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미술대전 대상作‘자기표절’논란
섬진강미술대전 대상作‘자기표절’논란
  • 김영신 기자
  • 승인 2018.09.20 18:18
  • 호수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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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수상작품 비슷하다…시리즈 창작활동‘표절 단정 어려워’

자기표절 vs 위작, 문제는 작가 출품의도 진정성‘결국 양심’

일각“창작물, 법의 잣대로 판단 힘든 만큼 전문가 조언 필요”

미술協“내년부터 더욱 공정하고 내실있는 심사되도록 할 것”

 

자기표절 논란이 일고 있는 제4회 섬진강미술대전 대상작(위)과 지난해 10월 치러진 제18회 순천시미술대전 대상작(아래)‘축일’.

섬진강미술대전이 끝난 지 한달 여. 뒤늦게 서양화부문 대상수상작이‘자기표절’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대상이 된 작품은 고흥에 거주하는 김모씨의‘축일’이라는 작품으로 달의 크기와 위치가 다른 것 말고는 별 차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김 씨가 섬진강미술대전에 출품한 작품을 살펴보면 아랫부분은 하늘색, 중간부분은 흰색, 윗부분은 파란색 계열의 배경에 오른쪽 윗부분에 둥근 원 모양의 달이 있다. 섬진강미술대전 출품에 앞서 작년 순천미술대전에 출품했던 작품도 비슷한 색채에 달의 위치만 왼쪽에 배치돼 있다.

국내 외 모든 미술대전 작품 모집요강이 그렇듯 섬진강미술대전 모집 요강 역시 국내외 전시회 등에서 발표하지 않은 미공개 작품이어야 하며, 다른 작품을 모방하지 않은 순수창작품이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같은 논란에 대해 채수평 광양미술협회지부장은“비슷하긴 비슷한데 참 애매하다. 점 시리즈로 유명한 현대 작가 이우환 작가의 작품은 점 하나의 위치가 바뀌어도 작품이름이 다르다”며“요즘 작가들이 시리즈로 창작활동을 하는 추세다 보니 그런 거라 생각할 수 도 있다. 창작물에 법의 잣대를 들이댈 수도 없고, 문제는 작가의 양심에 물어야 할 문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김 씨는“상 욕심이 난 것도 아니고, 15년 동안 작품 활동을 해 와서 그저 평범한 생각으로 출품했는데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 무척 당황스럽고 관계자들을 불편하게 해드려 죄송할 뿐”이라며“고향‘고흥’을 소재로 연작을 하고 있고 우주를 향해 더 높이 부흥하고 행복한 나날들이 이어지라는 소망을 작품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 두 작품 말고도 연작 작품들이 몇 개 더 있다. 그래서 모든 작품에‘축일’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있다”고 해명했다.

화순에서 작품 활동을 하는 이모씨는“공모의 기본은 대부분 미발표작과 타 공모전에서 수상한 작품은 출품제한과 함께 위반 시 공모전 규칙에 의해 수상취소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작가의 양심적 출품이 의심되고 시리즈물이라 하더라도 이는 창작물이기 보다는 복제 같은 의미로 볼 수 있다”고 일축했다.

이어“지연, 학연, 연고, 기타 줄서기식 제 식구 세우기의 심사관행도 무시할 수 없다”며“이는 지역 뿐 아니라 전국 문화예술계의 적폐”라고 꼬집었다.

이에 채 지부장은“직접 심사에 참여하지 않아 내용을 알지 못했는데 한 매체에서 인터뷰 요청을 해와 알게 됐다”며“일반인들의 시각으로 보지 말고 표절인지 위작인지를 감별할 수 있는 전문가들의 조언을 듣고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관련기사가 보도되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는 채 지부장은“전국적으로 확대돼 가고 있는 섬진강미술대전이 폄하된 것 같아 아쉽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채 지부장은“당위성이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 수상 취소 운운하는 것은 아직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며“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작품 활동을 하는 사람들과 그들을 지도하는 선생들에게 잘 알려서 더욱 공정하고 실속 있는 심사가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영신 기자

yskim@gynet.co.kr