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새로운‘캡틴’ 김영욱
전남 새로운‘캡틴’ 김영욱
  • 이정교 기자
  • 승인 2018.09.07 17:54
  • 호수 77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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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산 200경기 출전, 드래곤즈 레전드‘자리매김’

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거쳐 어느덧 프로 데뷔‘9년차’

 “올시즌 목표 FA컵 우승, 팬들에게 우승컵 안기고파”

 

올해 전남드래곤즈의 새로운 주장을 맡게 된 김영욱은 광양제철중과 제철고 등 유스팀을 거쳐 지난 2010년 우선지명으로 프로에 데뷔했다.

어느덧 프로 데뷔 9년차를 맞이한 그는 얼마 전 K리그 통산 200경기 출전이라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전남드래곤즈 한 팀에서 200경기 출전 달성 기록은 김태영(250경기), 노상래(219경기), 김도근(206경기)에 이어 4번째다.

첫 데뷔 경기에서 위축돼 자신에게 오는 축구공을 피해 다녔다던 젊은 선수는 어느새 전남드래곤즈라는 팀에서 또 하나의 레전드로 자리 잡았다.

팬들 사이에서‘광양의 아들’로 불리고, 스스로도‘제2의 고향은 광양’이라 말하는 그에게 광양과의 첫 만남은 썩 좋지 않았다.

 

두 번의 납치(?), 죽도록 싫었던 광양

 

 김영욱의 고향은 전북 전주다. 그에게 광양이란 도시는‘죽도록 싫었고, 다신 오고 싶지 않았던’곳이었다. 그런 김영욱과 광양의 만남은 어떻게 보면 운명이다.

김영욱은 초등학생 때, 학교를 자주 옮겨 다녔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던 2학년 때는 전지훈련을 따라갔다가 2주 만에 그만두고, 이어 3학년 때 다시 시작했지만 1년도 안 돼 축구부가 해체됐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기존에 축구부가 해체하게 됐고, 당시 익산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었지만 싫다고 했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회를 사준다며 데리고 갔고, 그대로 횟집 밖에 있던 봉고차에 실려 동계전지훈련지인 광양으로 끌려갔다. 아버지에게 속았던 것인데, 끌려왔던 만큼 당시에는 광양에 대한 안 좋은 기억이 강하게 남았다.”

그렇게 익산에서 다시 축구를 시작했던 그에게 서울에 있는 축구명문인 대동초에서 스카웃 제의가 들어왔고, 초등학교 5학년 때 김영욱은 또 한 번 전학을 가게 된다. 그리고 다시 광양과의 악연(?)이 이어진다.

“중학교 진로 결정을 하는 중에 학교에서 광양제철중을 권유했다. 당시에는 유소년 시스템을 몰랐기 때문에 저도 아버지도 펄쩍 뛰었다. 그러다 아버지가 다른 학부모들과 대화하던 중에 제철중이 명문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11월 11일, 아버지가 구경만 하자고 광양을 데려가더니 그대로 동사무소에 들러 내 주소지를 옮겼다. 두 번째 납치였다.”

김영욱은 아버지의 납치에 힘입어 지난 2003년부터 16년째 광양에서 살고 있다. 그에게 있어 광양이란‘유스팀의 치열한 시스템을 뚫고 프로 데뷔까지의 과정이 모두 담겨있는 곳’이 됐다. 이제는 휴가기간 중 어딜 가도 광양 생각이 나는 탓에 일주일 먼저 돌아올 만큼 애착이 강하다. 스스로도‘광양은 제2의 고향’이라 칭한다.

 

김영욱에게 전남드래곤즈란?

 

우선지명으로 프로에 들어선 김영욱은 인천과의 원정데뷔전을 잊지 못한다. 강한 압박과 몸싸움에 움츠러들었고, 자신만만했던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자신에게 오는 공을 피해 다니기 바빴다고 한다.

그런 그에게 당시 코치였던 노상래 전 감독은‘지금 네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메모하고 기억하라’고 조언했다. 그 조언은 그대로 김영욱의 후배들에게 이어지고 있다.

김영욱은 팀 동료 중 박광일, 가솔현과 가장 친하다. 같은 동갑내기로써 서로 의지를 많이 한다. 또한 후배 중에는 한찬희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 각별한 애정은 종종 잔소리로 표현되기도 한다.

언젠가 해외리그로 진출하고픈 마음이 있는 김영욱은 전남에 대한 애착과 팬들에 대한 미안함으로 쉽게 떠나지 못한다.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자신을 키워준 광양과 전남에게, 그리고 응원해준 팬들에게 자신은 무엇을 보답했나’라는 질문이 늘 그의 발목을 잡는다.

김영욱에게 전남이란‘아픈 손가락’이다. 팬들에 대한 마음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전남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다. 최근 3승 1패로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지만 그 과정에서 지난해보다 더욱 혹독한 시련과 비난을 겪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캡틴’인 김영욱과 선수들은 다른 팀을 신경 쓰지 말고, 당장의 경기에만 최선을 다하자고 마음을 다잡는 중이다.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 출발하자는 그들의 다짐이 좋은 여파로 나타나고 있다.

김영욱의 올해 목표는 FA컵 우승이다. 아직 자신의 프로 커리어에서 우승컵이 하나도 없는 그는 주장을 달게 된 올해 전남과 팬들에게 FA컵 우승컵을 안기고 싶어 한다.

한편 김영욱의 200경기 출전 달성을 축하하는 기념식은 오는 16일 순천팔마경기장에서 펼쳐지는 경남FC와의 홈경기 하프타임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