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먹을 것은 별로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
계륵(鷄肋):먹을 것은 별로 없으나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
  • 광양뉴스
  • 승인 2018.08.10 19:48
  • 호수 7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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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이경일 연관단지 대한시멘트 1공장

어떤 것을 취해봐도 이렇다 할 이득도 없고 그렇다고 남에게 주거나 버리기도 아까운 때에 비유적으로 많이 쓰는 말이다.

동양인이 가장 많이 읽었다는 ≪삼국연의(三國演議)≫에 나오는 이야기는 이렇다.

위(魏)나라 조조(曹操)가 촉한(蜀漢)의 유비(劉備)를 치기 위해 한중(漢中)으로 진격했다. 조조가 사곡(斜谷) 입구에서 주둔(駐屯)한지 오래되어 둔병(屯兵)까지 하게 되었는데 군사를 진격하여 싸우자니 맹장(猛將) 마초(馬超)가 굳게 지키고 있고 포기(抛棄)하고 돌아가자니 세상 사람들에게 웃음거리가 될 것 같아 마음속으로만 고뇌(苦惱)하며 명령을 내리지 못해 망설이고만 있었다.

그런데 마침 그날 저녁상에 닭국이 메뉴로 올라오게 되었는데 조조는 닭국속의 갈비뼈를 보고 마음속으로 어떤 미묘한 느낌을 받았다. 그때 식사가 끝날 무렵 장수 하후돈이 오늘 야간 군호(암호) 명칭(名稱)을 물었다.

조조는 자연스레 입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내뱉었다.“계륵(鷄肋) 이라고 해. 계륵”하후돈이 즉시 모든 군사들에게 계륵이라고 하달했다. 그중에 행군주부(行軍主簿:군사가 움직일 때 참모역할을 하는 주부) 양수(楊修)가 계륵이라는 군호를 듣고 수하 군사들에게 철수하기 위한 준비를 하라고 했다.

어떤 군사가 하후돈(夏候惇)에게 양수가 철수 준비를 한다고 전하자 놀란 나머지 양수를 자기 군막으로 불러 묻는다. “공은 어찌하여 짐을 꾸리는가?”양수가 대답했다.“오늘 저녁 군호를 보니 위왕께서 불일간에 군대를 물려 돌아가시리라 사료(思料)됩니다. 계륵(닭 갈비)이란 먹자니 살도 별로 없고 버리기에는 아까운 것입니다. 지금 진격(進擊)하자니 승산(勝算)이 없고 그냥 물러가자니 사람들의 비웃음을 살 것 같고 그렇다고 여기 머물자니 시간이 너무 오래되어 그대로 마냥 기다리지도 못할 것 입니다. 지금이라도 돌아가는 것이 나을것입니다. 그래서 떠날 때 허둥대지 않으려고 미리 꾸린 것입니다” ≪삼국연의≫ 에서는 이렇게 나온다. 그 후 과연 조조는 철수명령을 내려 철수하게 되는데 이 일로 인하여 양수가 45세의 꽃다운 나이로 죽게 된다.

그 후 양수의 아버지 양표(楊彪)에게 자식을 죽인 미안함도 있어“공은 어찌 이렇게 수척(瘦瘠)해져 있소?”양수의 아버지 양표가 대답했다.“부끄럽게도 김일제(한무제의 총애를 받았으나 너무 잘난 체 하여 죽임을 당함)와 같은 선견지명(先見之明)을 가지지 못하여 이제는 어미 소가 송아지를 핥아 주는 사랑만(노우지독) 품고 있습니다”양표의 이 말에 조조의 안색(顔色)이 바뀌었다. 그 후 인재를 가장 소중히 여기던 조조가 후회했다고 한다.

우리들도 생활 속에서 이런 경우를 종종 만난다. 판단도 빨라야하지만 양수나 김일제 처럼 너무 앞서가다 상관(上官)으로부터 미움을 살까 조심해야 할 것이다.

이 무렵에 조조는 큰아들 조비(曹丕)를 후계자로 점찍었는데 양수는 셋째 조식(曹植)의 모사노릇을 했고 조조도 어려워 며칠 걸려 푼 문제를 보자마자 풀어버리며 전에 조조의 적(敵)이었던 원술(袁術)의 생질(甥姪:누이의 아들)이었으니 조조의 미움을 사기에 충분했다.

몸에 좋다고 말만 듣고 건강식품을 사서 비위에 맞지 않아 먹지 못하고 버리자니 돈이 아까워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런 것이 바로 계륵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