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한 철 장사라지만
아무리 한 철 장사라지만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8.10 19:44
  • 호수 77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바가지 상흔…손님 밀어내는 계곡 산장들‘배짱’

평상대여료, 음식 주문 2시간 무료‘음식 값에 슬쩍’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옥룡이나 봉강 등 광양의 4대 계곡을 찾아 더위를 식히고 있지만 아직도‘속 보이는 바가지 상흔’이 사라지지 않고 있어 철저한 지도, 단속이 요구된다.

숨 막히는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2일, 경기도 안산에서 온 A씨 가족은 순천에 사는 친척들과 함께 봉강 계곡의 한 산장을 찾았다가 몹시 언짢고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일행은 그날 아침 일찍 산장에 전화를 걸어 12시 30분쯤 가겠다고 예약을 하고, 5분 남짓 일찍 도착해 닭구이 두 마리를 우선 주문했다.

A씨는 주문을 하면서 산장주인에게 계곡 평상 이용에 대해 물었다.

산장주인은 평상만 대여할 경우 3만원을 내야하고, 음식을 주문할 경우 한 두 시간은 그냥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A씨 일행은 세 가족에 아이들 2명까지 모두 9명, 그 중 한 가족이 10여분 늦게 도착하자 상이 세팅됐고 미리 주문했던 닭구이 두 마리가 숯불과 함께 일행 앞에 놓였다.

또 다른 한 가족은 2시를 조금 넘은 시간에 일행과 합류했고 닭백숙 한 마리를 추가로 주문했다.

A씨는 이날 휴가를 맞아 친척들이 있는 순천에 들렀고 더위를 피해 마땅히 갈 곳을 찾던 중 닭 숯불구이를 좋아하는 가족들을 위해 이날 봉강계곡을 찾았지만 계곡도 폭염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12시 30분 쯤 도착한 산장에서 시간차를 두고 도착한 친척들과 닭 숯불구이를 천천히 먹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던 A씨 일행은 추가로 주문한 닭백숙을‘너무 더우니까’물가 평상으로 갖다 달라고 말했다.

주인은“마땅한 평상에 자리 잡고 있으면 갖다 주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4시쯤 자리를 털고 일어나 음식 값을 계산하던 중 A씨는 언짢은 상황을 겪었다. 음식을 시키면 한 두 시간 정도는 평상을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한 산장주인이 닭구이 두 마리, 닭백숙 한 마리 등 음식 값에 평상대여료를 포함해서 계산한 것.

A씨는“예약시간에 맞춰서 왔고 분명히 물가 평상 이용에 대해 확인할 때는 한 두 시간은 이용할 수 있다고 말하더니 말을 바꿨다”며 “돈 2~3만원이 아까운 것이 아니라 기분이 몹시 언짢다. 다시는 오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A씨 일행이 산장에 머무른 시간은 낮 12시 30분부터 4시경까지 세 시간 반 남짓. 굳이 머무른 시간을 따지자면 고기와 맥주잔을 들이키며 이야기를 나눈 시간에 불과하다.

A씨는“테이블에는 호출 벨도 부착 되어 있지 않아 종업원을 부를 수 없어서 술이나, 음료 등 추가로 필요한 것들은 계곡에서 주방으로 난 계단을 직접 올라가서 주문을 하거나 셀프서빙을 해야 했다”며“더위를 피해 찾아왔지만 금세 후회했다. 차라리 시원한 냉방시설이 있는 시내의 음식점과 카페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을 뻔 했다”고 푸념했다.

더구나 A씨 일행이 찾은 산장에서는 200ml 알류미늄 캔 음료 한 개에 2000원, 바 아이스크림 한 개에 1000원씩 판매하고 있어 시내보다 두 배 이상 비싸게 팔고 있었다.

더위를 피해 산장이 있는 계곡을 찾은 사람들 중 이런 사례를 겪은 사람은 비단 A씨 뿐만 아니다.

A씨 일행의 지인이던 B씨(순천)도 최근 비슷한 상황을 겪었다며 계곡 주변 음식점들의 바가지장사, 배짱 장사에 대해 불만을 털어놨다.

또, 2년 전 옥룡계곡의 한 산장을 찾았다가 A씨, B씨와 같은 일을 겪은 C씨(광양읍)는 이후 다시는 계곡 주변에 있는 산장을 찾지 않는다고 했다.

C씨는“해마다 왜 바가지 상흔이 사라지지 않고 있는지 모르겠다. 내년 여름에는 장사를 안 할 생각인건지...이해가 되지 않는다”며“일부 산장 주인들이 속보이는 장사를 하면서 계곡을 찾는 손님을 오히려 밀어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옥룡계곡에서 산장을 운영하고 있는 D씨는 “음식 한 가지를 주문하고 5시간이나 앉아있다 가는 손님들이 있는데 손님들이 밀려올 때면 앉을 테이블이 없어서 솔직히 불편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며“그렇다 하더라도 한철 장사에 목매는 일부 욕심 많은 산장주인들로 인해 양심껏 장사하는 선량한 산장주인들이 간접적인 피해를 봐서야 되겠냐”고 반문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시는 특별히 단속에 나서지 않고 있어 4대 계곡을 찾는 사람들의 민원이 해소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시 관계자는“민원이 발생할 경우 단속을 나가고 있는 상황”이라며“곧 단속을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