔만 비슷하면 선택이 되는 편이다.

장갑은 한 쪽에 구멍이 나면 즉석에서 짝을 맞출 수가 있다. 화물차 적재함 구석이 그들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어떤 날은 같은 짝만 보이기도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억지로 반대편 손에 끼워 맞춰서 사용하다 보면 금방 늘어나서 불편을 느끼지 않게 된다.

산에 다니다 보면 장화 속에 이물질이 쉽게 들어간다. 그 놈들이 양말의 구멍을 내는 주범들이다. 그 놈들은 농부의 몸무게 때문이라며 억울해  하지만 나는 동의 할 수 없다. 버리지 않고 남은 한쪽을 보관 했다가 재사용 하는 게 우스운 일이지만 시골에서는 전혀 웃음거리가 되지 않는다.

때와 장소에 맞게 옷을 입어야 하는 건 상대를 배려하기 때문인데 농부를 봐주는 상대는 식물밖에 없기 때문이다. 외모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시골살이가 편해서 좋다. 시내에 나갈 일이 없을 때는 수염이 덥수룩할 때까지 방치해 두기도 한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집을 방문해서 자주 막걸리 잔을 나누기도 하는데 다들 비슷한 차림으로 나타난다.

   
 

산과 들을 누비고 다니던 옷차림으로 만나기 때문에 방 안으로 들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 마당 한켠에 한두 그루씩 있는 감나무 그늘이 우리들 만남의 장소가 돼 준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철퍼덕 앉으면 그곳이 술자리가 되는 것이다.

처음엔 마을 사람들과 빨리 친해지기 위해서 철저히 외모를 연출 했는데 요즘은 이런 모습에 익숙해져 버렸다.

철없던 시절, 집에서 술을 드시던 아버지가 이해되지 않았었다. 낡고 오래된, 구멍 난 옷을 버리지 않고 작업복으로 쓰시던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었다. 어느덧 내가 그 나이가 되어 그런 모습으로 그 자리에 서 있다.           

이우식 시민기자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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