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길고양이들의 엄마, 윤검•정덕미
아픈 길고양이들의 엄마, 윤검•정덕미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8.17 19:14
  • 호수 77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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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죽어가는 애들을 어떻게 그냥 길에 버리고 와요”

3년 전부터 밥 챙겨주다 길고양이 엄마 됐다. 

 “광양에도 유기동물 보호소 꼭 생겼으면

 

정덕미 씨가 아픈 고양이를 안고 있다.

“오늘 아침에도 애들 둘이 죽었어요”

흔한 간판 하나 없이 브라인드 커텐이 출입문 아래까지 드리운 한 건물 옆 철문을 두드리니 윤검 씨가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나왔다.

고양이를‘아이’라고 표현하는 윤검 씨는 아침에 와서 보니 시름시름 앓던 고양이 두 마리가 결국 죽어 있었다며 눈물을 쏟았다.

3년 전 길고양이 밥을 주러 다니다 아픈 고양이를 만나면서 길고양이 엄마라는 별칭을 갖게 된 윤검·정덕미 씨.

자녀들을 다 키운 두 사람은 이제‘멋 부리며 편안하게’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일을 그다지 탐탁하지 않게 생각하는 남편의 눈치를 보며 좋은 일을 하면서도 떳떳하게 말을 하지 못한다.

동물을 좋아하지 않았던 덕미 씨가 길고양이들을 자식처럼 사랑하는‘캣맘’이 된 것은 아들이 광양시보건소에 공중보건의로 근무할 때, 봉강저수지에 버려진 강아지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와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아들이 군복무를 마치고 집을 떠날 때까지만 해도 강아지에 대해 마음이 열리지 않았지만 아들이 키우다 두고 간 강아지라 그랬는지 조금씩 정이 들기 시작했고, 이제는 자식처럼 소중한 반려동물이 됐다.

덕미 씨와 함께 아픈 길고양이들을 돌보는 또 다른‘캣맘’윤검 씨는 집에서도 8마리의 길고양이들을 키우고 있다.

“어느 날, 아직 눈도 뜨지 못한 새끼고양이 두 마리가 그물에 걸려 죽을 것 같다는 여고생의 전화를 받고 중마동에서 점심을 먹다가 순천까지 가서 데리고 왔어요. 한 마리는 다리가 부러지고, 다른 한 마리는 목에 상처가 나서 괴로워하고 있었어요”

윤검 씨는 두 마리를 안고 곧바로 동물병원으로 갔지만 다리가 부러진 한 마리는 살기 어렵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울며불며 안락사를 시켰고, 다른 한 마리는 집으로 데리고 와서 우유를 먹여가며 살렸다. 검 씨가 본격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보는‘캣맘’이 된 사연이다.

윤검 씨는 “집에 있는 아이들은 건강해서 걱정이 되지 않는데 주인에게 학대받고 버려져 생명에 지장이 있을 만큼 아프기까지 한 아이들을 보면 마음이 아파서 그냥 두고 올 수가 없어요. 그런 아이들은 어미가 살려달라는 듯이 밥을 주는 장소에 새끼를 갖다 버려요. 그게 고양이들의 모성이예요”라고 말했다.

두 사람이 돌보는 고양이들은 교통사고로 탈장이 됐거나 부러진 다리가 너덜거리는 고양이, 눈 하나가 없는 고양이 등 모두 아픈 고양이들이다.

창현이라는 아이가 키우다가 아파서 데리고 온 아이 창수,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해서 기적이, 건강하라고 해서 건강이…

두 사람이 고양이들에게 붙여 준 이름들이다.

캣맘 윤검·정덕미 씨가 고양이들을 돌보고 있다.

덕미 씨는“처음엔 6~7마리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비용도 부담되지 않았고 돌봄과 청소가 힘들지 않았는데 애들이 늘어나다 보니 여러 가지로 힘든 상황이다”며“처음엔 중마동 지역의 길고양이만 챙겼었는데 지금은 광양읍, 광영, 옥룡까지 가서 아픈 고양이들을 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윤검 씨는 장염을 앓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를 안고 어루만지며‘이 아이도 죽을 것 같다’며 또 눈물을 글썽인다.

고양이들이 늘어나자 넓은 공간이 필요해 진 두 사람은 빚을 내서 지금의 공간을 마련했다.

학원차량 운전 아르바이트와 다른 일을 하는 등 2가지 일을 하며 돌봄 비용과 월세 등을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개체수 증가를 막기 위해 필요한 중성화수술, 하루 20kg이 들어가는 사료 값, 아프면 병원 가서 주사도 놓고 약도 먹여야 하는데, 한 달에 100만원도 안 되는 수입으로는 60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을 돌보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두 사람은 경제적인 문제도 문제지만 건강한 고양이들이 아니기 때문에 돌보는 일과 청소 등 일이 많아 육체적으로도 많이 힘들다며, 이제 둘이서 감당하기가 몹시 힘에 부친다고 말했다.

이제 와서 멈출 수도 없다는 윤검·정덕미 씨. 아픈 고양이들이 밤새 죽지는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도 제대로 이룰 수 없다.

남편들에게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행정으로부터 민원이나 제기하는 불량시민이라는 핀잔을 들어 가면서도 그녀들은 왜 그토록 이 일에 절박하게 매달리는 것일까?

오래전, 유기견을 데리고 집에 갔다가 남편에게 쫓겨나 유기견과 함께 물침대가 있는 모텔에서 잠을 잔적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며 윤검 씨가 울다가 웃는다.

동물유기는 불법이다. 길고양이 뿐 아니라 애완견 등 버려지는 유기동물 문제는 윤검·정덕미 씨와 같은 개인이 나서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물론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

윤검·정덕미 씨는 광양시에도 유기동물 보호소가 꼭 생겨야 한다고 말한다.

*자원봉사나 후원 등 윤검·정덕미 두 사람의 캣맘에게 도움을 주실 분들은 광양신문(794-4600)으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